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유로프스키와 엘렌 그리모 공연물 블루레이

raker 2023. 5. 2. 22:38

2010/11/28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가 Chamber Orchestra of Europe를 지휘한 공연물입니다. 라벨 피아노 협주곡에는 불어권의 피아니스트 엘렌 그뤼모가 참여했습니다. 녹음장소는 파리에 있는 Cite de la Musique.

이 공연물에 실린 엘렌 그뤼모의 피아노 소리는 텔덱이나 그라모폰에서 나왔던 CD나 DVD에 담겨 있던 피아노 소리와는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공연장의 음향상태, 다른 녹음팀, 마이크의 세팅 위치, 다른 악기 등의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소리가 좀 더 생생하고 컬러풀하게 들립니다. 피아노의 녹음은 약간 근접해서 잡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요 그래서 공연장에서 들은 것과 다르지 않겠느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실제 공연장에 가보지 않은지라 이 부분은 그냥 패스.

연주의 분위기는 재기 넘치고 생명력이 넘칩니다. 지휘는 유연하여 답답하게 만들지 않는 젊음이 느껴집니다. 원래의 곡이 가지고 있는 위트와 장난스러운 부분을 잘 표현한 훌륭한 연주였던 것 같습니다. 듣는 동안 계속해서 음악에 집중하게 되었고 말미로 갈수록 끝까지 잘 마무리 져야 할 텐데 하는 조바심 같은 것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음악에 혹시라도 막판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얼마나 애통할까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퍼펙트게임이 이뤄지는 순간을 보고 있는 관중의 심정과 기대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니면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을 지켜보는 순간 같다고나 할까요. 연주가 끝나자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관중석의 브라보 소리는 아마도 그런 느낌을 저만 받은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게 해 줍니다. 엘렌 그뤼모는 지금까지의 레퍼토리 중에서 본인의 기질에 적합한 곡을 만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이 빛을 발휘했습니다. 본능적이라고 할 것 같은 이런 연주에 필적할만한 연주가 또 있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