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9
심청전은 좁은 시각으로 보면 효녀가 나오는 소설이고 큰 시각으로 보면 신분상승을 하는 인생역전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청은 황후가 되고 심봉사는 부원군이 되어 남평왕 (1등급 제후)이 된다네요. 그런데 심청전을 보고 소모적인 배역처럼 보이는 뺑덕어멈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사람이 있었습니다. 뺑덕어멈이 극빈층 심봉사(심학규)와 결혼한 후 심봉사를 학대하고 횡포를 부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악행을 하기 위해 일부러 곁에 있기로 작심했다면 모를까... 시나리오 작가는 이런 비뚤어진 행위를 하게 만드는 심리적인 동기가 치정이라고 읽어냈습니다. 그리고 뺑덕어멈이 그렇게 비뚤어지게 되는 과정을 담은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마담 뺑덕' 시나리오를 만들어 냈습니다.
영화에 참여한 정우성은 심학규라는 캐릭터를 불쌍하지 않게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그 결과 심학규는 많은 남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캐릭터로 창조되었습니다. 심학규는 여자들이 내 남자로 만들고 싶어 안달하게 하는 옴므파탈을 발산합니다. 영화 전반부에는 여주인공이 심학규의 매력에 이끌려 자멸의 길로 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8년이 경과한 부분을 다룬 영화 후반부에는 심학규가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나중에 심학규의 딸 청이가 영화의 전면으로 부상하기 전까지는 몰입감 최고입니다. 압도적이에요.
하지만 그 이후에는 편집으로 잘려 나간 부분이 많아지면서 영화가 몹시 불친절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여배우 사이의 연기가 들떠 보였고 영화의 호흡이 불안정해 보였습니다. DVD의 부가영상을 보고 나면 감독이 고심 끝에 많은 부분을 들어냈겠다 싶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청이의 시각으로 재편집한 자매편 영화가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다가도... 그러려면 청이가 등장한 부분을 모두 들어내고 새로 영화를 찍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곧바로 그 생각을 접었습니다.
마담 뺑덕은 고전을 소재로 창의적인 시선으로 만들어낸 영화입니다. 촌스런 제목 때문에 볼까 말까 몇 번 망설이게 했지만 내용으로만 보면 이처럼 강렬한 영화는 보기 드문 것 같습니다. 거의 '올드보이' 급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정우성은 놀라운 심학규 캐릭터를 완성했고 이솜도 놀라운 배역 몰입감을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다들 용감한 사람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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