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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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에 수록된 44.1kHz PCM신호를 아날로그로 복원하는 과정 (interpolation & decimation)에 디지털 필터가 사용되고 있지만 디지털 필터의 성능상에서 trade off가 있습니다.
frequency domain에서 좋은 성능을 가지게 하려면 time-domain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특성을 가지게 되고, time domain에서 좋은 성능을 가지게 하려면 frequency domain에서는 그렇지 않게 됩니다. 출세를 위해서 동분서주하다 보면 좋은 아빠가 되기 어렵고, 좋은 아빠를 지나치게 우선시하다 보면 직장생활에서 동료 간에 어울리기 어려워질 수 있는 것처럼 각각의 요소는 무시되어서는 안 되며 모두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모순을 가지는 것과 유사합니다.
어쨌거나 두 요소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다면 이 중에서 이상한 부분이 그나마 적은 것을 선택하면 될 텐데요. 그것이 어떤 것일까요?
Pre-ringing이 있던 디지털 필터의 전성시대
단지 시장에 많이 풀려있다는 점에서는 frequency domain에서 최적화된 디지털 필터를 적용한 제품이 거의 다 휩쓸고 있습니다. 마치 공룡이 하늘, 땅, 물속 전체를 다 점령했던 것처럼요.
Linear-phase filter가 frequency에 최적화되어 있는 디지털 필터에 해당합니다. 이것은 group delay distortion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pre-ringing, post-ringing이 커집니다.
디지털 오디오 역사의 초창기에도 Linear-phase filter가 가지는 pre-ringing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Pre-ringing이 컨버터에서 발생시키는 audible distortion의 원인이 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might)고요. (Lagadec, R. "Dispersive Models for A-to-D and D-to-A Conversion systems", AES 75th Convention, March 27-30, 1984)
하지만 이런 지적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고 linear-phase filter가 가지는 다른 장점에 묻힌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2000년을 전후할 즈음에는 디지털 필터에 대한 time-domain에 대한 특성에 대해서 주목하는 분위기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움직임을 가져온 것에는 1988년 와디아의 선구적인 디지마스터 필터가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몇몇 하이엔드를 지향한 재생장치에 time domain에 최적화된 디지털 필터를 적용한 CD플레이어가 등장했습니다. 이들 제품은 메뉴를 조작하거나 스위치를 사용하여 frequency/time domain에 최적화된 디지털 필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요.
Ayre사의 제품은 listen(time domain에 최적화)/measure(frequency domain에 최적화), Audionet사의 제품은 Audionet(time domain에 최적화)/lagrange(frequency domain에 최적화), Sony사의 제품은 custom(time domain에 최적화)/standard(frequency domain에 최적화), ... 이런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time domain에 최적화되었다고 주장한 제품들도 어느 정도는 pre-ringing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pre-ringing이 없는 디지털 필터가 처음 제안된 것은 2003년도에 Craven에 의해서입니다. (P.G. Graven, "Controlled pre-response antialias filters for use at 96kHz and 192kHz, 114th AES convention, March 2003) 이것은 Apodising 필터로 불리게 됩니다. (미국 쪽에서는 Apodizing으로 표기하더군요)
Pre-ringing / Post-ringing의 청각적인 영향은 어떤가?
자연계에서 pre-ringing은 거의 발생이 되지 않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인위적인 처리에 의해서 pre-ringing이 있는 신호를 듣게 된다면 사람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요?
사람의 듣기 능력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사람은 pre-response가 post-reposnse 보다 더 significant 하다고 합니다. (W. Yost, "Fundamentals of Hearing", 2000, Elsevier Science) 원문의 느낌을 살리려다 보니 어색한 문장이 된 것을 이해해 주세요^^ 다시 말하자면 사람은 pre-cho에는 민감하지만 post-echo에는 덜 민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리디안의 밥 스튜어트는 AES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이유를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잘 설명하고 있는데요 post-ringing이 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사람이 큰 소리 다음에 듣는 작은 소리로 인해서 masking 현상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큰 트랜지언트 직후에 작은 레벨의 소리에 귀먹은 상태가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청각은 원래 non-linear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V.M. Equiluz, "Essential nonlinearities in Hearing", Physical Review Letters, 29 May 2000), 이런 사람의 청각을 대변할 수 있는 non-linear 한 시스템에서 pre-ringing을 처리하면 귀로 들리는 영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J. Lesurf, "Ringinig in the ears", Hi-Fi News, September 2004)
Pre-ringing이 없는 필터가 발생시키는 group dealy에 의한 distortion은 어느 정도일까?
