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7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저역이 단단하게 재생이 되지 못했습니다.
오디오 시스템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세팅이 저역이 무르게 나도록 된 것인데요... 미소레벨의 신호를 다루는 소스기기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오고 케이블을 계속해서 보완해 와서 오디오 시스템의 재생 수준을 질적으로 우수한 단계까지 끌어올렸지만 대량의 물리적 에너지를 다루는 스피커의 마운팅이라던가 음향 트리트먼트는 그 변화에 맞추지 못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동안 저역의 개선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개선하는데 필요하다고 여긴 제품을 도입하는 비용이 높다 보니... 그보다는 적은 비용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문제 부위를 손질하는데 우선 손이 가면서 개선이 뒤로 계속 밀려났습니다.
저역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스피커 마운팅 방법과 음향 트리트먼트를 변경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원안은 300만 원대의 타운젠드 시즈믹 아이솔레이션 포디엄과 대략 비슷한 액수의 음향 트리트먼트 도입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선뜻 착수하기에는 버거운 금액이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불용제품으로 두었던 아르테사니아 오디오의 디커플링 디스크를 재발견하게 되면서 스피커 마운팅 비용이 굳게 되었습니다.
음향트리트먼트의 경우 큰 사이즈를 차지하다 보니 성능 외에도 시각적인 요소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단은 적은 비용으로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효과를 확인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려하는 걸로...
룸 어쿠스틱 개선을 위해 추진한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청취자 뒷벽에 두었던 야마하 조음패널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2. 2D 디퓨저로 대체한다
3. 벽에 고정하는 대신 바 테이블을 두어 지지하도록 한다
저는 오랫동안 야마하 조음패널을 소파 바로 뒤 귀 위치에 올려두고 사용해 왔습니다.
야마하 조음패널을 귀높이에 두었을 때의 문제는 저역을 많이 흡수하고 중고역은 디퓨즈를 엄청나게 해서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분간할 수 없는 소리처럼 만듭니다.
야마하 조음패널을 치우고 난 후 맨벽에서 귀를 가까이 댔을 때와 거리를 늘려가면서 들어보면 일정 거리부터 입체적인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threshold가 있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마하 조음패널을 사용하면 그런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야마하 조음패널은 청취자의 머리 쪽에 두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고 과잉 저역이 문제 되는 곳으로 재배치시키는 것이 적합해 보였습니다. 그래야 장점을 최대로 살리고 단점이 표시 나지 않게 되겠지요.
저는 청취 뒷벽에 음향 디퓨저를 설치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일부에서는 청취자와 디퓨저 사이가 저의 환경처럼 가까울 경우 디퓨저가 완전하게 성능을 발휘하지는 않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청취자 뒷면에 디퓨저를 투입하는 것은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 저역 흡수장치 도입에 비해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취 뒷벽에 음향 디퓨저를 설치하는 것의 반론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소파 뒤쪽 벽을 흡음하는 것을 죽 쒀서 개 주는 격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걸로 여기고 있으며, 맨벽으로 두었을 때 발생하는 에코도 불편하므로 디퓨저를 꼭 사용하려고 합니다.
디퓨저의 형상에는 많은 선택지가 있으나 제가 생각하는 가격대의 제품에서는 두 가지로 압축이 됩니다.
QRD형 디퓨저와 2D 디퓨저.
음향 트리트먼트와 관련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청취 뒷벽에는 QRD형 음향 디퓨저보다는 2D형 음향 디퓨저를 권하고 있습니다.
QRD형 음향 디퓨저의 칸막이살이 뜻하지 않게 나무 소리를 덧붙이는가 봅니다. 소리가 따뜻해진다고 합니다.
저는 음향의 특정 주파수대역에 물리적인 에너지가 쏠리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줄어들지 않도록, 주변 주파수 파장을 간섭하지 않도록 컨트롤이 되는 기능을 원한 것이지 특정 소리 특성을 가미하여 존재감을 드러낸다거나 뒤덮어버려는 '보이싱'을 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2D형 음향 디퓨저로 결정했습니다.
그다음은 재질인데요. 음향에너지는 작은 에너지를 다루는 게 아니다 보니 발포스티로폼 같은 가벼운 재질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위치상으로 바로 뒤통수에 둘 것이다 보니 공진으로 인한 떨림이 생긴다면 잘 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선택은 원목나무각재를 재단해서 만든 것입니다.
