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1
영화 초입에는 자신감이 과잉인 상태의 피터 파커가 등장하여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답지 않은 치졸한 장면을 보여줍니다만 영화의 필수적인 부분이므로 그것을 가지고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0대 초반의 주인공이 겪어야 하는 성장 과정의 일부이고 그 정도 만으로는 영화가 탈선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필연적이죠. 이 영화는 다중적인 감정라인과 굴곡과 대립을 가지고 인간성의 성숙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파이더맨 영화의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파이더맨 1편과, 2편에 뒤떨어지지 않다고 봅니다.
주인공의 기본 성품과 태도는 항상 MJ에 대한 사랑과 사회와 힘에 대한 강한 책임감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만, 삼촌을 죽인 범인에 대한 증오감이 끼어들게 되고 대중과 매스컴 그리고 우주 생명체로 인해서 자만심과 오만함이 자라나고 증폭되어서 본성을 가리게 됩니다.
자아에 대한 컨트롤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 인해서 악당에 대한 살의를 가지게 되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 힘의 추구와 폭력성의 대가는 컸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해치는 것뿐만 아니라 자아도 해치게 됩니다.
사랑을 잃고, 친구를 잃고, 적을 만들고 주인공을 둘러싼 모든 것이 수습하기 어렵게 엉망으로 망가지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럴 때 제일 힘든 것부터 해야 한다는 (자신에 대한 용서부터 하라는) 숙모의 조언은 영화의 전환점이 됩니다.
그 후에는 영화는 현란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그런 과정에서도 협력, 희생, 용서를 담고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영화의 템포는 중간에 느슨해졌다가 막판에 헐레벌떡 다시 본 트랙에 합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한 파국에까지 도달하는 데는 영화상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히어로 영화의 상투성이 없고 인간적인 갈등이 표면화되고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과정이 나타나는 등 인간에 대한 고찰이 배어들어 있는 것이 제가 스파이더맨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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