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프로세서

Lindemann USB DDC (리뷰대여)

raker 2023. 5. 30. 22:42

 

2009/08/17

오디오 애호가는 고민거리가 잦아들 날이 없다. 대개의 오디오 애호가의 머릿속에는 고민거리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일 년 전에도 대상만 달랐지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 전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숙제를 하나씩 머릿속에 담아두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오디오는 복잡성과 다양성에 있어서 엄청나게 다양한 조합이 발생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디오 애호가들은 이런 상황에 압도된다거나 노고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지친다거나 낙심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근성을 가지고 이상하게 꼬여진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고민사항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묵묵하게 밟아간다. 그게 틀린 길이건 맞는 길이건 크게 개의치 않고 크고 작은 사고를 쳐가면서 하나씩 배워나간다. 사람에 따라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친 긴 세월을 통해서 끊임없이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고 수많은 베팅과 대가를 치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조차 낙으로 승화하며 자신이 취득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알려주는 이런 심오한 놀이과정은 어떤 면에서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과정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기질을 가지는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있어서 완성된 것, 너무 쉬운 길은 금방 시시해지게 마련이다. 설령 금방 안정을 찾았다 싶더라도 얼마 못 가서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황당한 사고를 치곤 한다. 그리고 새로 사고 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불로초를 찾는 듯한 애달픈 마음가짐으로 답이 보이지 않는 방랑과 몰입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CD재생 시스템은 불완전하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디오애호가들의 끊임없는 관심을 먹고서 발전하여 결국 음질적인 면에서 정상 수준에 도달해 버렸다. 만한 경사이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순간부터 CD재생 시스템은 오디오애호가들에게는 심심하고 식상한 대상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게다가 CD재생 시스템은 구조상 자체완결적인 면이 강해서 사고 칠 구석이 별로 없지 않은가? SACD플레이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최근 들어 LP를 재생하는 데 재미 붙인 오디오 애호가들이 늘어났다는 것도 오디오 애호가들의 이런 다이하드스러운 기질적인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법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오디오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만한 영역이 하나 더 생겨났다. 컴퓨터 오디오 분야다. 웹사이트에서 파일 형태로 다운로드하거나 CD에 수록된 디지털 신호를 리핑해서 파일형태로 저장한 후 이 음악파일을 재생하는 것이다. 이 컴퓨터 오디오 분야는 오디오 애호가들이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 고품위의 재생을 목표로 한 경우 불완전한 형태로 되어있다는 점

- 고품위의 재생을 하려면 학습과 경험이 필요한 수많은 컴포넌트의 조합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 (리핑방법, 리핑 프로그램, 파일포맷과 압축여부의 선정, 재생 프로그램, 재생프로그램의 버전, 운영체제,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선정과 그에 따른 드라이버 선택 등등)

- 누구나 가지고 있는 컴퓨터를 밑천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누구나 만만하게 보고 뛰어들 수 있다는 점

- CD신보는 줄어들었지만 새로운 음원을 세계 도처에서 다운로드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 점 (경직된 음반업계를 통하지 않고도 새로 각광받는 세계의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음악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게 됨)

- SACD는 신보가 줄어들었지만 이제는 다운로드를 통해서 고해상도 음악을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는 점

등등

 

컴퓨터 오디오는 오디오 애호가들의 흥미를 끌만한 분야이긴 하지만 시장에는 알짜배기 제품도 있는 반면 호기심 왕성한 오디오 애호가의 코를 베어가는 부실한 제품도 섞여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기술축적이 되어 있지 않은 업체 중에서는 16bit/48kHz까지만 지원하는 USB DAC을 내놓곤 하는데 이런 류의 제품은 본격적인 컴퓨터 오디오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미숙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Lindemann USB DDC는 컴퓨터와 DAC사이에 연결하는 디지털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장치다. 컴퓨터에는 USB로 연결하고 S/PDIF출력을 통해 DAC에 연결할 수 있다. 이 제품은 24bit/96kHz를 지원한다. 별도의 전원은 필요하지 않고 USB 케이블에 흐르는 5V DC를 이용해서 무전원으로 동작한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데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컨트롤 패널의 「사운드와 오디오 디바이스」 볼륨을 최대로 설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 전부이다. 제품의 콘셉트상 기존의 오디오 시스템에 PC를 가벼운 마음으로 연결할 수 있게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음질적인 면에서 충실하게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USB케이블을 통해서 들어올 수 있는 전기적인 노이즈 혼입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기적으로 격리시켰다고 하며 PLL을 통과시켜 지터를 줄였다고 한다.

 

사용한 환경은 다음과 같다. 운영체제는 윈도우 XP서비스 팩 3, 재생소프트웨어는 푸바 2000과 윈도우 미디어플레이어 11, EAC프로그램으로 리핑한 wav파일을 재생했다. 컴퓨터와 오디오 사이는 10미터 떨어져 있어 USB 익스텐션 케이블을 두 개를 이용했다. 사용한 DAC Beringer DEQ24/96이라는 프로용 제품이다. (원래는 DAC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입력과 아날로그 출력 기능이 달려 있어 DAC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 제품은 TOSLINK 디지털 입력은 가지고 있는데 동축 디지털 입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Lindemann USB DDC TOSLINK디지털 출력을 사용했다. 그런데 Lindemann USB DDC USB케이블 입력과 Toslink출력 사이의 거리가 아주 짧아서 필자가 신뢰하는 뚱뚱한 Toslink케이블이 체결되기 어려웠다. Toslink입구를 ''자로 꺾어주는 액세서리를 이용하고 USB케이블의 옆면의 플라스틱 몰딩부도 칼로 깎아내고서야 간신히 연결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 정도라면 컴퓨터 오디오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구성해 봄직한 평범한 구성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구성인데도 불구하고 Lindemann USB DDC S/PDIF출력의 품질은 필자가 경험했던 여러 미숙한 USB지원 오디오 제품과는 질적인 면에서 분명히 차별된다. 미숙한 USB지원 오디오 제품은 연결해서 음악을 굳이 오래들을 필요도 없이 바로 지루해지고 더 이상 음악을 듣고 싶은 욕구가 사라졌었는데 이 제품은 해상력에 하자가 없고 소리가 흐물거리며 뭉개지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차고 나가는 능력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 제품은 최상의 상태로 맞추기 위해서 난리법석을 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기본이 잘 잡혀 있는 소리를 내주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좀 더 정성 들여 좋은 소리가 나는 조합을 찾아가면 더 양질의 소리를 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디오 애호가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엉터리 장비를 가지고는 새로운 여행을 출발할 수 없다. 이 제품은 기본이 잘 잡혀 있는 제품으로서 최고의 컴퓨터 오디오 사운드라는 새로운 영토를 꿈꾸고 보물지도를 손에 쥐고 있는 오디오 애호가가 신뢰하고 몸을 맡길만한 존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용에 있어서의 편의성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항목인데 USB케이블을 꽂고 뽑기만 해도 별도의 조작 없이 기존의 사운드카드와는 별개로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어 편의성에서도 우수하다.

 

이 제품을 통해서 컴퓨터 오디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면 이제부터 고품위의 소리를 재생하는 방법을 확인하고 찾아내는 것은 사용자의 고유 몫이 될 것이다. , 모험할 준비는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