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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케이블 탐사

raker 2023. 6. 3. 09:16

2012/09/04


작년에 GLV리핑서버에 공급하는 전원을 공급하는 아답터를 대체할 SMPS 모듈을 조립하고 나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DC 케이블 선택도 결과를 좌지우지하더라고요.

처음에 DC케이블로 사용했던 모가미 마이크 케이블은 흐물럭거리고 무기력한 소리가 났었습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이유를 잘 몰랐습니다.
그 이후에 벨덴 88760 케이블로 바꾸고 났더니 아쉬운 부분이 해소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내부 배선용 은선을 몇 가닥 투입하셔서 소리를 향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만 사용한 은선의 가닥수에 따라 소리가 민감하게 달라진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얘기를 종합해 보면 DC 전력을 전달하는 데에도 최소의 굵기법칙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구글링해 보니 5A 정도의 DC를 전달하려면 18 AWG 정도의 굵기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모가미 마이크 케이블에서 그런 소리가 났던 것도 전류를 전달하는데 필요한 굵기를 확보하지 못해서 그랬나 싶습니다.
벨덴 88760의 굵기는 18 AWG이니 별로 저촉되는 사항은 없는 거고요...
얇은 내부 배선용 은선을 몇 가닥 넓어서 굵기를 일정 수준을 만족시켜야만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는 것도 설명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제 SMPS시스템은 DC 케이블 길이가 긴 편이고 DC 케이블을 탈착 하기 어려운 구조라서 DC 케이블을 교체해 비교해 보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 바쿤의 2세대 배터리 파워 서플라이 시제품을 받아보게 되었는데 DC케이블이 쉽게 분리되는 구조여서 편리하게 DC 케이블을 바꿔서 비교해 볼 수 있는 조건이 되었고 마음속 한 구석에 접어두었던 DC 케이블에 대한 로망이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바쿤 배터리 파워서플라이와 스위칭 허브 사이에 연결하는 벨덴 88760 DC 케이블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DC케이블과 비교해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Belden 88760


어렵사리 장만한 14 AWG급 PCOCC 파워코드를 투입했습니다. 업체에서 제품을 설명한 것처럼 소리가 나오지 않더군요. 그 회사의 저가형 제품에서 들어볼 수 있었던 답답한 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케이블 회사의 고유 사운드 때문인 건지 아니면 필요한 것보다 굵어지게 되었을 때 소리가 fat 해지는 현상이 생겨서 그런 건지 잘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그다음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후보는 바쿤에서 사용한다는 SATRI Link 케이블이었습니다. SATRI Link는 전류로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므로 전류 흐름에 적합한 케이블을 사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 거죠. SATRI Link에 사용하는 케이블이 무언가 싶어 한국 바쿤에 문의해 보니 바쿤의 번들 케이블은 카나레 케이블이라고 하네요. 일본 바쿤 사장님이 엔지니어 출신이라 그런 건가 봐요. 실망스러웠지만 모델번호라도 제대로 물어볼걸 그랬습니다.
카나레의 제품소개를 보니 적합해 보이는 케이블이 보였습니다. 4S8 스피커 케이블, GS6 일렉트릭 악기용 케이블, L-5CFW 동축케이블입니다. 집에 있는 불용자재를 뒤져보니 4S8G와 L-5CFW를 가지고 있더군요. 집에 가서 얼른 테스트해 봐야지.

요즘은 틈만 나면 어떤 케이블이 DC케이블용으로 적합할지 검색해 보고 있습니다.


2012/09/10

DC케이블에 대한 고민으로 끙끙 앓고 있던 중에 어느 분께서 카다스 내부배선용 리츠 선재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많은 선재를 검토하면서도 카다스 선재는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실드가 되어 있지 않아서입니다.

문헌상으로는 DC 케이블에는 RF혼입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는 DC케이블에도 실드를 하면 좋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존에 찾아낸 대안의 가벼움을 감안해 보면 카다스 내부배선용 리츠 선재는 어디에 밀리지 않는 묵직한 대안이 될 수 있어 보였습니다.
17.5 AWG짜리 리츠 선재 1미터가 집으로 배송되었습니다.

