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서울시향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raker 2023. 4. 21. 06:58

2016/06/24
시벨리우스 교향곡 영상물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한누 린투/서울시향 공연 초대 이벤트'에 당첨되어 서울시향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그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에서 서울시향의 연주능력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능성에서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준 한누 린투 덕분에 풀 스로틀로 기능하는 서울 시향의 기능성을 볼 수 있었네요.

피아노 협연자인 보리스 길트버그는 오케스트라와 잘 묻어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한 면만 보고 얘기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겠지만... 제게는 보리스 길트버그는 협연자보다는 독주자가 체질에 더 잘 맞는 사람으로 비쳤습니다. 협주곡에서 기대하는 정통적인 상에 잘 들어맞지 않았고 오케스트라와 화학적 결합도 잘 이뤄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휘자를 만났을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서도...)
협주곡에서는 리딩하는 장군 같은 면모가 필요하지만 보리스 길트버그의 연주에서는 그보다는 수도승이 공들여 가꾼 정원과 신묘한 개량품종을 보여준다는 느낌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보리스 길트버그의 독특한 면이 있다면 그는 평상시에는 끙끙 앓는 것 같은 허약한 모습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나래를 펼쳐 보이는 순간이 되었을 때 다른 연주자들이 내놓을 수 없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기운을 표출해 낼 줄 압니다. 그런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줬던 것이 두 번째 앙코르곡인 Prokofiev, Pieces from Kuolema, Op.44 , No.1 Valse Triste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스타게이트를 열어버린 것 같은 아찔한 에너지 필드를 표현해 냈습니다. (사악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어린아이가 친구들에게 '비밀스럽고 놀라운 물건이 있는데 너도 한번 같이 볼래?' 하는 느낌에 가까왔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피아니스트와 피아노를 중심으로 중력이 휘어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그 필드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때는 모르겠지만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피아노 연주자가 아니고 괴물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최근 보리스 길트버그가 라흐마니노프 곡을 리코딩으로 발매해서 호평을 받았는데요.
그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면 어떤 모습으로 표출해 낼지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