음향을 적극적으로 컨트롤하려고 사용하는 경우라면 이것 역시 소재와 무게가 적절한지 고려되어야 하며 이것을 무시하거나 값싸게 해결하려 할 때 치러야 할 희생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디퓨저의 깊이는 확산이 일어나는 주파수 대역의 하한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음향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사양은 15cm이지만 그럴 경우 제품 가격이 더블로 뛰어 애초에 '안되면 말고'로 시작한 의도를 따르기 어려워질 것 같았습니다.
사양을 낮춰 12cm 깊이(바닥판 두께 제외한 실제 깊이)의 제품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업체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음향 디퓨저'로 검색한 업체이고요. 주문제작이라 주문 후 인도 시까지 10일 정도 소요됩니다.
개당 가격은 15만 원입니다.
바 테이블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바 테이블'로 검색해서 사이즈를 주문제작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았습니다.
소파의 높이나 폭 등을 고려해서 주문했고요 이것 역시 주문 후 인도 시까지 7~10일 정도 소요됩니다.
개당 8만 원이고 운송비 개당 1만 원씩입니다.


청취자 뒷벽 처리에 따른 소리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eighth nerve the wall (흡음판+반사판): 고역 에너지 흡음이 잘 되어 롤오프 있는 것처럼 들리게 됩니다.
음악 감상하다 졸릴 수 있습니다. 관련 포스팅 - 야마하 조음패널: 고역에 롤 오프는 생기지 않지만 소리를 blurr 하게 만들며 위치 재현은 모호해집니다.
저역이 무르게 들립니다. - 맨벽: 소리 선명해지고 저역이 무르게 들리는 일은 없습니다.
예상으로는 플러터 에코가 심하겠다 싶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플러터 에코가 심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살림살이가 있는 공간이라 보이지 않게 흡음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심하지는 않아도 에코가 느껴지며 귀에 거슬립니다. - 2D 디퓨저: 소리 선명해지고 저역이 무르게 들리는 일은 없습니다.
플러터 에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음색을 변경시키지 않습니다.
뒷벽에서 70cm 이상 떨어져야 이거다 싶은 입체감이 느껴집니다.
2D 디퓨저를 도입한 결과 플러터 에코를 없앨 수 있었고요 이전에 비해서 저역 재생이 개선되었습니다.
소리는 선명함을 잃지 않고 이상한 소리를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눈에 띄게 입체감이 향상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은 2D 디퓨저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금보다 입체감이 더 잘 나오도록 하려면 디퓨저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고 소파와 뒷벽 사이의 거리를 더 확보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해 줬습니다.
예측 가능한 정직한 결과가 나온 것이 2D 디퓨저의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 부분에서 디퓨저에 만능 치트키 역할을 기대하는 분과 저와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만능 치트키 역할을 기대하는 분은 정통 2D 디퓨저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 같고 그보다는 2차적으로 공진하는 공명기가 달린 제품에 혹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명기가 달린 음향 액세서리는 당장에는 현실과 동떨어지지만 거부할 수 없는 소리로 매혹해서 돈을 잘 썼다 싶게 여기게 만들겠지만, 그것에 의존하는 한 현실에서 그런 소리가 날 수밖에 없게 한 근본 원인을 찾을 수도 없게 만들고 제거할 수도 없게 만드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디오 시스템을 향상할 방향성을 잡기도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오디오 시스템에 사용하는 장비나 도구를 선택할 때 high fidelity를 추구하면서 쓴맛을 봐가며 어렵게 가는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고, 2D 디퓨저의 반응은 제가 추구하는 오디오 구축 방향과 다르지 않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얘기가 괜히 길어졌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저로서는 2D 디퓨저 도입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전체 도입 비용이 저역 흡수장치 1대의 비용보다 적게 들었고요.
그렇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만의 만족일 뿐이고요... 식구들은 그렇지 않더군요.
전에 거(야마하 조음패널)는 괜찮았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 계속 둘 거 아니지? (처)
집에 이건 아니지 않아? (아이)
2D 디퓨저의 비주얼에 마음에 안 들어하는 식구에게 흰색으로 칠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두긴 했는데... 그렇게 한다 해도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ㅠㅠ
혹독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비주얼이 괜찮은 제품으로 한방에 올라갔어야 했나...
짐작컨대 이건 아마도 후보 2~3개를 골라주고 최종 결정권자에게 직접 선택하라고 하기 전에는 패스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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