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카라얀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 실황 블루레이

raker 2023. 4. 15. 12:32

2009/03/21

카라얀이 세상을 뜬 지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카라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이쁨을 받았던 안느 소피무터와 세이지 오자와가 기념공연에 출연했습니다.  안느 소피무터는 13살부터 13년 동안 카라얀의 영향 아래에서 성장했고 세이지 오자와 역시 수십 년간 카라얀 문하에서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연주자를 다 좋아하지 않지만 블루레이 타이틀이 희귀한 시점이라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최신의 기술이 동원되어서 음질의 수준은 레퍼런스급이고 영상의 수준도 뛰어난 편이라 하겠습니다. 타이틀 제작 기술이라는 면에서는 약간 어설픈 면이 있습니다. 연주가 모두 다 끝나거나 보너스 영상이 다 끝나게 되면 자동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어 있군요.

연주의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는 않았는데요. 안느 소피무터는 자유를 갈망하는 점을 카라얀으로부터 배웠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개인화된 수준으로 해석하여 곡을 해체한 수준까지 만든 것 같습니다. 사람의 몸에 흐르는 템포를 무시하고 음악적인 아름다운 표현을 포기한 대신에 정신적인 고양과 추상적인 면을 추구한 연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이지 오자와는 아직도 음악적인 세계를 통합하지 못하고 콜라쥬나 스크랩 형태로 음의 이미지를 나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어떤 구절은 달짝지근한 로맨틱 소설 같은 느낌으로 배치하고 다른 구절은 피냄새를 맡은 상어라도 된 것처럼 길길이 흥분하는 듯이 처리하는 등 갈팡질팡 어수선하기만 할 뿐 설득력이 없습니다. 또한 악단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여 일사불란함을 얻지도 못하고 있지요. 카라얀이 수십여 명의 단원 전체를 한 뜻으로 통일시켜 유기적인 형태로 통합시켜 놓았던 위대한 결과물을 생각해 본다면 같은 악단이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놓을 수도 있게 되었다는 점에 아쉬움이 듭니다.

역설적이게도 카라얀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 실황을 기획한 곳은 제대로 카라얀의 업적을 떠올릴 수 있게 공연자를 제대로 선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공연과 보너스 피쳐를 보다 보면 카라얀이 만든 공연 영상물을 보고 싶어 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해석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공연 기획자가 잘못된 지휘자를 선택하여 공연을 망친 것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래도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쪽이 그나마 좀 봐줄 만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