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6
베를린 필이 일본 산토리 홀, 홍콩 문화센터, 한국 예술의 전당, 중국 우한 퀸타이 홀에서 열린 공연을 5장의 SACD와 1장의 블루레이로 담은 패키지를 발매했습니다. 베를린필이 정상급 연주단체이기는 하지만 워낙 많은 공연물을 상품화해 내고 있는 데다가 제가 개인적으로 래틀의 지휘에 내켜하지 않는 편이어서 어지간하면 특별한 관심을 끌기는 어려운데요... 이번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번 투어에는 조성진이 들어가서입니다.
홍콩 문화센터에서 연주한 라벨 피아노 협주곡 실황이 블루레이 타이틀로 담겨있는데 베를린 필 디지털 콘서트 홀을 통해서 스트리밍으로 보는 것에 비하면 말도 못 할 정도로 음질이 좋아졌습니다. 영상의 경우 원 소스의 제약이 있어 스트리밍과 비슷비슷한 수준인 것 같네요.
연주 면에서 보자면 조성진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연주 능력이 아주 높은 수준이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곡을 흥미롭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동요를 하지 않는 독일인들을 뒤흔들어서 열기를 띠게 하기까지 했더군요. 평상시에 독일악단은 프랑스 음악을 정말 맛없게 망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조성진이 숨결을 불어 일으킨 라벨 피아노 협주곡은 독일악단에도 열기를 전염시켜 풍부한 표정을 지닌 곡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조성진이 보기 힘든 일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조성진은 랑랑의 빈자리를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흔적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세상을 맡겨도 될 인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를 이은 앙코르곡도 풍부한 표현력과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 이게 원래 이런 곡이었던 가 할 정도였습니다. 다시 한번 놀라고 조성진의 매력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같은 블루레이에 담겨있는 유자 왕의 바르톡 피아노 협주곡 연주도 들어보긴 했는데 새로움이나 상상력이라는 부분이 잘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유자왕이 연주를 못했다기보다는 조성민이 워낙 곡을 잘 소화하고 이끌어냈기 때문에 그 그늘에 파묻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성진의 앞길을 응원합니다.

사족으로 예술의 전당의 조명과 카메라 사정으로 인해 한국에서 공연을 담은 화면 수준은 매우 뒤떨어집니다. 부끄럽습니다. 전 세계로 판매되는 타이틀인데...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이 못 사는 나라라 그럴 수밖에 없었나 보다 여길 것 같네요. 개선이 되어야 할 텐데요... 지방선거 공약에 이런 것은 들어가지 않았을 것 같네요. 살림살이가 개선되고 문화적인 부분까지 관심이 갈 수 있도록 민도가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우리나라가 훌륭한 엘리트 예술가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되긴 했는데... 예술과 관련된 인프라 쪽도 더불어 좋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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