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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8
1990년 로마월드컵을 기념해서 벌어진 전설적인 The Three Tenors공연은 그다음부터 월드컵이 벌어지는 해에 초대형 스타가 등장하는 클래식 공연을 가지는 전통을 만들어 냈습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세대교체가 이뤄져서 카레라스와 파바로티가 빠지고 그 대신 절정기를 만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테너 롤란도 비야존이 투입되었습니다.
안나 네트렙코와 롤란도 비야존은 젊음과 유쾌함과 뜨거움으로 채워주었고 터줏대감 도밍고는 초반에 보였던 난조를 극복하고 후반에는 전성기에 들려준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처음에 도밍고가 등장했을 때는 얼굴에 살이 빠지고 수염도 그리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추레한 느낌이었고 목소리도 얇게 들렸습니다.
비야존와 도밍고는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비야존이 도밍고와 이중창을 부를 때 선배님에게 선빵을 날리더군요.
'형님, 저 이 정도 됩니다' 하며 필요 이상으로 힘을 과시하더라고요.
그 후로 도밍고가 자극을 받았는지 양복 겉저고리를 벗고 불러 젖혔는데 슬슬 예전의 컨디션을 되찾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야존은 물오른 힘과 뜨거운 정열을 담아 관객들에게 거창한 한방을 날렸습니다.
앉아 있던 사람을 벌떡 일어나게 할 만큼 대단한 한방이었지요.
그리고 난 다음에 도밍고가 자신의 18번을 들고 나와서 관객들에게 끝판에 거대한 한방을 날렸습니다.
와, 정말 생각지도 않은 것에 사람들이 모두 난리가 났습니다. 이것 또한 사람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게 했습니다.
기립 박수가 나온 게 당연했지요.
그다음에 공연장의 분위기는 정말 제대로 불붙기 시작하더니 앙코르곡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볼만했습니다.
재미없는 독일사람들도 전국노래자랑에서 볼 수 있는 한 장면처럼 흥겨움을 한껏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모처럼 잔치 같은 공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브라보~
PS1.
안나 네트렙코는 2003년 페테르스부르크 300주년 기념공연 때의 고소영스러운 면이 사라지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변했더라고요.
PS2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도밍고의 소리가 얇게 들렸던 것이 초반에 PA시스템에서 톤 컨트롤 설정에 이상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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