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10
제목을 보면 장난이나 사기 또는 낚시용 멘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만우절이 지났지요.
스피커와 바닥 사이에 어떤 걸 두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지만 딱히 모범정답은 나와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각각의 방법은 각기 장단점을 가지겠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그때의 상황에 의해서 잠정적으로 결정되었다가 나중에는 귀찮아서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 방법은 제 상황에서는 최고의 방법이긴하지만 여러분의 스피커에도 반드시 이게 꼭 최고의 방법이 된다고 보장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여러 가지 시도 중에서 가장 싼 방법이라는 점에서는 보장해 드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총 비용은 대략 10원어치 정도입니다.
집에서 사용하시는 화장용 티슈 한 장을 펴서 스피커 아래쪽에 깔아주는 게 요령의 전부입니다.
두루말이 화장지를 필요한 만큼 끊어서 깔아주셔도 되고요.
실험에 사용한 스피커는 B&W 704 스피커입니다.
이 스피커는 맨바닥에 아무것도 없는 채로 마루나 돌판 바닥에 바로 놓으면 어색한 소리가 나옵니다.
“오"하는 입모양으로 통일시킨 채로 다른 말을 하면 전체 말소리가 왜곡이 되듯이 그와 비슷한 묘한 착색이 생깁니다.
이런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서 스피커 바닥에 스파이크나 실리콘 발을 달아주어 coupling을 강화시켜 봤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인클로우저의 떨림으로 인한 기묘한 착색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소리가 쉽사리 격해지고 피곤해지려는 경향이 생기게 됩니다.
coupling을 강화해 주었더니 기존에 존재했던 기묘한 착색을 내던 공진 주파수가 높아지면서 까랑까랑하게 들리는 공진주파수로 바뀌어 착색의 성질만 변경되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네요.
그래서 그다음에는 반대로 스파이크를 제거하고 compliance를 늘여주기 위해서 스피커 바닥에 blu tack을 달아줬습니다.
이렇게 하면 기묘한 착색도 사라지고 격해지는 경향은 절대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나무의 울림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인클로우저에서 나오는 것 같은 무미건조하고 인공적인 느낌으로 공허해지게 만듭니다.
오래 음악을 듣고 싶게 하는 욕구가 사라지게 되더군요.
blu tack을 두껍고 넓게 적용할수록 인클로우저의 울림은 줄어들지만 최종 소리는 어색해집니다.
피아노곡을 들을 때는 잘 모르더라도 첼로곡을 들어보면 첼로의 몸통이 떨어서 나온다는 느낌이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런 느낌은 어디로 증발되어 버린 것일까요?
그다음에는 스피커 바닥에서 blu tack을 제거하고 이제는 스피커 바닥 쪽에 휴지를 한 겹 깔아봅니다.
이렇게 하면 지금까지의 단점이 모두 사라진 소리가 나옵니다.
인클로우저의 착색도 없고 까랑까랑 격해진 소리가 튀어나오지도 않고 인공적이지도 않습니다.
스피커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모두 끌어내는 것 같습니다.
내친김에 휴지의 두께별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도 조사해 봤습니다.
휴지를 두 번 접어서 스피커 바닥쪽에 깔아봤습니다.
혹시라도 스피커에서 격한 소리가 많이 나는 경우라면 이렇게 해서 격한 숨을 죽일 수 있겠더군요.
하지만 B&W704에서는 이것보다 더 많이 접으면 과도응답이 손상될 것 같았습니다.
두 번 접은 것을 풀어서 한번만 접어서 괴고 다시 들어보면 한겹만 깐것과 두번 접은 것 사이에 해당하는 소리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한 번도 접지 않고 휴지를 그대로 깔아주는 것이 음악에 생동감을 넘치게 하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도록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휴지를 깔아보는 방법은 이미 알려져 있는 오디오트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해보신 분은 별로 없는 것 같은 트윅입니다.
이 트윅의 파워를 직접 느껴보실 것을 적극 권합니다.
돈 드는 일이 아니라서 권하는 데도 부담이 없네요.
혹시라도 이미 채택한 방식과 결과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속았다고 생각하거나 실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경우에는 어떤 방법과 비용을 동원했는지 몰라도 이미 훌륭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 같으니까요.
만약에 큰 차이가 난다고 하면 그때는 찬찬히 어떤 것이 어떻게 돼야 하는 게 옳은지 찬찬히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실험을 해보고 나니 스타일러스의 컴플라이언스, 톤암의 서스펜션 또는 턴테이블 베이스의 진동 설계 콘셉트가 상호 간에 밸런스가 잘 맞아야 최적 상태의 아날로그 재생음을 내줄 수 있듯이 스피커를 바닥에 놓을 때도 그에 상응하는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디오에서의 진동 컨트롤은 주파수 불문하고 그저 진동의 양을 줄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악기의 진동을 다루듯이 해야 세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어떤 스피커는 남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았던 적이 몇 번 있었던 이유가 그때 설치를 완벽하게 하지 않아서 그 제품의 본 실력을 제대로 꺼내보지 못했기에 차이가 나게 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사례로 우선 기억나는 것이 B&W 805S 스피커입니다. 그 당시에는 이 제품에 대해 별로 감흥을 받지 못했습니다.
스탠드 위에다 blu tack을 큰 덩어리로 놓고 그 위에다 스피커를 놓고 들었던 게 기억납니다.
진동은 줄일수록 좋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설치했었던 것이죠.
마침 그 당시에 스테레오파일 기사에 나온 측정 그래프를 참조해서 스탠드 위에다 blu tack을 쓰는 게 좋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지나친 compliance 때문에 인클로우저의 소리가 완전히 배제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탠드 위에 그냥 올려놓고 들었더라면 정상적인 제품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그 기회를 놓친 것이 아깝네요.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10원으로 스피커를 재발견하시는 경험을 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피할 이유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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