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6
스티븐 이설리스가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이 실려있는 블루레이 공연물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선뜻 구입하게 되지는 않았는데요... 그런데 공연을 보니 진작에 들이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로 좋은 연주가 실려있었습니다.
이보다 먼저 블루레이 타이틀로 구입했던 고티에 카퓨숑 (첼로)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자)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 연주의 동일곡에서는 파리 Salle Pleyel 공연장의 잔향이 길던지 딜레이 이펙트를 걸어서 그런지 이 곡의 특성이 파묻힌다는 느낌이 있었고, 마이크 배치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몰라도 대역 밸런스 상으로 아래 대역이 줄어든 것처럼 들렸습니다. 연주의 퀄리티를 논외로 하고 연주를 수록한다는 기술적인 면에 국한시켰을 때 레퍼런스 공연물 실황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모가 있었습니다.
한편, 이설리스는 크로키로 그려내듯이 남성적인 선 굵은 표현을 해줬습니다. 솔 가베타라던지 엠마누엘 베르트랑 같은 여성 연주자들은 선율의 아름다움을 포기하면서까지 드라마틱하고 끊어내는 표현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장한나 같은 경우에는 좀 더 드라마틱한 노선을 잡은 편이지만 출력 또는 체력이 의도에 미치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녹음도 도와주지 못했고요. 이설리스는 곡의 아티큘레이션이 잘 살고 치열하고 드라마틱한 모습이 나오도록 정면승부했습니다. 이설리스가 사용한 악기와 주법이 약간 드라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런 강경한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카덴차에서 이설리스가 혼자 연주할 때는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어요. 화면에도 오케스트라 단원이 이설리스의 연주에 몰입해서 듣는 모습이 잡혔습니다.
잔향이 길지 않은 벨기에의 콘서트헤보 Brugge 공연장은 곡과 연주자들의 의도를 제대로 재현하는데 보탬이 된 것 같습니다.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치밀한 연주력을 보여줬습니다. 창설한 지 오래되지 않은 오케스트라인데도 불구하고 합이 잘 맞는 것 같고 수준이 높은 편인 것 같습니다. 지휘를 맡은 테오도르 쿠렌치스는 모호함이 없이 선명하게 잘 이끌어나갔습니다. 이게 뭐냐 싶은 미숙함이나 치기 어림은 느껴지지 않네요. 게다가 영상이나 오디오의 품질 수준까지도 레퍼런스 수준입니다.
지휘자 없이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합주로 연주한 브리튼의 신포니에타 곡에서는 오디오 수록 품질과 영상 수록 품질이 뛰어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고요, 연주 후반부에 실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까지 보고 나면 테오도르 쿠렌치스가 앞으로 뭔 일을 낼 지휘자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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