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11
이 영화는 환경 파괴로 버려진 지구에 홀로 남겨진 로봇의 이야기입니다. 이 로봇의 이름은 WALL E. 아침이 되면 태양전지로 충전하고 부품이 닳아빠지면 직접 교체도 합니다. 친구라곤 달랑 곤충 한 마리. 일몰이 되면 휘몰아치는 모래 폭풍을 피해서 거처로 피신합니다. 이 거처 속에서 VCR를 재생해 보면서 관심 있는 부분을 기억회로에 저장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구석에 찌그러져서 밤을 보내지요. 이렇게 생활한 지 어언 700년.
지금까지 픽사가 선택했던 주인공은 동물(개미, 물고기, 생쥐), 무생물 (장난감, 자동차), 가상의 존재(괴물, 수퍼히어로)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로봇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다고 하더라도 별로 특이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주인공과 다른 점이라면 이번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지능도 낮고 하는 일도 단순하고 진화가 덜된 것처럼 보입니다. 성격은 단순, 소박하고 겁이 많은 데다가 웬만하지 않고는 말을 하지 않는 조용한 특성을 가졌다는 것이 되겠군요. 말장난 좋아하고 시끌벅쩍한 미국인들이 별로 공감할 것 같지 않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이 고물 로봇 WALL E는 단순하고 바보 같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비범한 정신 기능을 가진 별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겁이 없는 다른 로봇은 모래 폭풍에 휘말려 작동을 멈췄을 테지만 겁이 많은 WALL E는 모래폭풍을 피해서 살아남았을 겁니다. 그렇게 홀로 살아남아서 끝없이 작업을 수행합니다. (사람이 떠난 행성에서 별다른 의미 없이 매일 반복되는 WALL E의 작업은 시지프스의 형벌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WALL E 앞에 탐사로봇 이브가 나타났습니다. 이브는 그와는 대조적으로 최신 기술이 적용이 되었습니다. 이브는 성격이 쌀쌀맞고 기계적입니다만... WALL E는 이브를 보고 난 다음부터는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콰지모도라도 되는 양 이브를 향해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관심을 쏟게 됩니다. 이브를 바람 폭풍에서 구해내어 WALL E가 마련한 거처로 데려오기도 했는데요. 로봇이 수집해 온 아날로그적인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로봇이 아날로그적인 시대를 회상하게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로봇이 현세의 사람보다 더 아날로그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살고 있다니...
이브는 자신의 목적을 수행하게 되어 대기모드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브의 곁에 있고 싶은 WALL E는 그와 떨어지기 싫어서 우주 여행도 불사하는 용기를 보이기도 합니다.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두 주인공 로봇은 그 이후로 연속된 사건을 벌이면서 스토리를 이끌어 가게 됩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스토리를 이끌고 나가고 있어서 마치 마임으로 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요... 스토리나 상황이 그다지 당위성이 있지 못한것 같습니다.
로봇의 성격이나 캐릭터에 대한 부분은 상상력으로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방주를 연상케 하는) 우주유람선에 대한 부분은 플롯의 당위성이 결여되어 있는 듯합니다.
이 영화는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공감이 갈만한 부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을 때는 대사가 적고, 대사를 알아듣기 어렵고 (한글 더빙으로 봤음) 움직임이 덜 역동적이고, 재미가 덜한 편입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봤더니 쿵푸팬더만큼 재미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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