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정경화 Beau Soir

raker 2023. 4. 23. 07:33

2018/09/25

정경화의 2018년 발매 앨범 Beau Soir (아름다운 저녁이라는 뜻)에는 프랑스 작곡가의 유명 바이올린 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피아노 반주는 7년간 컬래버레이션 해온 케빈 케너가 맡았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한 케빈 케너는 곡을 매우 섬세하게 다뤄서 포레, 프랑크, 드뷔시의 곡을 표현하는 데 적격이라고 느꼈습니다.
그에 비하면 정경화는 끝음 처리가 너무 무심하다 싶었고 곡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무뚝뚝하고 딱딱하고 근엄해 보입니다.
60여 년간 바이올린을 다뤄오고 1970년대부터 전 세계에서 칭송받아온 노 연주가의 이 엄청난 에고를 감당하기 힘들었고 듣기가 버거웠습니다. 음악이어야 했는데.

연주자 본인이 곡에 어울리는 태도를 보일 수 없게 되거나 음악답게 들리도록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지게 되었다면, 레퍼토리 선정에서 자신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소이탄 같은) 부분이 장점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다른 곡을 찾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0년간 해왔음에도 자신이 잘 다루지 못하는 대상에 도전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도전의 결과물이 끝끝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그런 미완의 결과물을 대중에게 발표해도 되는 일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은퇴한 후 자연인으로 돌아간 후에 개인 활동이었다면 아무 문제없겠지만... 십수 년간의 공백을 깨고 컴백한 현직 프로 연주자의 프로페셔널한 활동으로는 온당치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