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4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70주년 기념공연 실황 DVD를 봤습니다.
이스라엘이 생기기도 전에 창단이 되었다는 유서 깊은 연주단체의 기록에 해당되겠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H5ZyA/btsddGQhbUU/vqDcvz62yRppuKLYaxKCnK/img.jpg)
최신 녹음 기술이 동원되었고 좋은 음질을 가진 DVD타이틀 중에 하나로 꼽을만합니다.
이 기념 공연에서 특별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다니엘 바렌보임이 연주자로 나온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입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몸속에 꿈틀거리는 열정과 기백은 젊은이의 것을 능가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열찬 연주를 바라보면서 자극을 받아 저 또한 고양되게 해 줬습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반응이 좀 더 쌍방향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랬더라면 브렌델 + 이설슈테트, 루빈슈타인 + 바렌보임(지휘), 길렐스 + 요훔과 같은 기억에 오래 남을 연주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남의 70주년을 기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악단의 기념하는 갈라 음악회인데... 참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악단의 소리는 어딘가 침울한 냄새가 납니다. 낙관적이라던지 활기가 넘친다던지 즐겁다든지 하는 방향으로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치열하다거나 자발적인 분위기를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고요...
처음에는 그런 연주에 대한 책임에 주빈 메타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습니다만... 그 점은 일단 유보시키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정적인 판단으로는 이스라엘의 어지러운 정세가 개인과 단체 모두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짐작케 합니다.
한편 영상물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담은 것에는 치메르만(Zimerman) + 번스타인 조합이 있습니다.
이것은 번스타인과 비엔나 필하모닉이라는 든든한 바탕이 있어 전체적으로 먹고 들어가는 경우라 할 수 있겠는데요. 특이한 점은 치메르만이 초창기에는 (요즘과 달리) 차분하고 담당한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 곡의 스타일상 in fighter형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치메르만의 연주는 out boxer스타일을 추구했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이 영상물의 경우에는 치메르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한 경우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녹음도 약간 구식이더라고요.
어머니는 치메르만의 팬이어서 이 영상물에 실린 연주를 좋다고 하시고 반면에 바렌보임의 연주는 폄하하시길래 (늙으면 안 되더라 云云) 찬찬히 비교해 보시라고 한번 더 빌려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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