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06/11
ATC SCM12는 SCM10의 후속 기종이며 이번에 소개하게 될 SL버전은 이전 버전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이전 버전에서는 고역의 감도를 줄여놓아서 꺼진듯한 어두운 소리를 가지고 있었고 밀폐형 스피커의 장점을 그다지 많이 살리지 못한 저역을 가지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제니퍼 원스의 Famous Blue Raincoat앨범에 실린 First we take Manhattan을 틀어보면 드럼에 날렵한 스냅이 실려있는 듯이 들리고 서늘할 정도로 깨끗이 들린다. 제니퍼 원스의 음성은 약간 생경하게 들리지만 정말 미세한 차이다.
조 모렐로의 Going Places 드럼 퀄테트 앨범에 실린 Sweet Georgia Brown은 드럼의 팽팽한 장력과 떨림이 느껴지도록 충분히 반응이 빠르고 과도응답이 우수하다. 미세한 소리에 대해서 묘사가 잘 되며 왜곡도 적다.
버메스터 2003년도 샘플러에 수록된 Stimela를 틀어보면 북쉘프형에서는 그려내기 힘든 편에 속하는 중량감 있는 흑인 남성의 보컬을 잘 그려낸다. 무게감이 부족한 스피커나 오디오 혹은 케이블로는 이 맛을 살려내기는 어렵다는 것은 참고하시기 바라며 중역대에서의 왜곡이 적고 해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들숨과 날숨이 일어나는 것까지 생생하게 그려주는 사실감에 좀 더 음악에 빠져들게 된다.
같은 샘플러에 수록된 Poem of Chinese Drums를 틀면 규모의 당당함이 느껴진다. 확실히 북쉘프형 스피커 그룹 중 몇 안 되는 무거운 저역을 내줄 수 있는 그룹에 해당한다. 다른 플로어형을 통해 들어본 것에 비하면 배음이 약간 특이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쇼팽 피아노 연습곡을 틀어보면 대역의 일부를 손 본 느낌이 든다. SL버전 이전의 제품에서는 트위터가 담당하는 중간고역대 (약 3kHz 이상)와 그 상위 옥타브 정도가 음압을 낮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던 것에 비하면 SL버전에서는 이전만큼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그 흔적을 아주 없애지는 못한 것 같다. 까다롭지 않은 기준으로는 그런대로 즐길만한 소리를 내주는 편이다.
ATC SCM12 SL버전은 하베스 모니터 30을 연상케 하는 거침없는 빠르기와 선명함과 정숙함을 갖췄고 하베스 모니터 30이 가지지 못했던 저역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그 대신 하베스 모니터 30은 좀 더 평탄한 소리를 내주고 음악장르를 불문한 소리를 내줄 수 있었는데 반해서 ATC12 SL버전은 악기의 배음이 어색하게 들리는 면이 있다. 다르게 생각하면 클래식 음악을 별로 듣지 않는 사람에게는 꽤 근사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저역의 힘과 팽팽한 긴장감과 열기는 어느 북쉘프 스피커에 비해도 꿀리지 않는다. 유의할 점은 스피커의 감도가 낮은 편이라 100와트 정도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
200만원대 스피커에서 내줄 수 있는 소리의 기준을 높인 제품이라고 생각하며 가격적인 면이나 성능상의 면에서 관심을 둘만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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