앞서 Linear-phase filter가 장점으로 내세웠던 것이 group delay distortion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Pre-ringing이 없는 minimum-phase filter는 group delay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 group delay에 의한 왜곡은 사람이 어느 정도로 느낄 수 있는지 그 영향력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은 1kHz 미만의 낮은 주파수에 대해서는 6~7ms정도의 그룹 딜레이 왜곡에도 비교적 둔감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1~5kHz 대역 이상에서는 +/- 0.5ms의 그룹 딜레이 왜곡에도 둔감하다고 합니다. (D. Preis, "Phase distortion and Phase equalization in Audio Signal Processing - A tutorial review", Jorunal of Audio Engineering Society, Vol 30, No. 11, 1982 November)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4kHz을 넘게 되는 대역에 대해서는 그룹 딜레이 왜곡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게 되며 결국 오디오 대역에서의 높은 음역에 대해서는 그보다 덜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D. Preis and P.J. Bloom, "Perception of phase distortion in anti-aliad filters", 75th AES convention, 1983)
전형적인 minimum-phase filter에서 10kHz까지의 그룹 딜레이 왜곡은 46 microsec미만이며 2 샘플 미만에 해당하게 되므로 들리지 않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Paul Lesso, "An ultra high performance DAC with controlled time domain response", AES 119th Convention, October 7-10, 2005)
중간 정리
지금까지의 결과를 살펴보면 사람은 Pre-ringing이 들어간 소리를 잘 분간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group delay distortion에 대해서는 둔감한 것으로 나와있고 post-ringing은 길어져도 둔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과학적인 결과만 가지고 보면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다만 Linear-phase filter 진영에서 group delay distortion이 없다고 내세운 장점이란 것이 사람에게 그다지 대수롭게 여기는 특성이 아니라는 점이 발견되었고, 반면에 Linear-phase filter 진영에서 채택한 pre-ringing이 있는 impulse 특성은 공교롭게도 사람이 잘 인식하는 부분이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해야겠습니다.
한편 다른 편 진영에서는 pre-ringing을 없애기 위해서 선택한 디지털 필터의 부작용으로 post-ringing이 많아지고 group delay distortion이 생겨서 고민이었는데 알고 보니까 post-ringing이나 group delay distortion이 사람이 그다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특성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고 해야겠군요.
그렇다면 pre-ringing이 없는 디지털 필터를 사용한 제품을 통해서 어떤 청감상의 느낌이 나오는지를 찾아보면 될 것 같군요.
Pre-ringing이 없는 필터를 적용시킨 제품 소개와 재생음의 특성
DSP를 이용하여 pre-ringing이 없는 임펄스 파형을 구현한 제품에는 Meridian 808.2, Meridian G08.2, Cambridge Audio DacMagic 등이 있고,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s)로 pre-ringing이 없는 임펄스 파형을 구현한 제품은 Ayre C-5XeMP, Ayre CX-7eMP, Ayre QB-9 USB DAC이 해당하며, Wolfson Electoronics의 WM874X시리즈 DAC칩을 이용하여 pre-ringing이 없는 임펄스 파형을 구현한 제품으로는 PS Audio Perfectwave DAC, Meier Audio StageDAC(추정)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Cambridge Audio DacMagic은 linear phase(frequency domain에 최적화)/minimum phase(time domain에 최적화, pre-ringing 없음) 등등을 쉽게 바꾸어 들을 수 있게 해 주며, Ayre의 MP제품군은 listen(minimum phase라 pre-ringing이 없고 post ringing도 짧게 자른 것)/measure(minimum phase라 pre-ringing이 없지만 post ringing은 길게 한 것) 등으로 Linear-phase와 minimum-phase를 비교할 수 없습니다. PS Audio PerfecrWave DAC는 1. Linear phase 'soft knee filter' 2. Minimum phase 'soft knee filter' 3. Linear phase Brickwall filter 4. Minimum phase apodizing filter 5. linear phase apodizing filter로 linear phase와 minimum phase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직접 경험한 제품은 Meridian G08.2와 Cambridge Audio DacMagic뿐인데요 Cambridge Audio DacMagic의 경우에는 쉽사리 linear phase와 minimum phase를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제품을 통해서 제한적으로 경험한 pre-ringing이 있는 필터와 없는 필터의 청감상 결과는 이렇습니다. 어쿠스틱한 악기 소리의 재생에서는 minimum phase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중에도 좀 더 drive가 되었으면 하는 곡은 linear phase에서 좀 더 후련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리스트의 피아노 곡이라던지 오케스트라 소리가 뻥뻥 터져 나와야 하는 경우에는 linear phase를 통해서 재미를 봤습니다. 음악의 스타일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들으면 되겠더군요. 마치 어떤 날은 좋은 아빠를 포기하고 동료들과의 유대를 다지는 시간을 가지기로 결심하고 또 다른 날은 좋은 아빠를 추구하기로 작정하는 것처럼 필요할 때마다 마음에 드는 대로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끝부분에 가면 minimum phase로 놓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경험은 한, 두 제품을 통해서만 들은 것이라 pre-ringing이 없는 디지털 필터에 대한 청감상의 느낌을 일반화시키기는 좀 성급한 것 같고요, 좀 더 많은 제품을 통해서 청취 결과가 취합되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리고 pre-ringing이 없는 디지털 설계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운드를 내주는 것이 아닙니다. Ayre가 listen/measure필터를 만들면서 post ringing의 길이를 길게 할 것이나 짧게 할 것이냐를 두고 고심한 것을 보면 설계자가 DSP에 FPGA에 어떤 프로그램을 담기로 결정하느냐에 따라서 미묘하지만 의미 있는 다른 결과가 나오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하지만 one chip으로 구현시킨 경우라면 제품 간 디지털 필터 사이에 차이가 생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은 An ultra high performance DAC with controlled time domain response, AES 119th Convention, October 7-10, 2005 기사를 많이 참조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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