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2 14:33:43
아날로그로 녹음하고 마스터링 한 시절에는 그 당시에 동원할 수 있는 최선의 아날로그 방식의 마스터링 장비를 이용해서 리코딩을 만들었습니다. 디지털로 녹음하고 마스터링 하게 된 이후에는 디지털 방식의 마스터링 장비를 이용해서 리코딩을 만들어 냈는데요. 그 시기에 따라 리코딩의 완성도가 너~무 다릅니다.
예를 들어 1984년에 녹음한 클라우디오 아라우 연주, 콜린 데이비스 경 지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필립스 416 144-2, DDD) 리코딩을 들어보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공간적인 거리감이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피아노가 오케스트라 앞에 놓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오케스트라 사이에 피아노를 처박아놓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경계가 어색합니다.
피아노는 피아노답게 소리가 공간을 채워나가야 하고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오케스트라답게 소리가 공간을 채워나가야 하지만 이 녹음에서는 피아노가 들어차 있는 부분에 해당하는 뒤쪽의 오케스트라 소리는 흔적 없이 지워진 것처럼 들리게 됩니다.
이것은 명백한 디지털 artifact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 디지털 마스터링 장비의 완성도가 낮아서 그랬겠지요.
창피하게도 20여 년 전 스테레오 초창기에 나온 리코딩보다도 못했습니다.
1961년에 녹음한 빌헬름 켐프 연주, 페르디난드 라이트너 지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DG the originals, AAD) 리코딩에서는 그런 어색한 점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공간적인 거리감이 나타났고 피아노의 음향 표현과 오케스트라의 음향표현이 각각 존재하며 서로는 방해하지 않습니다.
수모를 무릅쓰고 디지털 리코딩과 마스터링은 계속 발전해 가면서 digital artifact를 제거해 냈고, 2008년 이후의 콘체르토 녹음에서는 digital artifact가 사라져서 현장감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1년도에 녹음한 예프게니 수드빈 연주, 오스모 반스카 지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24bit 96kHz 마스터 음원(BIS)은 공간의 표현이 무르익어서 50년 전의 녹음에 비해 이렇게 발전했노라며 당당하게 얘기하는 듯합니다.
현대의 녹음 수준을 대표하는 내노라는 리코딩이 아닌데도 이 정도입니다.
현악기와 와인은 오래된 것이 좋고 피아노와 여자는 새것이 좋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제는 여기에 리코딩도 끼워줘야 할 것 같습니다.(그러나 마스터테이프에서 새로 복각한 reissue는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이렇게 낡은 리코딩의 경우 최초발매 당시의 미디어 그대로 재생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공연, 연주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루레이 타이틀 정렬시키기 (0) | 2023.06.21 |
---|---|
뮤지컬 킹키부츠 관람 (0) | 2023.06.19 |
브리카스티 M1 DAC 도입한 사정 (0) | 2023.06.18 |
블루레이 공연물 DTS-HD Master Audio 유감 (0) | 2023.06.18 |
오페라 입문서 두 권의 느낌 (1) | 2023.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