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프로세서

브라이스턴 BDA-3 DAC (리뷰대여)

raker 2023. 5. 31. 07:48

2018/07/06

캐나다에 근거를 둔 브라이스턴은 35년 경력을 가지고 있는 관록 있는 회사이지만 익숙한 분야에만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 애호가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발 빠르게 개발하고 다양한 분야로 제품의 범주를 넓혀 나가면서 왕성한 개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브라이스턴은 처음 오디오 업계에 입지를 세우는 데 공헌한 앰프군에 대해서 꾸준히 향상된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스피커 장착형 파워앰프와 헤드폰 앰프를 추가해 나갔으며, CD 플레이어와 D/A 컨버터를 개발하면서 축적된 디지털 오디오 기술을 확장하여 서라운드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디지털 크로스오버를 개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네트워크 스트리밍 음악재생에 대한 요구에 부응한 BDP 시리즈를 개발했고 CD 리핑 전용 옵티컬 트랜스포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스피커, 서브우퍼, 와이어리스 네트워크 스피커를 개발했다. 그리고 턴테이블, 승압 트랜스포머, 포노앰프까지 개발하면서 오디오 분야의 거의 전분야에 걸쳐 제품을 개발하면서 도전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브라이스턴 BDA-3 D/A컨버터는 브라이스턴에서 내놓은 세 번째 분리형 D/A 컨버터로써 HDMI 입력과 DSD 신호를 디코딩하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첫 세대 BDA-1 제품은 기본적인 S/PDIF와 AES/EBU 입력의 우수한 성능으로 입증받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USB 입력의 초창기 시대여서 파일 재생을 완성도 높게 재생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그 후 완성도 높은 USB 입력 성능을 갖출 수 있게 되었을 때 두 번째 BDA-2 제품이 나오게 되었고 BDA-2는 오디오 애호가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입증해 주었고 전 세계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BDA-2가 나오고 난 이후에 디지털 오디오 재생장치 부문에는 굵직한 신기술이 나타났다. DSD 신호를 분리형 DAC로 전달하는 수단이 마련되어서 선택의 여지가 늘어나게 되었고, 타이달 같은 구독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어서 정액 서비스 요금을 내면 과거의 리코딩에서부터 갓 발매된 리코딩까지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Roon과 호환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연회비를 지불하면 사용자가 보유한 파일 음원의 태깅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 환경 특성에 최적화시킨 MQA라는 손실압축 포맷도 등장했다.

브라이스턴은 디지털 오디오 재생 시스템에 새롭게 제시되고 있는 신기술과 변화에 대해서 제품 간 기능분담시키기로 했고,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복잡한 기능은 브라이스턴 BDP 제품이 담당하도록 하고, 브라이스턴의 DAC는 고유의 기능에 집중하도록 했다.
브라이스턴은 HDMI 입력이 필요하거나 DSD 신호를 디코딩하는 기능이 필요한 사용자를 위해서 브라이스턴 BDA-3 D/A 컨버터를 개발했고, 그런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서 BDA-2 제품을 계속 공급할 예정이다. 


HDMI 입력

여러분께서 잘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SACD는 불법복제 방지에 지나치게 공을 많이 들인 규격이다. 유니버설 플레이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에서 SACD타이틀의 DSD 신호를 외부로 송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HDMI 출력을 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디오 업체의 규모와 능력으로는 HDMI 입력을 받아 디코딩해 주는 D/A 컨버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SACD 타이틀은 일체형 플레이어에서 재생되는 것이 숙명처럼 여겨졌고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SACD는 분리형 D/A컨버터를 지원하지 않는 폐쇄적인 구조를 가진 것으로 뇌리에 각인이 되었다.
하지만 브라이스턴은 평범한 오디오 업체가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디오 그레이드의 AV 프로세서를 만든 경험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브라이스턴은 BDA-3에 HDMI 입력을 추가하면서 DSD 신호를 PCM 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DSD 신호를 네이티브로 처리해서 신호 열화 없게 처리할 수 있게 했다.

HDMI 입력이 달린 D/A 컨버터라는 유니크한 포지션을 감안하여 BDA-3의 리뷰는 HDMI 입력에 중점을 두어 다루고자 한다. 그리고 HDMI 입력을 통해서 DSD 신호만 송출하는 것이 아니므로 SACD뿐만 아니라 음악 콘텐츠를 담은 다양한 디지털 오디오 포맷의 재생 결과에 대해서도 다루겠다.

