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mbl 321E 북쉘프 스피커 (리뷰대여)

raker 2023. 5. 28. 09:33

2005/07/27

mbl 하면 우선 연상되는 것이 전방향으로 방사되는 래디얼 타입의 스피커이지만 mbl에서는 일반적인 모니터형 제품군도 가지고 있다. 321E 스피커는 모니터형 제품군에서 유일한 북쉘프 스피커에 해당된다. 이전의 모델 321을 개선한 제품이다.

이 제품이 다른 북쉘프형 스피커들에 비해 두드러지는 장점이 있다면 재생음역이 넓으면서 밸런스가 좋을뿐더러 저역의 재생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북쉘프형 스피커를 기피하는 오디오애호가들에게는 북쉘프형 스피커가 음악의 규모를 제한시킨다는 점이 못마땅하게 비쳤을 것이고 북쉘프형 스피커를 애호하는 오디오 애호가들조차도 비록 북쉘프형 스피커 일지라도 가능하면 넓은 대역을 소화해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으므로 그런 점에서는 입장이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 제품은 커다랗고 육중한 덩치에 걸맞게 충분히 낮은음까지 재생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스피커들이 흔히 사용하는 트릭 (제한된 저역을 보상하기 위해 풀어진 소리가 나도록 하는)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북쉘프형 스피커에서 내줄 수 있는 수준에서 당장에 톱 랭킹에 들만한 저역 재생능력을 갖추고 있다. 질적인 면에서나 품질의 면에서 부족감이 없는 정직한 저역 재생을 통해서 음악의 규모감을 충실하게 재생시킬 수 있다. 혹시 아직도 부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생긴다면 서브우퍼를 투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저역을 부풀려놓지 않게 튜닝되었기 때문에 서브우퍼를 투입했을 때에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다음 두드러지는 장점은 큰 소리를 잘 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용한 악구에서부터 점차 세기가 강해지며 몰아가다가 한껏 고양시키고 피날레로 최후의 한방이 터져주는 부분에서 위축되지 않고 제대로 한방을 날릴 줄 안다. 이런 강한 파워 핸들링 능력을 감안해 보자면 좁은 방 안에서 제한된 음량 안에서만 호령하는 제품이 아니라 좀 더 넓은 공간에 설치해 놓고 사용하더라도 전혀 초라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 제품은 특별한 음색을 제공한다거나 하는 이른바 개성파 타입은 아니다. 앞단의 소리를 가감 없이 들려주는 타입에 속한다. 현대적인 하이엔드 고성능 스피커의 목표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형태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는데 그래서 스피커에 비중을 크게 두고 운용하는 경우에는 제 실력을 발휘하기에 어려울 수도 있다. 앰프나 소스 기기의 실력이 뒷받침이 되었을 때 잠재된 실력을 뽑아내 줄 수 있다. 이런 과정이 까다로우며 시간도 많이 걸리게 되겠지만 그 대신보다 다양한 음악장르를 특이한 버릇없이 들려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특징을 얘기하자면, 뒤로 빠지는 편이라기보다는 적극적인 소리를 내주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딱딱하게 소리를 튀어나오게 한다던가 귀를 화끈거리게 하는 면은 일어나지 않는다. 적극적이나 조화를 깨지 않는다.

조 모렐로의 Going Places재즈 연주 앨범에서 드럼은 강렬하다. 그리고 스틱으로 두드리는 타격의 긴박감이 훼손되지 않고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렇지만 소리가 불필요하게 강조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색소폰도 힘이 과잉으로 들어가 있지 않다. 딱딱해지지 않으면서도 소리의 핵이 실려 있어서 실제감이 더 잘 느껴지게 된다.

파비오 비욘디가 연주하고 지휘하는 비발디의 화성의 영감을 들어보아도 역시 페이스는 치밀하게 나타나지만 심리적으로 쫓기는 느낌을 받지 않으며 오히려 악구 사이로 여유로움이 느껴질 법하다. 중역의 재생음이 나쁜 제품에서는 자동차 꽁무니에 바싹 따라붙는 차가 바로 뒤에서 쫓아올 때처럼 것처럼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원래 연주 자체가 파격적이고 약간은 전투적인 기운이 감돌기는 하지만 비음악적인 연주가 아니므로 듣는 도중에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오디오의 구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폴리니가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에서 양손으로 스케일 하는 1번, 24번 트랙을 틀어보면 엉성하게 만든 스피커를 얼른 잡아낼 수 있게 마련인데 이 제품에서는 잘못된 대역 간 위화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트위터와 우퍼 간의 대역 연결도 매끈하다.

테너 페터 슈라이어가 부른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를 틀어보면 오디오 시스템의 현재 매칭과 튜닝이 잘 잡혀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군기가 바짝 든 군인이 부르는 긴장된 소리이거나 나이를 무시한 가늘어진 젊은이의 소리가 나온다거나 한다면 오디오 기기의 미스매칭이 분명하다. 필자가 사용한 시스템에서는 이전에 사용했던 스피커보다는 아주 약간 젊게 들린다. 그래서 만약에 필자가 이 스피커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소스 기기나 앰프 중에서 어떤 것을 조정해서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감도가 낮은 스피커에는 기 때문에 도대체 얼마만큼의 파워가 필요한 것일까 걱정하실 분들이 많을 줄 안다. 필자는 무거운 100와트급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연결해 보았는데 공간이 크면 그 이상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정도로도 어려움이 없이 사용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