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고질라 영화가 나온 지 7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70주년 기념작이라고 하는데 큰 호평을 받았던 원작에 누를 끼치지 않을 만큼 잘 만든 것 같습니다.
유의: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태평양 전쟁 말기와 일본 패망 직후를 시대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카미카제 특공대원으로 뽑혔지만 핑계를 대고 대열에서 이탈하여 오오도 섬에 불시착한 시키시마 코이지 소위는 그날 밤 고질라와 조우하게 되고 많은 정비대원이 목숨을 잃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전쟁은 끝났고 시키시마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PTSD로 밤마다 악몽에 시달립니다.
가족을 잃었고 군식구가 생기게 되었는데 이들의 부양을 위해 기뢰를 제거하는 일을 하게 된 시키시마. 기뢰 제거한 지 1년이 넘었을 때 시키시마는 한층 더 커진 고질라를 다시 조우하게 되고 기뢰제거용 기관총과 기뢰를 사용하여 고질라에게 유효 공격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고질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합니다. 기뢰제거팀은 다시 위기를 맞게 되는데... 때마침 순양함 타카오에서 고질라를 향해 함포 공격을 개시합니다... 고질라는 방사열선을 발사!
며칠 후 고질라가 도쿄 긴자에 상륙했습니다. 시키시마는 아끼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긴자로 갔습니다. 고질라는 탱크의 포탄을 받고 방사열선을 뿜어냅니다.
시키시마는 그자리에서 아끼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얼굴 위로 쏟아지는 검은 비...
그 사건으로 3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되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렇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책은 없었습니다.
정부의 설명에 의하면 미군정은 소련을 자극하는 군사작전을 벌일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고, 정부는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입장이며, 그 대신에 민간이 주축이 되어 해결책을 찾아보라고 권고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도 민간인 중에 몇 사람이 주축이 되어 고질라에게 치명적인 대미지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고 전직 해군참전 수병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고질라에 대항하기로 작전에 대비해서 준비합니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싫지만 미래를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시키시마는 전투기를 몰고 고질라를 유인하여 작전수역으로 끌고 가는 일을 하겠다고 제안했고, 작전대로 고질라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을 경우에는 폭탄을 고질라에게 들이받아 전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자신의 전쟁을 끝내려고 합니다.
영화상에서 고질라의 파괴력은 압도적이고 연출된 피해 장면을 보면 무기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쟁의 잔혹함을 겪어내고 생존한 사람들이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다시 한번 발 벗고 나서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주인공이 전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를 겪고 있다 보니 영화의 톤은 음울하기 그지없습니다.
영화상의 설정 시기도 그렇고 해서 혹시나 원작을 리메이크한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더군요.
그렇지만 영화는 압도적이고 무자비한 힘에 대한 공포와 갈등 그리고 무기력에서... 불가피한 전진을 이뤄나가는 끈질긴 삶의 태도를 잘 담아줬습니다.
연기는 일본 스러운 쪼(연극스러운 오버액션)가 있어서 거부감이 있을 수 있겠고, 카미카제 특공대로 뽑혔는데 살아남은 것을 구박하는 장면에서도 거부감이 들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일본지도자는 인명을 경시하고 전쟁을 벌여서 사람을 죽어나가게 한 것, 시민이 대량으로 죽어나가는 것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도 않고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민은 스스로의 힘으로 무자비한 힘에 대항해 나가겠다는 것에 대한 국한된 감동을 말하는 것이므로... 모쪼록 제가 말하려는 scope를 잘 헤아려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결코 일본 찬양하는 것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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