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2/26
원작 소설이 주었던 공포와 오손웰즈의 라디오 방송극이 주었다던 공포에 이어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에서 공포를 다시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히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 것 같군요.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게 1인칭 관점에서 일들이 벌어집니다.
평범한 시민이었던 주인공들이 트라이포드의 공격을 뒤로하고 죽음을 피해 달아나고 숨어야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트라이포드에게 일방적으로 살육당하는 대규모 학살이 벌어지고 빨간색 잡초만 뒤덮여가고 있지만 군대는 속수무책입니다. 방송국은 방송 송출이 중단되고 트라이포드가 뭔지도, 죽이는 이유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어딜 가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짐으로 인해서 사람들과 관객은 공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도움을 얻은것 같았지만... 알고 보니 미치광이에게 억류를 당하게 되면서 이제는 트라이포드만이 경계의 대상이 아니게 되어 버립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저절로 위협이 제거되면서 허탈하게 끝이 납니다.
일반적인 재난영화의 공식은 주인공은 위험을 미리 포착한 전문가 집단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헤드쿼터에 아는 사람이 있어 이들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거나 의견을 전달해 오다가 절박한 고비에 뭔가 대응책을 마련함으로써 파국을 피하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식인데 우주 전쟁은 그런 공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주인공을 정보습득이나 전달을 받는데 취약한 시민의 레벨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지시를 내려주지도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판단과 본능에 의지해서 역경을 피해 헤쳐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동등한 입장에 빠져있는 다른 사람들은 정보 단절과 군대나 정부가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신뢰의 상실과 그로 인한 불안으로 인해 공황상태에 빠져서 극도로 단순화되어버립니다. 이들은 서로 도울 처지가 못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어떻게든 서로 보와 보자는 사람들로 영화 속에 골고루 나타납니다. 영화는 막대한 시간을 도망가는 부분에 할당해 놓았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들도 힘들고 같이 지쳐나가게 하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되돌이켜 생각하기 싫게 만들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공포가 사람을 어떻게 몰고나가는지 보여주었죠. 미친 일들을 서슴지 않고 하게 합니다. 차를 얻기 위해서 사람을 쏘아 죽이기도 합니다. 9/11 테러 이후에 만들어진 미국의 애국법 같은 것들도 공포에 의해 통과된 것입니다. (그리고 조작된 정보에 의해서요)
스티븐스필버그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힘을 최대한으로 잘 이끌어 냄으로 인해서 공포를 제대로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유태인 학살이 맨 처음 생각났는데... 곧이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인 미국군 동포에 의해서 학살당한 일들이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세상에는 뻑하면 곳곳에서 학살과 대량 살육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최소한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말아야 할 텐데요...
영화를 보고 불만스러운 점을 꼽자면 스필버그는 진부함을 없앤다고 트라이포드와 외계인이 땅속에 수천 년간 묻혀 있었던 걸로 설정해 놓았는데 참으로 SF영화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되어 유감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사족으로 사람을 대량 학살하는 영화인데 12세 관람가라니 너무 극장주 편을 들어 여유롭게 등급을 매긴 것은 아닐지?
PS. 다코다 패닝의 연기가 무척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정서가 좀 염려되는군요. 정상적으로 잘 커주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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