2010/11/24
제가 FM Acoustics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무지개 너머 신비에 싸여 있는 브랜드입니다. 엄청나게 비싸고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어서지요.
FM Acoustics 시청회 입구에서 나눠준 브로슈어를 훑어보니 FM Acoustics를 납품한 곳이 빼꼭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프로용으로 많이 사용이 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프로용으로 사용한다면 정직한 소리를 내면서 성능이 좋으면서 입출력이 다양하다거나 조작성이 좋지만 가격은 비싸지 않고 못생겼다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데 이런 단편적인 이미지를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업체 중에는 소리만 좋다면야 장비의 가격이 얼마라도 개의치 않는 곳도 많이 있다는 것을요. 까다로운 전문가들이 소리 좋은 제품을 먼저 알아본다고 해도 무방할 듯.
FM Acoustics 시청회는 독특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는데 이는 전적으로 FM Acoustics의 CEO인 Manuel Huber 씨의 개성 있는 프레젠테이션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오디오 론칭쇼에서는 보통 '이래도 놀라지 않을 건가?' 하며 놀라움을 주입하는 방식을 선택하곤 하는데 마뉴엘 후버 씨는 좋은 곡을 들려주어 사람이 저절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빨리 결론을 알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급한 성격에는 후버 씨의 방법이 먹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놀라운 수준의 콘텐츠를 선곡하고 흥미롭게 설명하는 능력으로 잘 극복했습니다. 사실 저는 시청회 스케줄을 보고 무신놈의 제품설명회를 3시간에 걸쳐서 한다냐 싶어 잠깐 들어보면 되겠고 책을 보면서 시간이나 때웠다가 나중에 경품시간을 기대해 볼까 하는 시간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틀어주는 곡들이 모두 흥미로운 곡이어서 휴식 없이 2 시간 30분간 스트레이트로 음악을 듣게 되었습니다.
후버 씨는 전자악기가 들어가 있는 곡은 오디오 시스템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되도록이면 어쿠스틱 한 공연장의 소리가 수록된 곡을 들려주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멀티마이킹을 이용한 리코딩은 공간정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하여 아예 사용하지 않고 2~3개의 마이크를 이용한 리코딩을 선택했습니다. 60~70년대 녹음을 주로 사용했는데 그중에서도 아주 예외적으로 녹음이 잘 된 곡을 선곡했습니다. 이미징뿐만 아니라 다이내믹스도 잘 포착이 되었더군요.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부분을 만족시킨다고 하여 이분의 프레젠테이션에 사용될 음악으로 간택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들려준 리코딩은 하나같이 음악의 표현력에서 흥미로움을 주는 것들이었습니다. 후버 씨가 설명했던 것처럼 더 큰 반주소리와 싸워야 하는 불행한 시대의 음악가들이 아니라 그 음악가들에 딱 맞는 분위기와 컬러가 드러난 곡을 선곡한 모양입니다. 음악을 선곡하는 면에서 식견이 대단히 높아 보였습니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는 마치 보석상자에서 보석을 꺼내보여 주면서 이건 이런 이력이 있는 보석이고, 또 저 보석은 이런 스토리가 담겨있단다 하면서 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후버 씨가 설계한 제품의 특이한 기능이나 시청회가 개최될 환경에서의 설치과정이나 선곡한 곡의 특성 등을 두루 감안해 봤을 때 후버 씨는 선천적으로 스테레오 이미징에 대해서 굉장히 까다로운 귀를 가지고 있어서 웬만한 오디오로는 만족하기 어려운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는 오디오를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야 할 정도까지 귀가 까다롭지 않은 것에 기뻐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후버 씨와 같은 특이한 사람들은 일생을 불편하게 사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봅니다. 이런 까다로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만든 특수한 설계의 제품이라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조정점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 대신에 그런 특이한 구성 때문에 다른 시스템들과 섞어서 쓰기에는 나빠 보였습니다. All FM Acoustics사운드의 완성도는 대단히 높았지만 가격표도 어마어마하지요. 파워앰프 1억 8천만 원, 프리앰프 1억 6천만 원, 포노앰프 ?, 스피커 1억 3천만 원. 순정 FM Acoustics 풀 시스템은 신들의 시스템으로 불러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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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FM Acoustics의 시스템에 접근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안으로 꼽을만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리니어라이저 FM233이라는 3천500만 원짜리 제품이었는데 이것은 일종의 이퀄라이저 역할을 하는 제품입니다. 이것은 지상최고 수준의 포노앰프를 만들었다던 FM Acoustics의 내공이 그대로 실려있는 흥미로운 제품인데요, 대역 밸런스를 조절하지만 소리의 열화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들어봐도 소리의 생명력을 망가뜨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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