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5
오퍼스 아르테에서 출시한 블루레이 타이틀 중에는 여러 종류의 오페라가 있어 그중에 잘 알려진 관심작들은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벨리니가 작곡한 노르마는 제가 잘 모르는 곡이라 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노르마 하면 떠오르는 것이 소프라노에게 요구하는 것이 큰 대곡이라 마리아 칼라스, 조안 서덜랜드, 몽세라 카바예 등의 불세출의 명가수들 정도나 소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와 유명한 아리아 Casta Diva (정결한 여신)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몽세라 카바예의 전성기 시절에 공연한 콜로세움 야외공연실황을 볼 기회가 있었지만 태양계 끝자락에서 우주 탐사선이 보내온 것 같은 희미한 신호를 재생한 것처럼 화질과 음질이 열악하여 오래 들여다볼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노르마는 왠지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작품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성악가들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 고민이 되었지요. 하지만 해당 공연에 대한 좋은 평에 의지해서 블루레이 타이틀을 질렀습니다. 한글자막이 없어서 영어자막을 켜놓고 감상해야 했지만 오페라 작품도 괜찮았고 성악진의 노래도 근사하더군요. 듣던 대로 대형 성악가가 아니면 소화하기 버거울 작품이더군요. 미국출신의 소프라노 해스믹 파피안이 노르마를 맡았는데 노래 실력도 그렇고 노래의 톤도 그렇고 생김새나 인상도 그렇고 노르마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대연출은 정통형식이 아니라 생뚱맞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이 공연물로 인해 오페라 노르마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난 후에 그리스 출신의 디미트라 테오도슈가 공연한 노르마 공연을 빌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연물은 야외공연을 DVD에 수록한 것이라 그런지 HD카메라로 촬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의 완성도가 좋지 않습니다. 조명이 어둡고 카메라가 먼 곳에서 줌으로 인물을 잡을 때 포커싱이 흐려지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화면이야 기대에 못 미치지만 그런대로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음질이 평균 이하여서 성악가의 기량이 많이 묻히는 것 같았습니다. 희귀 자료라고 한다면야 억지로라도 참고 보겠지만... 끝까지 참고 공연물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만약에 제가 맨 처음 본 노르마 DVD가 이것이었더라면 노르마에 대한 인상이 좋았을 것 같지도 않고 살면서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 이상 노르마에 대해서 다시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다음에 에디타 그루베로바가 출연한 노르마를 보게 되었는데, 이것 아주 대단했습니다. 아달지사와 폴리오네 역할을 맡은 성악가의 기량이 정말 놀라웠고요 그루베로바도 배역에 걸맞은 위엄과 포스가 작렬했습니다. 무대연출은 실험적이지 않아서 오소독스 한 오페라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을 것 같네요. 최근 공연이어서 화면도 좋고 오디오도 좋습니다. 여러 면에서 널리 추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공연입니다. 한글 자막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루베로바의 얇고 섬세한 톤 보다는 마리아 칼라스의 굵고 깊은 톤이라던지 네트렙코의 어두운 톤이 좀 더 노르마의 특성에 잘 맞을 것 같아 보입니다. 그루베로바는 최고의 기량을 가진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유명한데요 다만 이런 곡에서는 체스트 보이스를 사용하여 어두운 표현을 섞는 것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루베로바는 1946년생이라 공연이 있던 시점인 2006년도에 만 60세가 되었는데 그 연세에 이런 대곡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지휘자 프리드리히 하이더는 그루베로바의 남편이라고 하는군요. 부부가 같은 길을 함께 가는 걸 보니 보기에 좋아 보입니다.
노르마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오페라는 아니지만 좋은 DVD/블루레이 공연물로 접하시면 관심대상이 좀 더 넓어질 기회가 되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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