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다시 본 스리 테너스 DVD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raker 2023. 4. 15. 12:29

2009/02/01
1990년 로마 월드컵을 기념하여 당대 최고의 테너 3명으로 콘서트를 하는 초대형 기획이 이뤄졌었는데 그 이전에는 이런 큰 반향을 가져온 클래식 공연 기획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테너를 한 자리에 모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요. 연주자가 웬만큼 강심장이 아니면 그런 공연에 나서기 힘들죠. 세기의 테너라 할 수 있는 루치아노 파발로티는 꿀릴 게 하나도 없는 입장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큰 마음을 먹고 공연을 수락해야 했을 플라치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에게는 그 공연에 나서겠다고 한 용기만으로도 큰 박수를 보내야 할 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이 공연을 봤을 때도 대단한 쇼를 보아서 감탄했었지만 그 후로 시간이 오래 흐르다 보니 다른 공연에서 받은 감흥으로 인해 이 공연의 감흥은 차츰 뇌리에서 잊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루치아노 파바로티 타계 1주년이 되어 다시 마음이 동해 스리 테너스 DVD를 보게 되었지요. 그랬더니 그때의 전율이 다시 몸속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악가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무대 뒤에서 다음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긴장하고 있는 다른 성악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검투사가 대결을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앞서 노래 부른 성악가가 큰 박수를 받고 무대에서 퇴장하면 그 빈 무대를 향해서 다음 성악가가 무대로 들어오는 모습은 검투장을 향해 뛰어들어가는 검투사와 별반 다르지 않게 보입니다. 이들이 세계 정상인 것은 단지 노래를 잘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최고난도의 긴장감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100% 뽑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최정상의 사람들이 서로 모여서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니 그 결과가 어떻겠습니까?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시너지가 일어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받는 감명은 정말 대단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 공연을 다시 보다 보니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점도 찾아낼 수 있게 되었군요.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격조가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연을 기념하는 발트뷔네 공연물은 성공적인 공연이긴 했지만 오리지널 스리테너스 공연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그런 격조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같군요. 새로 투입된 젊은 사람들이 아직 그런 면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직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서 그런가 봅니다. 젊은 성악가들이 멋진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잘 배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