리츠케이블은 단말처리가 어려운 걸로 악명이 높습니다. 각각의 선재를 코팅하고 있는 에나멜을 벗겨내야 하는데 카다스에서 추천하고 있는 에나멜 제거방법인 솔더포트 방법은 개인 차원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방법인 것 같습니다.
차선의 방법인 인두기를 이용한 에나멜 코팅을 시도했습니다. 집에 있는 인두기는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는 것 같아서 회사로 케이블을 들고 가서 작업을 의뢰했습니다. 고주파인두기로 납을 먹여 에나멜 코팅을 녹여냈습니다.
집으로 들고 와서 실드는 하지 않고 그물망만 씌워서 선재를 가지런하게 모아뒀습니다.
심선의 충실한 굵기에 비하면 뻣뻣하지 않아서 부드럽게 잘 휘어지는 것도 카다스 내부 배선재의 미덕이라 하겠습니다.

배터리 파워서플라이와 스위칭 허브 사이를 카다스 DC케이블로 연결했습니다.
그동안 DC케이블을 변경하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개선 범위는 막연했고 신기루를 쫓는 것 같은 정도였는데...
카다스 DC케이블은 예상했던 개선 범위를 뛰어넘는 퀀텀점프를 가져왔습니다.
번인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차이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우선 저역의 해상력이 대단히 많이 향상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트랜지언트 리스폰스와 다이내믹스가 향상되었고 마스킹 현상도 없어졌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효과는 타악기적인 특성이 있는 곡을 재생할 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스네어드럼의 테두리를 스틱으로 때릴 때의 타격음을 순간의 늘어짐도 허용하지 않고 빠릿빠릿하게 재생할 수 있습니다. 케이블에 의해서 불가피하게 늘어지는 시간상의 왜곡이 최소화됨에 따라 타격음의 엔벨로프가 좀 더 사실적으로 들리게 되는군요. 다이내믹하게 들리는 효과도 얻게 됩니다. 피아노 악기의 소리 엔벨로프를 제대로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카다스 DC케이블을 연결하고 나면 엔벨로프의 재생이 좀 더 향상되고 악기의 다이내믹스 표현의 폭이 넓어진 것처럼 들려 좀 더 실제음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다음 카다스 선재의 특성은 선재 고유의 버릇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큰 소리에서뿐만 아니라 작고 조화로운 소리를 재생하는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피에르 로랑 에마르가 피아노로 연주하는 바흐의 곡 '푸가의 기법'의 경우 기존 DC 케이블로 연결했을 때는 단조롭게 느껴져서 오래 듣지 못하고 다른 리코딩으로 바꿔 듣게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카다스 DC케이블로 바꾸고 난 이후에는 동일한 리코딩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화성적인 연결이 잘 들리게 해 줘서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들을 수 있게 해 줍니다. 피아노 이외의 어쿠스틱 악기를 재생할 때에도 연주자가 섬세하게 힘을 가감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어쿠스틱 악기의 소리에 좀 더 공감하고 매력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카다스 DC케이블을 사용하게 되면서 그동안 음색 재생 면에서 제대로 들려주지 못했던 악기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마치 어딘가에 묻혀 있었고 덧칠이 되어있는 부분을 벗겨내어 원래의 의도가 드러나도록 하는 인류문화유산의 발굴작업과 복원작업에 성공한 것 같은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며칠 사이에 DC 케이블로 실망도 맛보고 감동도 맛보게 되네요. DC 케이블의 세계에 여전히 안드로메다급 탐사대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굳이 더 이상의 탐사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탐사를 조기종료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카다스 선재의 단가도 보통이 아닌지라...)
제 시스템에 있는 나머지 DC 케이블도 카다스 케이블로 교체해 봐야겠습니다.
이번에는 단말 처리할 개수가 많은데 어떻게 할지 고민해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