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TT 콘텐츠 감상

프로메테우스 [2012]

raker 2023. 3. 31. 07:41

2012/06/16
프로메테우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의 신들보다 한 세대 앞서는 티탄족에 속하는 신으로 인간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불을 훔쳐서 사람에게 준 것으로 죄를 받은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진흙으로 사람을 만든 얘기는 부각이 되어 있지 않네요. (프로메테우스가 보이오티아의 파노페이아에서 발견한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고 아테나 여신이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하지요. 이 부분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성경과 내용이 겹치기 때문인 것 같고요... 좀 더 힘이 세고 끝까지 살아남은 쪽에서 인간 창조자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창조자가 사람을 왜 만들게 되는지 그리고 어째서 사람을 없애려고 했는지 알아보려 한 것이기 때문에 영화 제목을 프로메테우스로 잡은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인류의 기원을 찾는 것은 종교적인 의미나 과학적의 호기심의 대상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심리적으로는 생부모를 모르는 고아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기 위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과 비슷한 심리적 상태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 출생의 비밀은 무엇이지? 나는 쓸모없다고 버림받았는가? 또다시 버림받는 것은 아닌가?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그 벌을 받는 게 아닐까? 나는 왜 응당 받아야 할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아야 했는가?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닌 걸까? 누가 나를 보호해 줄 건지 정말 막막하다... 등등)

영화를 보고 극장을 빠져나올 때 약간 허무한 느낌이 들더군요.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한 완전 실패한 탐사이고 영화적으로 기대했던 압박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집에 와서 다시 떠올려 보니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엘리자베스 슈(누미 라파스)와 데이비드(마이클 패스빈더)의 대사를 통해서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데이비드: "왜 인간이 로봇을 만들었죠?"
엘리자벳 슈: "만들 능력이 되어서 만든 것뿐이다."
bla bla...
데이비드: "모든 자식들은 부모가 죽기를 바라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이야기하려 한 듯)

오, 이 장면 완전 오싹했었어요. 데이비드의 말에 뼈가 있어서 긴장을 주고 공포감을 주었거든요.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대사는...
엔지니어는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은 로봇 창조를 했으니 인간은 엔지니어에게 기대고 로봇은 인간을 섬겨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생각의 관성을 역발상으로 돌려, 로봇은 인간을 파괴할 수도 있고, 인간도 엔지니어를 파괴할 수도 있다며 사고 방향의 변곡점을 가져오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인간의 한계(수명)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통해 인간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점에서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블레이드 러너가 영감을 주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싶지만 영화적인 면에서 그다지 매력이 있는 영화로 기억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프로메테우스는 원조나 시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시점에서의 존재의 격,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나 나중에 프로메테우스가 블루레이/DVD로 확장판이 나오게 된다면 좀 더 영화적으로 설득력 있고 흡인력이 있는 영화로 인식될 수 있을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보여줘. 보여줘. 너의 내공을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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