리뷰에 사용한 플레이어는 개조 오포 UDP-205 플레이어이고 HDMI 케이블은 소니 DLC-9150ES HDMI 케이블을 사용했다. 참고로 오포 UDP-205의 개조 부위를 알려드리자면 스위칭 파워 서플라이를 리니어 파워서플라이로 교체했고, 시스템 클럭과 BD ROM 구동 클럭을 펨토 클럭으로 교체했고, DAC 보드의 아날로그 종단 출력에 사용한 전해 콘덴서 대신에 OSCON과 WIMA 필름 콘덴서를 병렬로 교체했다. 클럭을 개조할 때 BD ROM 구동 클럭과 2 채널 DAC 보드의 클럭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해서 BD ROM 구동 클럭을 교체했으며, 다시 말해 테스트에 사용한 개조 오포 UDP-205는 2 채널 DAC 출력보다는 HDMI 출력의 품질 향상에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HDMI 입력 – 블루레이 오디오 타이틀 / HFPA 타이틀

SACD에 비해서는 상업적으로는 덜 성공했지만 물리적 매체에 고해상도 음원을 담은 블루레이 오디오(또는 HFPA로도 불리는) 타이틀을 HDMI 입력으로 재생하면 어떤 소리가 날까? 24bit 96kHz PCM 신호가 수록된 HFPA 타이틀 Anne-Sophie Mutter Beethoven Violin Concerto (DG 00289 479 1063)을 재생시켜 보면 다이내믹, 리듬, 페이스가 제대로 재생이 되어 음악에 몰입이 잘 된다. CD 재생에 비하면 다이내믹 레인지가 향상되고 바이올린의 악기 질감과 밀도감이 향상되어 들린다.
고해상도 음악이 얼마나 많은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증명할 수 있고 HDMI 입력이 되는 DAC를 사용했을 때 얼마나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조합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다수의 오디오 애호가들이 고해상도 음악을 재생하고 싶어서 파일 재생 시스템에 도전하지만 대부분은 그 소리 수준에 실망하게 되고,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추가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서 자문을 받고 나면 그 규모의 방대함에 충격을 받곤 한다. 그런 점에서 오포 UDP-205 4K Ultra HD Audiophile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와 브라이스턴 BDA-3과 HDMI 케이블이라는 단출한 구성만으로도 레퍼런스 퀄리티의 고해상도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블루레이 오디오 타이틀 / HFPA 타이틀은 브라이스턴 BDA-3의 진가를 빛나게 해 줄 콘텐츠이지만 아쉽게도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해서 접할 수 있는 타이틀의 개수가 매우 제한적이다.


HDMI 입력 – 공연실황 블루레이 타이틀

오포 UDP-205 4K Ultra HD Audiophile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 출력과 브라이스턴 BDA-3의 아날로그 출력을 비교해 보려 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로베르 르파쥐가 연출한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무대는 연기자의 음성과 행동에 따라 작용하는 비디오와 이미지로 구현한 것인데 이를 위해서 기다란 척추 모양의 판을 스크린 삼아 관객이 자신을 시간을 초월한 신화적 세계의 일부라고 믿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 혁신적인 공연이 담긴 바그너 발퀴레 블루레이 타이틀 (DG 073 4855)은 영상 구성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오디오 퀄리티도 좋아서 좋은 오디오 재생 시스템을 갖추고 나면 제대로 재생해서 다시 들어보고 싶어 지게 만든다. 발퀴레는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전주곡이 매우 격렬하고 숨 가쁘다. 그것은 지그문트가 그를 살해하려는 적의 무리에 쫓겨 홀로 숲 속을 도망 다니는 장면을 묘사하기 때문이다.

오포 UDP-205로 재생했을 때는 특정 대역을 중심으로 쏠려있는 것처럼 들리며 묵직하게 아래까지 잘 내려간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또한 소리가 조여지고 여운이 줄어들고 포화된 것처럼 들려 호흡이 불필요하게 짧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원초적인 긴박감이 들게 느껴지기보다는 정신없게 느껴진다고 해야겠다.

그에 비해서 브라이스턴 BDA-3는 저역의 묵직함을 제대로 살려내고 지휘자가 의도한 음악의 호흡의 길이를 제대로 살려냄으로써 원곡이 의도하고 있는 원초적인 긴박감을 충실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역 간 질서가 무너지지 않아 정신없게 들리지 않는다. 브라이스턴 BDA-3의 이런 묵직하고 안정적인 재생음은 작품당 4시간 이상 감상해야 하는 바그너 오페라 재생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묵직하게 재생되는 소리는 HDMI 입력 여부를 떠나 브라이스턴이 이전에 만든 DAC에서 맛볼 수 있었던 공통분모라 할 수 있고 다른 경쟁 제품들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BDA-3가 BDA-2에 비해서 좀 더 가다듬고 개량이 된 부분이 있다면 소리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BDA-2의 경우에는 묵직하게 들리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이 세세한 부분이 제대로 들리면서도 묵직하게 들린다기보다는 소리가 불분명하고 틔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묵직하게 들린다는 느낌을 주어서 소리가 정상적으로 트여서 들릴 때까지 오랜 시간의 에이징이 필요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 BDA-3는 에이징이 되어 있지 않은 제품에서도 소리가 뭉쳐져 있거나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어져서 염려가 적어지고 호오를 덜 타는 제품이 되었다.
생각 같아서는 모든 음악 공연실황 블루레이 타이틀이 메트로폴리탄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처럼 음질이 좋았으면 좋겠지만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오래전에 출시된 공연물은 음질이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가급적이면 2012년 이후에 제작된 공연물을 접해 보실 것을 권하고 싶다.


