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TT 콘텐츠 감상

킹콩 [2005]

raker 2023. 3. 25. 07:49

2006/04/10

어렸을 때 제시카 랭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던 킹콩을 봤던 기억이 선합니다. 이제는 아이들을 데려가서 같이 보는 나이가 되었군요. 그때는 현대식 대형 선박이 나오고 전철과 전투기가 나오는 현대를 배경으로 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1930년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피터잭슨의 킹콩 쪽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돈을 벌기 힘든 참담한 시대여서 돈만 준다면 뭐라도 하는 절박함은 나중에 섬에서 벌어진 킹콩 포획작전에서 17명의 대원을 잃는 것이 용인되는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현대 배경에서였다면 참사로 여겨지겠죠. 그런 면에서 1930년대 배경은 북극도 가보고 남극도 가보고... 낯선 것을 경쟁적으로 도굴하고 강탈하고 포획해 오는 모험의 시대 느낌이 잘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모비딕이나 해저 2만 리 같은 거요... 그리고 현대 배경에서라면 강화된 검역소를 통과하기 어렵겠죠.

영화를 보면서 시간 배분을 따져보니까 섬에 도착하는데까지 걸린 시간이 한 시간이고 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한 시간 반 분량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벌어진 일은 30분 밖에 되지 않더군요. 기존 영화는 잠깐만에 섬에 도착하고 섬에서 있는 시간은 미국에서 있는 시간에 한참 모자라는데 그 영화는 킹콩의 때려 부수는 야수성을 전면에 내놓기 위한 시간배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터잭슨의 킹콩은 두 영화를 이어붙인 느낌이 들 정도로 전반부에 공을 쏟았는데 그 덕분에 남, 녀주인공의 배역이 킹콩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부각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자라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됩니다. 섬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것은 보여줄 것이 많기도 하려니와 킹콩과 여주인공 사이에서의 우정(?)이 자라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공을 많이 들여놓으니 마지막은 술술 풀려나가는데 킹콩이 여주인공을 다시 만나면서 보호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도망가는 것으로 묘사하면서 좀 더 감정적으로 킹콩과 여주인공을 지지하는 감정이입이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특이한 점은 피터잭슨이 킹콩의 지적 능력을 많이 높여놓았다는 것인데요... 이루어 질 수 없을 것 같은 하찮은 사람과 동물의 왕 킹콩 사이에 교류가 시작하게 했던 매개체가 ‘유머’였다는 것이고요 그리고 힘이 없는 대상과 있는 존재 사이에서도 ‘상호존중’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인격을 가졌다는 것은 이전과 다른 정도가 아니라 한 차원 격상시켜 놓았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대상을 보면서 공포를 느끼게 하자는 것이 원작 킹콩의 의도였겠지만 피터 잭슨의 킹콩은 거칠것 없이 당당하고 성숙한 인격을 갖춘 동물의 왕이 상업적인 계략에 빠져 사람에게 착취당하고 이용당하고 결국엔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킹콩에게 불쌍함을 느끼게 만들고 그렇게 만든 사람 또는 상업화된 저질스런 횡포에 분노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오게 한 것 같습니다.
킹콩은 영화적으로도 괜찮았지만 여주인공인 나오미 와츠의 아름다움만으로도 꼭 블루레이 타이틀로 소장하고 싶게 만듭니다.
제시카 랭도 멋져보였지만 나오미가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사족으로 영화속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독벌레도 아니고 공룡도 아닌 원주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곳에 그냥 두면 저절로 미쳐버릴 것 같아요... 다행히도 둘째 녀석은 원주민들 나올 때 잠들었다가 킹콩이 공룡과 싸울 때 부스스 일어나서... 볼 건 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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