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플레이어 외

클라세 CDP-202 CD플레이어 (방문청취)

raker 2023. 5. 30. 22:10

2009/04/13

클라세는 한국에 소개 된 지 오래된 브랜드다. 오디오에 입문한 애호가들이 좀 더 성능이 좋은 제품을 갖고자 꿈을 꿀 때 염두에 두었던 여러 제품중에 클라세 제품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클라세와 비슷한 역할을 했던 브랜드에는 플리니우스를 꼽을 수 있다. 플리니우스의 브랜드 이미지는 그 이후로 크게 달라진 바 없는데 비해, 클라세는 제품의 수준을 좀 더 높여서 하이엔드를 찾는 애호가의 마음에 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오메가 시리즈로서 그 경지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클라세의 브랜드 이미지는 중가오디오를 발판으로 하이엔드에 도전해서 인정 받은 심오디오와 비슷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2001년에 B&W 그룹의 일원이 된 클라세는 첫 산물로 델타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제품군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고 오메가 개발에서 얻은 결실을 접목시켜서 사용자의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게 하는데 주안을 두었다. 사용자가 좀 더 편하게 음악과 영상을 즐기게 하겠다는 사용자 중심의 제품의도는 제품의 외관과 사용자 인터페이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외관 디자인의 면에서 보자면 클라세 델타 시리즈는 알루미늄 패널을 휘어서 앞면과 옆면을 이음매 없이 매끈하게 연결시켰고 세심하게 비례를 맞춘 검정색의 슬롯형 띠와 조작패널부를 두어 지루하지 않게 했다. 조작 버튼의 갯수를 최소화 시키는 대신에 푸른색 바탕에 흰색 빛으로 문자와 숫자가 표시되는 터치스크린을 채용함으로써 조작의 문제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제품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이런 스마트한 디자인을 이끌어낸 사람은 Morten Warren이다. 이 분은 B&W에서 노틸러스 800시리즈의 외관을 디자인 했던 베테랑 디자이너다. 클라세 델타 시리즈가 주는 외관상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쉬크하다고 할 수 있겠다. 

클라세 델타 시리즈의 소스기기는 CD플레이어 부문에 두 제품, DVD플레이어 부문에 세 제품이 있는데 CDP-202 CD플레이어는 CD플레이어군에 속해 있는 최상급기다. DVD 플레이어중에 최고 성능을 가진 CDP-502 레퍼런스 디스크 플레이어는 CDP-202 CD플레이어의 오디오 재생 능력에 비디오 능력을 극대화시킨 것으로 하이엔드 DVD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CDP-202 CD플레이어의 재생 가능한 미디어를 보면 일반 CD플레이어와는 다르게 CD, CD-R, CD-RW, DVD-Video, DVD-Audio, Dual Disc, MP3, WMA, AAC, Video CD, S-VCD를 지원한다. SACD만 빼고 나머지는 다 지원할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를 재생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이런 다양한 미디어를 재생하는 재생장치를 소개하려니 필자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왜냐하면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오디오 애호가들은 CD플레이어에 DVD플레이 기능이 있는 것을 그리 달가와하지 않는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디오 애호가들은 내가 지불한 비용의 일부가 엄한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것에 아까와 하거나 비디오 신호를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고주파 노이즈가 음질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염려하게 마련이다. 클라세 CDP-202 CD플레이어에서 이처럼 많은 미디어가 재생되니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틀림 없지만, 그렇게 한 것은 델타 시리즈에 적용된 공통 플랫폼에 사용하는 부품과 구동컨트롤 방법을 공유(여러 면에서 비용이 절감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는)하기 위해서이지 나에게는 불필요한 부분을 쓸데없이 채워넣어서 비용이 줄줄 새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클라세 CD-202 CD플레이어는 적어도 사용자들이 DVD가 재생되는 소스기기를 기피하는 첫번째 기피사유에는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클라세 CDP-202 CD플레이어는 DVD도 재생할 수 있긴 하지만 고작해야 S-Video와 컴포지트 영상출력만 제공할 뿐이다. DVD 영상 재생이라거나 DVD-Audio의 부가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는 기능은 스펙에는 기재할 수 있겠지만 본격적인 영상을 지원한다고 내세우기는 약간 곤란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에어 C-5xe 유니버설 플레이어같은 경우는 DVD재생에서 영상출력 기능을 삭제시켜두었는데 클라세 CDP-202에서는 이와는 상반되게 DVD재생에서 영상출력 기능을 막지 두지 않았다. 두 회사 모두 그런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그 결정은 서로 상반되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두 제품과 두 업체에 모두 궁금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클라세 CDP-202를 소개하면서 제품의 정체성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길어졌는데, 이것을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클라세 CDP-202 CD플레이어는 CD를 재생하는 것이 본업이고 DVD재생은 보너스 기능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 