HDMI 입력 – SACD 타이틀

오포 UDP-205 플레이어의 셋업 화면에서 SACD재생 우선 순서를 2 채널로 설정해 두어서 SACD 타이틀을 넣으면 자동으로 2 채널 레이어를 선택하게 해 두었다. SACD 타이틀을 재생시키면 브라이스턴 BDA-3의 샘플링 레이트 표시창의 DSD 1X에 녹색 LED등이 점등되며 2 채널 DSD 신호가 재생된다. 

DSD 신호가 수록된 Anne-Sophie Mutter Beethoven Violin Concerto, DG 471 633-2 SACD 타이틀을 재생해 보면 무르게 들려서 음악에 추진력이 비는 것처럼 들린다. 순간적으로 제대로 힘이 실려야 제소리를 낼 수 있는 바이올린의 특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바이올린 소리가 제대로 세워지지 못하고 뒤로 자빠지고 미끈거리듯이 들린다. 그 당시로서는 최선의 방안을 담아낸 것이겠지만 CD보다 낫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블루레이 오디오 타이틀 재생음 수준을 맛보고 나서 SACD 타이틀의 재생음을 듣게 되면 안쓰럽다. 하지만 이것은 브라이스턴 BDA-3이 가진 고유의 한계가 아니라 DSD 포맷이 가지고 있는 자체적인 한계로 이해해 주셔야겠다.


HDMI 입력 – 일반 영화

브라이스턴 BDA-3에서 다른 다른 블루레이 오디오를 재생시키다 보니 24bit 192kHz DTS Master Audio로 인코딩이 되어 있는 블루레이 오디오 타이틀도 재생할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Accardo Plays Paganini, DG 479 8668) 
브라이스턴 BDA-3 매뉴얼에는 DTS Master Audio를 디코딩할 수 있다는 설명은 빠져있고 제품에도 DTS나 Dolby 로고가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을 보아 브라이스턴에서 공식적으로 DTS Master Audio나 Dolby Digital을 지원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어쨌든 이런 기능이 있다면 음악영화나 기타 오락영화를 재생할 때 TV의 사운드 대신에 오디오를 사용해서 재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겠다.

뉴욕의 정취가 실려있는 비긴 어게인, LA의 정취가 실려있는 라라랜드,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경이 담겨 있는 맘마미아, 호러 무비라 볼 수 있는 에일리언 커버넌트 영화 사운드도 브라이스턴 BDA-3을 통해서 맛볼 수 있었다. 브라이스턴 BDA-3에서 DTS 오디오 신호를 디코딩 신호하는 속도가 빨라서 오디오가 영상에 따라오지 못하고 싱크가 밀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센터채널과 서라운드 채널은 자동으로 2 채널로 다운믹스 되어 들리므로 설정을 고민할 이유가 없다. 재생만 시키면 알아서 해결해 준다.


맺음말

오디오로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으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추가해서 음악 영화나 음악 공연타이틀도 재생하여 음악 경험의 범주를 확장시키고 싶어 했던 사람들에게 그런 희망 제품은 나타나지 않았다. 희망이 말라붙었다 싶을 때 브라이스턴 BDA-3가 나타났다. 
늦은 감은 있지만 브라이스턴 BDA-3는 그런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고 단순히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 애호가들이 기대하는 재생의 수준을 만족시킬 정도가 되었다. 역량을 극도로 끌어올려서 브라이스턴의 역대 제품을 뛰어넘었다. 브라이스턴의 제품 개발력에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쉽지 않았을 도전적인 제품을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많이 하지 않은 결정에 고마울 따름이다. 브라이스턴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브라이스턴 BDA-3의 성과를 통해서 이 회사가 열정을 가지고 근면하게 일하는 회사, 엑셀런스를 추구하는 회사, 고객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회사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이 가격대의 DAC를 고민하고 있는 오디오 애호가 분들에게 브라이스턴 BDA-3 D/A 컨버터를 고려 리스트 윗줄에 올려둘 것을 권하고 싶다. 또한 이미 마음에 드는 DAC를 보유하고 계신 오디오 애호가 분들에게도 브라이스턴 BDA-3 D/A 컨버터를 하나 더 장만해서 음악 경험의 범주를 넓혀 보시라고 강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