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플레이어 외

Ayre DX-5 Universal Audio Video Bluray Player (리뷰대여)

raker 2023. 5. 31. 06:51


2011/12/25
영상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서 나오는 영상 관련 제품은 오디오 성능 수준이 열악하다. 그 이유는 영상 제품을 동작시키는 회로와 부품에는 오디오 품질을 열화 시킬 수 있는 노이즈 발생원이 있는데 영상 업체가 제품 설계 시 노이즈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충분히 구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업체인 에어는 이런 점에 착안해서 영상 제품을 구입한 뒤 그 제품에 들어 있는 주요 부품을 재활용하고 재구성해서 오디오 능력이 뛰어난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기로 했다. 

에어에서 구사하는 전략은 제품 내부에서 스위칭 모드 파워 서플라이와 관련된 전원 노이즈를 없앨 것, TV나 프로젝터를 통해서 유입되는 스위칭 파워 서플라이와 관련된 전원 노이즈를 차단할 것, 그리고 그 기반을 중심으로 에어에서 보유한 디지털 오디오 기술을 투입하는 것이다. 일부 업체에서 시행하는 부품을 몇 개 교체하는 수준의 개조와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근본적인 부분에 도달할 만큼 철저하게 파헤친 후 재설계했다. 그 첫 작품은 파이오니어 DVD 플레이어를 기반으로 한 D1-X였고, 그 뒤를 이은 DX-7 DVD 트랜스포트도 파이오니어 DVD 플레이어를 기반으로 했다. 블루레이 시대를 맞이하여 에어가 선택한 제품은 유수의 AV 매거진에서 수상한 오포 BDP-83 블루레이 플레이어다.


에어의 설계변경사항

에어 개발진이 오포 BDP-83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들여다 보고 중점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주요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스위칭 모드 파워 서플라이 주전원
2. 주전원을 이용해서 간단히 1.0V, 1.1V, 1.8V, 3.3V DC 전원을 만들어낼 요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DC-DC 컨버터 칩(DC-DC컨버터 칩은 미니 스위칭 파워 서플라이에 해당한다)
3. USB 장치의 핫 플러깅을 지원하기 위한 차지 펌프(차지 펌프방식은 일종의 DC-DC 컨버터에 해당한다)를 이용한 파워스위치
4. 낮은 품질의 마스터 클럭
5. 아날로그 오디오 출력을 처리하는 보드 등이다.

 

그밖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여긴 것들을 DX-5 설계에 반영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1. 각각의 전압마다 리니어 파워 서플라이와 아날로그 레귤레이터 제공
2. USB 파워 스위치는 차지 펌프를 사용하지 않는 디바이스로 교체
3. 고사양의 VCXO 클럭으로 교체
4. 오디오용 회로는 비디오용 회로와 옵토 아이솔레이터를 이용하여 전기적으로 완전히 분리
5. 오디오 전용 파워 트랜스포머와 그 밖의 용도로 사용하는 파워 트랜스포머로 분리
6. 오디오 전용 그라운드와 기타 용도의 그라운드로 분리
7. 오디오 출력 전용 HDMI 출력단자 추가
8. HDMI 출력에 Audio Rate Control 지원(AV 프로세서에서 지터가 적은 오디오 신호를 처리할 수 있게 해 준다)
9. 2 채널 오디오 출력을 처리하는 보드(D/A 변환에는 프리 링잉이 없는 디지털 필터를 선택할 수 있음)
10. 192kHz/24bit USB 입력 기능(QB-9의 기능 이식)
11. 커스텀 프로그램으로 동작하는 FPGA 채용 (명령어를 인터셉트해서 AyreLink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게 변환해 준다. 예를 들자면 리모컨으로 볼륨을 조작하면 내장 볼륨 컨트롤을 무력화시키는 대신 AyreLink로 연결시킨 에어 프리앰프의 볼륨이 동작하게 만든다. 또한 형광 디스플레이에 커스텀 메시지를 표시할 수 있게 해 준다. 즉, USB 오디오 입력이 활성화되면 입력신호의 샘플레이트를 표기한다). 

DX-5 제품은 상당히 많은 기능과 오디오 출력을 내장하고 있다. 블루레이 영상출력(HDMI), DVD 업스케일링 영상출력 (HDMI), 블루레이 멀티채널 오디오 출력(오디오 전용 HDMI), 블루레이 2 채널 오디오 출력(아날로그, 오디오 전용 HDMI, AES/EBU), SACD 멀티채널 오디오 출력(오디오 전용 HDMI), SACD 2 채널 오디오 출력(아날로그, 오디오 전용 HDMI), CD 2 채널 오디오 출력(아날로그, 오디오 전용 HDMI, AES/EBU), USB DAC으로서의 음악파일 재생(아날로그). 심지어는 UPnP/dlna를 이용하여 네트워크를 통한 음악파일 재생도 가능하다.


영상 재생능력

영상 재생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데논 DVD-A1UD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쿠로 KRP-500M 플라스마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영상의 면에서는 오포 BDP-83의 영상을 좀 더 가다듬었다. 메인보드에 기생하고 있던 노이즈와 그 하모닉을 메가헤르츠 영역으로 치워버려서 영상이 더 깨끗하게 되었다고 한다. 에어 DX-5의 영상 퀄리티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점은 비디오 스케일링 성능이다. SD급의 화질인 DVD 화면을 Full HD 화면에 재생할 때 매끈하게 보여준다.

