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9
제가 어렸을 때 TV에서 본 '은하철도 999'는 그저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모험극으로 비쳤던 것 같습니다. 신비로운 메텔은 어째서 철이를 여행에 끌어들인 걸까요? 저는 끝을 보지 못해서 미스터리를 풀지는 못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DVD로 출시된 극장판 '은하철도 999'(1979)를 봤을 때는 난데없이 하록선장, 에메렐다스, 프로메슘이 나타나서 영화를 보기가 곤혹스러웠는데... 그렇게 짜증 나는 플롯에 지치다 보니 정작 영화를 관통하는 큰 의도와 상징을 파악하지는 못했던 것 같네요.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지엽적인 부분에 실망하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다 보니 이제야 비로소 영화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TV에서 본 은하철도 999의 톤은 우주판 오디세이 같았다면 극장판 은하철도 999는 좀 더 청춘활극스러운 면이 강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극장판 은하철도 999에서 말하는 '기계인간'과 '기계제국'은 영화 '매트릭스'(1999)에서 말하는 '시스템'이나 영화 '반지의 제왕'(2003)에서 말하는 '절대반지'와 상통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트릭스의 '네오'나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부당한 파워(그러나 겉은 너무나도 동경의 대상이 될만한 좋은 이미지로 포장이 되어 있는)에 맞서 파멸시키려 하는 것처럼, 은하철도 999에서는 '테츠로(철이)'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막연한 동기를 가지고 은하철도 999에 탑승했던 소년이 여행을 통해 훌쩍 커버리는 거죠. (에... 캡틴 하록의 이미지에 가까워진다는 인상입니다만...)
우리가 유신정권치하에서 살고 있던 시기에, 경제발전의 절정기를 맞이한 일본에서는 SF라는 장르를 통해 청년들에게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을 독려하고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아냈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니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나온 후속 극장판 영화 '안녕 은하철도 999'(1981)는 아주 엉망이네요. '동방불패 2'(1993) 수준이에요. 일본은 모든 면에서 한 발 앞선 나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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