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블루레이 타이틀 푸치니 라보엠

raker 2023. 5. 2. 22:29


2008/07/26
일반적인 오페라 연주실황을 기대하셨다면 보시고 많이 놀라실 겁니다.
무대장치와 카메라와 오페라가 완전히 물 흐르듯이 잘 들어맞게 만든 역작입니다. 그래서 연주실황을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연기자의 몰입도 아주 훌륭했고요 루돌포와 마르첼로 미미 역할을 맡은 성악가들 모두 노래를 잘했습니다.
뮤제타 역을 맡은 성악가는 인형 같은 얼굴과 각선미는 아주 대단했고요...(노래가 조금 쳐지던데 신은 공평하시더군요^^)

성악가들을 칭찬하기에 앞서 무대와 카메라를 먼저 언급한 이유는 이전의 무대와 영상 담당자들은 이 오페라가 가진 특성을 잘 잡아내지 못해서 정신없이 산만한 느낌을 줬었는데 이번 영상물에서는 그것을 제대로 잡아내서 음악과 영상과 분위기와 드라마를 완전하게 하나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푸치니의 오페라가 극의 전개에 따라 사운드의 분위기가 변한다는 특성이 있다는 점은 그전에 별로 신경 써보지 못한 것입니다. 그냥 베르디의 오페라에 비해서 일관성이 없고 산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요. 서플먼트에 나온 설명과 화면을 보니 푸치니의 의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연극적인 음악이라기보다는 영화의 배경음악처럼 사용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걸 일일이 성악가의 동선을 짜 맞추고 카메라 화면에 담음으로써 푸치니의 원작이 의도했던 바를 잘 살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전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구태의연함이 없이 만들어 낸 점은 대단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성악가들의 열창과 열연 그리고 감수성이 대단했습니다. 커튼콜에 답하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은 배역에 흠뻑 빠져들었다가 나온 사람처럼 많이 초췌해져 있었지요. (원작이 마지막에는 여주인공이 죽고 남자주인공은 그 곁을 지키게 되는데요. 이번 무대연출에서는 약간의 설정을 달리해서 사랑하는 여자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나서 남자 주인공이 미쳐서 파리 시내를 떠돌아다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감정적으로 더 강렬한 엔딩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공연실황 타이틀은 한 마디로 핵심을 잘 잡은 좋은 오페라 공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라건대 오페라 공연물 타이틀을 기획하시는 분은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목표를 높이 두어서 이런 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글 자막이 없어서 영어 자막을 봐야 했는데 19인치 LCD모니터로 보기엔 글자 크기가 깨알만 해서 읽기 어려웠습니다.
화면 크기를 빨리 키워야 할 텐데...
 
보너스로 뮤제타 역을 맡았던 Laura Giordano의 모습을 실어봤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오페라 상에서 노래가 썩 좋지 않긴 했지만 비주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라 보엠에는 두 명의 소프라노가 등장하는데 조역인 뮤제타가 노래를 너무 잘하면 주역인 미미의 존재가 불리해지게 되어 있다는 거...
조연은 주연을 위협해서는 안되는데 미모에서만큼은 조연이 주연을 가볍게 누른 것 같네요.


여주인공 미미를 맡은 Inva Mula의 모습도 같이 보여드립니다.
분위기 있는 스타일이네요.
홈페이지는 http://www.inva-mula.com/
처음엔 러시아인이 아닐까 싶었는데 프랑스어를 하는 걸로 봐서는 프랑스인인 것 같습니다.
서플먼트를 보니 10살 먹은 아들이 있다는군요.


제5원소 Blue Diva의 노래를 맡았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