블루레이 영상 재생 면에서 봤을 때 에어 DX-5는 선도주자 그룹을 쫓아가는 2군 그룹에 속해 있다. 선도주자 그룹에 속해 있는 제품과 차이가 나는 점은 영상의 투명도와 동적 해상도 부분이다.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라 트라비아타 공연실황 타이틀(안나 네트렙코와 롤란도 빌라존이 출연한)을 보면 무대 벽면이 우둘두둘한 렌티큘러 형상으로 마감이 되어 있다. 

등장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로 빠르게 패닝 하며 쫓아가게 되면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TV가 이 배경의 렌티큘러를 제대로 재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국산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재생시켜 보면 화면재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배경이 아예 뭉개지면서 흐릿해지며, 에어 DX-5는 이보다는 훨씬 선명하게 잡아내지만 간간이 모아레 현상이 나타난다. 데논 DVD-A1UD는 렌티큘러가 뭉개지지 않고 모아레 현상도 나타나지 않게 재생할 수 있다.


오디오 재생능력

소리의 재생 면에서 보면 HDMI 출력과 아날로그 출력의 소리 경향이 다르다. HDMI 출력은 민첩하고 선명하고 좀 더 직설적인 면을 가지고 있으며 아날로그 출력은 미니멈 페이즈 디지털 필터를 사용한 에어의 최신 디지털 오디오 제품에서 느낄 수 있는 느긋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에어사가 에어 DX-5를 통해서 주장하려던 소리는 아날로그 출력이라 할 수 있겠으며, HDMI 출력의 경우는 에어가 성능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굳이 억지로 에어가 추구하려던 소리로 맞추려 하지 않고 원형을 유지시키기로 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떤 시스템에서는 HDMI 출력이 매칭이 좋지만 대신에 아날로그 출력이 밋밋하게 들릴 수 있고 또 다른 시스템에서는 아날로그 출력이 잘 재생되지만 HDMI 출력이 강하게 들릴 수 있다. 필자의 시스템에서는 HDMI가 매력적으로 들렸다. 아무래도 에어 DX-5를 운용할 사용자는 자신의 시스템 중에 어느 쪽을 잘 맞게 될지 사려 깊게 탐색해봐야 할 것 같다.

필자는 멀티채널 오디오에 대한 관심의 끈을 계속 쥐고 있던 터라 에어 DX-5의 HDMI를 통해서 재생되는 멀티채널 오디오 소리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청취했다. 처음엔 SACD 재생음이 조악해서 깜짝 놀랐는데 실험해 보고 매뉴얼을 찾아보고 나서야 에어 DX-5 설정에서 DSD를 PCM으로 변환해서 재생하면 소리가 조악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HDMI를 통해서 좋은 멀티채널 SACD 재생 결과를 얻고 싶으면 에어 DX-5에서 DSD를 그대로 출력하게 하고 서라운드 프로세서에서 DSD 신호를 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제대로 재생된 SACD 서라운드 사운드는 필자의 공간에서 들어본 것 중에서 발군의 보여줬다. 현장감 넘치는 멀티채널 오디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며칠간 SACD 타이틀을 있는 대로 꺼내서 들으면서 소스와 음악을 듣게 했고 내친김에 블루레이 공연실황 타이틀과 DVD 공연실황 타이틀을 까지 모조리 꺼내 탐닉하게 되었다.

아날로그 출력은 제품 후면에 있는 딥 스위치로 선택할 수 있게 한 디지털 필터에 따라 소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에어는 프리 링잉이 없는 아포다이징 디지털 필터보다 더 프리 링잉을 줄이도록 개량했는데 프리 링잉을 극도로 줄인 것이 Listen 모드이고 아포다이징보다 프리 링잉이 줄어들었지만 극단적이지는 않은 Measure 모드를 마련해 두었다. 에어에서는 Listen 모드를 추천하고 있지만 필자의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매칭 탓인지 맨송맨송하다는 인상이 들어 조금 더 활력 있게 들려주는 Measure 모드로 변경시켜서 청취했다.

동료 필자의 오디오 시스템에서 에어 DX-5와 에어 C-5Xe MP 버전의 SACD/CD 재생성능을 비교해서 들어봤다. 에어 DX-5가 좀 더 고역으로 막힘 없이 잘 뻗어주며 저역의 무게감은 상대적으로 조금 줄어드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제품 사이의 가격 차이를 인정하게 하는 성능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SACD/CD 재생의 수준에 비한다면 USB 입력을 이용한 파일 재생에서는 파일재생 방식의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라도 패치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


결론

에어 DX-5는 예전의 에어 영상제품과 마찬가지로 충실한 설계를 하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제품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면모에서 완벽한 드림머신이라고 불러주는 것은 너무 호들갑스러워 보인다. 그 대신에 이 제품은 HDMI의 오디오 출력 성능은 정말 뛰어나다. 현시점에선 대안이 없을 듯싶다.

제품을 반납하기 전까지 되도록 다양한 소스를 재생해서 듣고 싶어서 연일 몰입했다. 제품을 보내고 나서 이만큼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웠던 제품도 드물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