이 제품을 평가할 때는 CD플레이어로서만 평가했으며 DVD 재생 능력이나 DVD-Audio 재생 능력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았다. DVD-Audio는 언급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유통기능이 정지된 소멸매체가 되어버렸지만 그렇다고 이 제품에 내장된 DVD-Audio재생 능력을 그냥 썩히기는 아깝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DVD-Audio재생 기능을 이용하여 고해상도 음악을 재생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DVD라이터, DVD-Audio 저작소프트웨어, 공DVD를 가지고서 고해상도 음악파일을 DVD-Audio포맷으로 형식으로 구우면 클라세 CDP-202 CD플레이어에서 이를 재생할 수 있다. CD가 본업이고 DVD재생은 보너스인데 여기에 DVD-Audio 재생기능도 보너스로 끼워주니 웬지 마음이 한가위처럼 마냥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클라세 CDP-202 CD플레이어는 스테레오파일의 추천기기 리스트에서 A+등급에 랭크되어 있길래 잠시 어리둥절했는데 나중에서야 이해가 되었다. 이것은 클라세 CDP-202 CD플레이어의 DVD-Audio 재생성능이 수준급이어서 A+등급에 올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CD를 티악 슬롯 로딩 DVD-ROM트랜스포트에 집어넣으면 CD의 데이터를 읽어 일단 시러스 DVD 디코더를 통과시키고 Xilinx 프로그래머블 로직 디바이스에 전달한다. 이곳에서 24bit/ 192kHz로 업샘플링을 하면서 리클러킹도 수행하고 난 다음, 버브라운 PCM1792로 보내서 D/A변환이 일어난다. PCM1792는 총 3개가 장착되어 있는데 싱글엔디드 출력인 경우에는 중앙에 있는 것 한 개 만으로 스테레오를 담당한다. 밸런스드 출력인 경우에는 중앙의 것을 제외한 좌 우에 있는 것 두개를 이용해서 채널당 한개씩 동원하여 디퍼런셜 처리한다. 그 후에는 버브라운 OPA627을 통과한다고 한다. 이 제품의 성능을 다 뽑아내고 싶으면 밸런스드 출력을 사용하면 된다. 밸런스드 단자는 2번핀이 핫으로 설정되어 있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제품을 시청했다. 필자는 하이파이클럽의 시청실 환경이 생소하여 감을 잡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맨 처음에 연결한 클라세 CP-500프리앰프 CA-2200 파워 앰프 B&W 시그니춰 다이아몬드 조합에서는 B&W 시그니춰 다이아몬드가 다른 시스템에서 들었던 것보다 치찰음이 많이 들렸고 밝게 들려서 매칭 상태가 썩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인터커넥트나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에도 익숙하지 않은 제품이어서 난감했고, 클라세 앰프는 둘 다 성향을 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리차드 그레이 전원컨디셔너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과거에 들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받아서 당황스러웠다. 스피커와 앰프등 제품을 이것 저것 바꿔서 연결해 보다가 맨 처음 조합에서 스피커만 엘락 249스피커로 바뀐 시스템에서 청취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클라세 CDP-202 CD플레이어는 눈에 띄는 이상한 버릇을 가지고 있지 않다. 소란하게 들린다거나 소리가 얇아져서 하얗게 탈색된 것 같다거나 너무 느긋한 것 같다거나 인공적이고 PA스러운 왜곡이 있다거나 고역을 일부러 감쇄시킨것 같지도 않다. 고역은 입자감이 없이 스무스하게 재생되며 와글거리는 지저분한 소리도 섞여있지 않다. 해상력은 일체형 CD플레이어 치고는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하는 편이라 할 수 있고 트랜지언트 리스폰스는 대단히 빠른 편이다. 소리를 스리슬쩍 뭉개면서 부드럽게 소리내려는 제품과는 반대축에 있는 제품이다. 노이즈플로어가 낮아 소리가 사그러지는 꼬리도 어색하지 않게 잘 처리된다. 요약하자면 나와줘야 할 때와 들어가줘야 할 때를 민감하게 잘 맞춰주고 있고 크게 에너지를 뿜어내야 할 때와 작게 에너지를 흘려야 할 때를 잘 알고 콘트롤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음색의 면에서는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런 인상은 버브라운 OPA 627 OP앰프를 사용한 제품에서 간간히 느끼게 되는 음색과 닮아있다. 
이 정도의 실력이면 객관적으로 잘 만든 제품이라 할 수 있겠고, 취향이나 제품의 매칭에 따라 좀 더 잘 맞는 사람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제품을 대여해서 리뷰하는 것에 비하면 시청실에 방문해서 리뷰하는 것이 쉽지 않고 잘못하면 날림으로 흐를 수도 있겠지만 그 대신에 뭔가 이상할 때 즉시 다른 제품으로 바꿔서 테스트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다. 이번 리뷰에서 얻은 소득이 있다면 클라세 제품만으로 구성된 오디오 시스템의 소리의 느낌을 알게된 점이다. 클라세는 낱개의 제품이 따로 있을 때보다 합쳐놓았을 때 훨씬 더 좋은 인상을 받았다. 전체적인 클라세 시스템의 소리는 외관에서 느꼈던 것과 같이 쉬크한 느낌이었다. 소리와 디자인이 서로 일관성을 가지는 오디오를 발견하게 되면 웬지 갑자기 예전부터 알아오던 것 같은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