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탑 오디오에 사용할 파워 케이블 결정

2022-03-28

데스크 탑 오디오에 사용할 파워 케이블의 경우 어떤 것을 채택해야 하면 좋을지 파악 중입니다.

(1.0 SQ 수준의) 번들 파워 케이블은 힘이 필요할 때 빨리 전달해 주는 능력이 좋고 (양의 관점이 아니라 시간의 관점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인위적으로 잘려나간 대역이 없다는 점은 괜찮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좋은 것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좋은 파워 케이블에서 표현해 줄 수 있는 정보량을 전달해 주지 못합니다. 골격만 살아있고 듬성듬성 비어있다는 느낌입니다. 
왜소한데 죽지 않겠다고 악바리처럼 움직이는 사람 같다는 느낌입니다. 안쓰러운 소리입니다.
1.0 SQ 굵기의 전선이면 2.9A까지 전류를 흘릴 수 있다지만... 80와트 출력의 Schiit Audio Aegir 파워 앰프가 순간적으로 끌어당기는 전류를 제한 없이 흘려줄 만큼 심선의 굵기가 충분하게 굵지 않은 모양입니다.

벨덴 16394는 심선의 굵기가 번들 파워 케이블에 비해 두껍습니다. (AWG14, 최대 5.9A까지 전류를 흘릴 수 있다네요) 
파워감이 좋습니다. 힘이 부족해서 소리가 움추러드는 일은 절대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탁하고 칙칙하고 푸석한 질감을 가지며, 소리가 쉽게 펼쳐진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항상 가까스로 어렵게 소리가 전달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디테일이 부족한 편이고 하모닉스 표현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맛은 별론데 포만감을 주는 (피시 앤 칩스 같은) 음식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되네요. 식욕이 왕성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식욕이 줄어들고 기준이 높아지면 문제가 되겠습니다. 
저는 만족할 수 없어요.
(Bare Copper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구석에 쑤셔 박아둔 케이블 더미에서 찾아낸 트리니티 MKII (OFC, 3SQ, 최대 8A전류 전송)는 씻겨나간, 굴곡이 순화되어 mild 하게 느껴지는, 매가리가 없는, 건너뛰는 것처럼 들리는, 함량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그런 인상입니다.

오디오퀘스트 NRG-3는 NRG-4에서 고분자 시트가 제외된 제품인데요. EMI 흡수 시트의 부재로 인해 상당히 홀가분해진 긍정정인 방향으로 개선된 소리가 나오지만... 그래도 여전히 답답한 느낌을 줍니다.
(SPC+ = OCC, 14 AWG, 최대 5.9A 전류 전송, 선재는 좋으나 인슐레이터 선정 기준이 하이엔드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오디오퀘스트 NRG-4는 파워 앰프에 사용하면 소리를 많이 먹어버립니다. 케이블 구조는 EMI를 흡수하는 고분자 시트로 심선이 싸여 있는데요... 답답한 소리를 나게 만드는 주원인으로 의심됩니다. 그렇지만 DAC에 연결할 경우에는 나름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으므로 써야 할 곳과 피해야 할 곳이 분명한 케이블인 것 같습니다.
(SPC+ = OCC, 선재는 좋으나 인슐레이터 선정 기준과 EMI 흡수 선정 기준이 하이엔드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가격대가 계속 올라가지만 마음에 드는 케이블을 찾지 못하던 중… 
큰 기대하지 않고 케이블 더미에서 꺼낸 Trinity Light (OFC, 2.1SQ, 최대 5.9A 전류 전송) 케이블 쪼가리는 반전의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다이내믹 레인지 표현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힘이 필요한 부분에 아낌없이 쏟아붓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량은 손실되지 않고 제대로 표현됩니다.
이게 웬일이래~~ 
그런데 가지고 있는 Trinity Light 선재로 파워 케이블 몇 개는 만들 수 있지만 시스템에 필요한 만큼 다 만들 정도는 안되네요.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지 알아보니 아쉽게도 지금은 단종이 되어 더 이상 구할 수가 없네요.ㅠㅠ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모든 플러그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더군요.
Marinco IEC 플러그 사용했을 때는 아주 멀쩡했는데요...
슈터 IEC 플러그 달고 나면 여리여리해져서 음악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합니다. 
음악에 집중되도록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방해하네요.
Marinco IEC 플러그 사용하다가 슈터 IEC 플러그 사용하면 프로 축구 경기를 보다가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을 보는 것 같습니다.

얘기가 계속 딴 데로 샙니다만… 린 오디오 제품 중에는 일반 크기의 플러그를 연결할 수 없고 슈터 IEC 플러그만 체결 가능한 제품이 있습니다. 
린은 디자인을 좋게 하기 위해서 음질을 포기하는 위험한 결정을 내렸군요. 
모르고 그랬을 테지만… 다시는 그런 안타까운 결정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