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TT 콘텐츠 감상

알렉산더 [2004]

raker 2023. 3. 25. 07:44

2006/04/06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영화로 재구성하는 데는 고민할 일이 적겠지만...

역사상의 위인을 영화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세상에 영향을 많이 끼친 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이미 시나리오 그 자체가 어떤 사관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면이 있을 겁니다.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속물이나 패배주의적인 세계관(피지배자들이 가지는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리저리 휘갈겨댈 빌미를 제공하기 쉽죠.

또한 영화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에도 메시지와 드라마적인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운 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어느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되면 극적인 면이 강화되지만 그 사람이 사회나 역사에 끼친 영향이 잘 드러나지 않게 되고, 그 사람의 치적이나 메시지를 부각하려다 보면 설교적으로 되거나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어서 상반된 가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들게 될 겁니다.

올리버 스톤이 재구성한 알렉산더 영화는 불세출의 영웅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퀘퀘묵은 현실성 떨어지는 상황을 그려내지 않고 현실적인 입장을 반영하고 있어서 어느 시대에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보편성을 얻어낸 것이 최대의 수확이 아닌가 싶습니다.

알렉산더는 왕이 되자 아버지 필레페왕 때부터 준비해 온 페르시아 원정에 성공하여 바빌론에 입성하고 난 뒤, 만민동포관(萬民同胞觀)이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가지게 됩니다.

그것은 그의 스승인 석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사고를 초월한 것이었는데... 그 당시의 사람들은 주변국을 약탈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교육을 시켜서 교류가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해 있었지요.

올리버 스톤은 그의 세계관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한다거나 하지 않고 그 대신에 그 당시의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줍니다.

그의 주변에는 그의 생각을 지지해 주지 않고 결국에는 정적이 되는 인물들이 주변에 다수 있었던 걸로 그려지고 있지요.

그러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후로도 지금까지 그런 일들이 지구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져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식입니다.

그리고 알렉산더가 그런 세계관을 촉발시켰던 개인의 심리적인 기원을 영화상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그의 유년시절과 부모의 관계들이 영화상에 심도 깊게 표현된 것은 인물 묘사나 그 당시의 시대관을 이해하는데 깊이를 더하고자 한 것이라고 보이는군요.

올리버스톤은 관객들이 그간 마주치지 못했던 알렉산더와 관련된 뜻밖의 자료를 보여주어서 일견 관객의 의표를 찌릅니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강하게 강요하지 않는 편이고 그 대신 그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들을 많이 제공해서 대상을 다차원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깊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객이 알렉산더라는 인물에 대해서 다양하게 느끼고 의견을 얘기할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했던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게 된다거나 자신의 사고방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불편한 부분에 대해서 증언하게 될 뿐이지요.

기술적인 면에서 보자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이집트를 통치하는 파라오가 된 친구가 알렉산더에 대한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을 통해서 시간 공간적인 조절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게 했습니다.

서사적인 느낌이 들게끔 영화 곳곳에 독수리의 비행을 삽입하여 느낌을 통일해 주기도 했죠.

러닝타임이 긴 편이지만 올리버 스톤의 영화가 대개는 좀 그런 편이니 별 문제는 없다고 봤습니다. 묘사에 디테일을 주려면 이것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알렉산더는 다른 사극영화들에 비하면 훌륭한 점이 많았습니다.

리더십에 대한 자료를 많이 접했던 직장인들이라면 감탄할 부분이 많았을 것 같고요. 주요 배역진들이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해서 연기한 점도 훌륭합니다.

그에 비하면 트로이는 시간적인 부분을 재구성하는데 많이 모자랐고 평면적이어서, 소재만 고대 신화에서 따온 단순 액션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킹아더는 색다른 사료를 가지고 영화화했지만 지나치게 좁은 사건과 시간으로 축소시켜서 인물이 가지는 적합한 무게를 살려주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킹덤 어브 헤븐은 뭘 표현하려고 했는지 모를 정도로 시종일관 허무한 느낌을 주어서 당황하게 만들었던 것 같고요.

올리버스톤이 알렉산더를 먼저 내놓았는데 그밖에 두 영화사에서 알렉산더를 대상으로 한 영화를 기획하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이들 작품이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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