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1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실황입니다. HD급 촬영이어서 DVD와 블루레이 동시 발매되었습니다. 예전에 영상이 없는 멀티채널 오디오는 실패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역시나 SACD멀티채널 오디오는 큰 지지를 못 받고 있는데 비해서 오페라 공연 실황은 착착 블루레이 타이틀로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 결과를 예상하기엔 섣부르긴 합니다만 블루레이는 음악실황공연을 담는 용도로 안정적인 공급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DVD로 공연물을 보다가 블루레이로 공연물을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이 계속 찾을 것 같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bnGADh/btsdIHGnMQx/BopcDvzLmIdt580HqeAfwk/img.jpg)
이 공연실황은 타이틀의 질로 보자면 어느 면에서나 부족한 점이 없습니다. 공연은 기립박수가 나올만합니다. 한글자막도 있습니다.
제페렐리의 무대미술은 여전히 뛰어나군요. 이미 같은 무대를 사용해서 지아니 라이몬디와 미렐라 프레니가 출연한 DVD타이틀이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과거에 비해서 과감한 앵글로 찍었고 광량이나 색상도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촬영을 좀 더 잘게 잘라 편집하여 영상과 음악이 따로 놀지 않게 했습니다. 푸치니 오페라는 영상이 이상하면 너절하고 조잡하게 들릴 수 있는데 이 영상물은 음악을 잘 서포트했다고 봅니다. 음악도 음악대로 살고 영상 또한 역동성이 있어 지루하지 않게 공연에 몰입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지루한 공연실황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영화를 본 것처럼 느껴집니다.
주인공을 맡은 라몬 바르가스는 자기의 역할을 충실하게 잘 해냈습니다. 불안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다만 라몬 바르가스의 외모가 루돌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스토리상 미미가 루돌포를 보자마자 루돌포에게 반해서 푹 빠지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원작의 의도에 상응하는 외모를 갖추지 못했지요. 하지만 테너가 기근인지라 많은 것을 바라서는 안 되지만요. 남자 시청자들에게는 이 정도는 큰 흠이 되지 않고 상상력으로 충분히 커버가 되는 부분이라고 보는데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오페라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가 봅니다. 저는 아주 훌륭한 공연이라고 느꼈는데 어머니는 별로라고 하시더군요.
게오르규는 이번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상급의 프리마돈나인데도 불구하고 빼거나 상대방을 무시한다거나 콧대에 힘을 주지 않고 배역에 몰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의욕 과다로 오버하지도 않았습니다. 미미가 먼저 루돌포를 사랑한 스토리에 따라 이 공연에서도 게오르규가 은근하지만 적극적으로 바르가스를 리드합니다. 프로의 자세가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귀감이라고 할만합니다.
남녀 커플이 나오는 예술작품은 남녀 주인공 사이에 화학적인 반응이 잘 일어나야 하는데 이번 공연물은 그런 면에서도 좋았습니다. 라몬 바르가스와 안젤라 게오르규는 이전에도 공연실황을 남긴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바르가스가 긴장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페라 갈라쇼에서 라몬 바르가스와 안나 네트렙코가 이중창을 부를 때는 두 사람이 화학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멋쩍어하더군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네트렙코가 바르가스를 거부? 무시? 한 것처럼 보이더군요. 프리마 돈나의 그 도도함이란...) 안나 네트렙코가 자신과 같은 과의 까불이 기질과 드라마틱한 기질을 가진 롤란도 비야존을 꽉 잡고 안젤라 게오르규에게 돌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안젤라 게오르규로서도 대항마인 라몬 바르가스와 연대하여 앞으로도 많은 공연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까불이 스타조와 진지한 스타조의 격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된다면 향후 몇 년간 흥미로워질 것 같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cMwNB7/btsdGIzhqw9/ky9Ym6xCj2alJZHEqXu8t1/im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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