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The Promise Of Music. Gustavo Dudamel

raker 2023. 4. 15. 12:25

2009/01/16
이 DVD는 다큐멘터리와 연주가 잘 어우러졌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으면 연주가 기대 되고, 연주를 보고 있노라면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한번 더 확인해 보고 싶게 합니다.
다른 음악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다큐멘터리가 주인공이 되어 음악이 종속적으로 되거나 다큐멘터리와 음악이 서로 연속성이나 관련이 없이 뚝뚝 끊어져 있어 그저 한 군데에 합쳐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하면 이 Promise of Music은 특별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은 단지 연기자의 연기가 뛰어나서여서가 아니라 극 중 악단원 개개인들이 음악에 대한 꿈과 열정, 헌신 그리고 어려운 현실에 맞서 굽히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용기를 보여주었고, 그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살면서 품 안에 접어둘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소중한 꿈을 다시 한번 꺼내보게 했고 험한 목표에 도전하는 그들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어서였던 것이었지요. 그와 유사하게 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면 음악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통해서 발산되는 그런 희망과 용기 같은 에너지를 느끼게 됨으로써 감동과 전율을 맛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교향악단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는 각 관현악 단원들이 음악을 향한 갈망을 실어서 소리로 뿜어내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은 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의 완급을 세심하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연주한 Eroica 교향곡은 일류 연주였고 기립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는 정말 뛰어났고 관현악곡은 지휘자의 의도에 따라 디자인이 되고 곡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상을 가지게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DVD를 보고 나서는 거기에 덧붙여서 그런 훌륭한 연주의 기저에는 단원 개개인의 존재와 음악을 이해하는 음악성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Eroica 교향곡에서 등장하는 제1 오보에를 들어보면 단원이 음악을 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풍부한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젊은이들의 연주가 정말로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노쇠한 세계에 있는 사람들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혼연일체 된 유대감이 있는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2002년도 한일 월드컵 때 경기장과 시청 앞에서 보여주었던 그런 에너지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에너지가 실린 연주를 감상하게 되면 듣는 사람도 가슴이 함께 벅차오르게 됩니다.

이 DVD타이틀에 대한 리뷰가 영국의 음악평론잡지 그라모폰에도 실렸는데, 리뷰어가 이 영상물을 보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몰라도 과격하게 찬사를 늘어놓았습니다. 하이클래스에 속해 있는 영국인이 그렇게 과격하게 의사 표시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평생에 몇 번 구경하기 어려울 텐데 말이죠. 하여튼 하이클래스에 속해있는 영국인마저 펄쩍 뛰게 만든 이 좋은 영상물을 여러분도 꼭 한번 보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