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TT 콘텐츠 감상

공자-춘추전국시대 [2010]

raker 2023. 3. 27. 22:49

2010/06/10

'공자님 말씀하고 있네!', '공자 앞에서 문자 쓰냐?'

다른 성현이 등장하는 속담이나 표현이 없는 것을 보면 옛 성현중 공자의 인지도는 압도적으로 넘버원이며 앞으로도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맹자는 어머니만 유명합니다... ㅠㅠ)

공자의 인생을 거칠게 두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 공자는 노(魯)나라에서 중책(지금의 법무부 장관)을 맡으면서 자신의 이상정치를 펼쳐오던 중 강력한 삼환(왕족세력)의 저항에 부딪쳐 배척되었다.

그 후로 공자는 노나라를 떠나 자신의 이상정치를 구현해 줄 수 있는 군주를 찾아 십수년간 여러 나라를 전전하여 엄청나게 고생했다.

공자의 가르침은 후에 동아시아 문명의 저변을 이루게 되었지만...

정작 그의 인생을 놓고 보자면 영화의 소재로 쓰일 정도의 드라마틱한 부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그런데도 영화로 나왔네요. 너무 잘 알려진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너무 넓은 시간대를 커버하려는 욕심을 채우다 보니 영화가 어색하고 후반에는 지루하게 늘어집니다.

영화에서는 그 시대가 지닌 잔혹성과 상시 벌어지던 패권쟁탈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려고 사람이 닭처럼 가볍게 죽어나가는 장면과 전쟁을 군데군데 섞었습니다. 영화에서 공자는 몇몇 중요한 시기에 책략을 이용하여 위기를 승리로 이끌어 낸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러온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인지 전쟁장면이 부각이 됩니다. 하지만 공자가 본래부터 전쟁을 계획하던 책략가는 아니며 그것이 공자의 진면목이라고 볼 수 없으니... 굳이 공들여서 삽입할 필요가 없는 부분을 크게 키운 엉뚱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황후화나 적벽처럼 스케일이 큰 전쟁/전투씬에 맛들여졌거나 묵공처럼 정교한 진법을 보아버린 관중에게는 약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고요.

영화 음악는 영화의 스케일을 크게 하기 위해 금관악기를 써서 과도하게 화려하게 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만들긴 했으나... 공자라는 인물이 영웅호걸이 아닌 이상 전체적인 분위기는 맞지 않는 옷을 걸친것 처럼 어색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묘사되는 공자의 힘든 시기를 영화상으로 꼭 삽입을 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네요.

여러 면에서 봤을 때 인물을 영화화 하는데 공감을 가져오지 못한 실패한 영화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중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중국인은 위대하다 중국 만세 이러겠지만 우리네 입장에서는 굳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도 별로 아쉽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교양삼아서 본다면 그런대로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우리 애들에게 보여주기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나가서요.

영화를 보면서 시대를 잘못 만나 아까운 사람이 무수하게 죽어나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이런 난세는 인재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었던 시기이도 했던 것 같습니다.

각국이 패권쟁탈이 심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면서 소모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모든 국가에서 인재 확보와 발굴에 노력했고 이들에게 실력발휘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때 배출한 걸출한 인재들이 동아시아 문명사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요. 승자의 논리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전쟁은 구세계, 구세대의 모순을 없애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군요.

현세에서는 어떤 전쟁이 벌어지면서 구시대의 모순을 없애고 있을까요?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가공한 폭력을 이용한 전쟁 보다는 잘 먹고 잘 살기를 위해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방향으로 변형이 되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에서 보면 춘추전국시대 못지 않은 시대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 되었건 간에 훌륭한 인재가 많이 필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열려있는 시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민주주의가 정착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후진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현재의 모습은 과거의 대한민국 역사와 국민의 선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국민이 잠에서 깨어 선거혁명으로 도태시켜야 할 사람과 뽑을 사람을 잘 뽑을 수 있게 된다면 언젠가는 구시대가 가진 모순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사람이 막 죽어나가는 옛날 시대를 다룬 영화를 보면 민주주의 공화국에 살고 있는 것이 참 다행이고 이 체제가 고맙고 소중하게 잘 지켜나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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