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TT 콘텐츠 감상

스포트라이트 [2008]

raker 2023. 4. 14. 13:23

2008/07/4

MBC의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3회 차부터 보게 되었는데 한번 본 후로는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어 빠짐없이 챙겨보는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올바른 기자정신을 가진 도전적이고 용감한 전문직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 되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전문직여성의 성장을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직장여성의 취향에는 별로 맞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여성들이 드라마에서 기대하는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여주인공에게 과분하고 벅찰 정도로 멋진 남자가 등장해서 고단한 여주인공의 삶을 위로해 주고 희망을 가지게 해주는 식의) 판타지 함유율 0%이고 정반대로 충격적일 만큼 치열한 고농축의 현실이 담겨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학 때 좋아하던 남자선배가 나타나지만 현실에서는 자기의 직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저격수 같은 존재로 나타나는 식입니다. 그리고 여직원들은 제아무리 업무상 관계라고 하더라도 눈하나 깜짝 않고 자기 할 말 다하는 까칠한 남자 선배사원을 싫어할 것 같고요.

저와 큰아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보는 시간에 집사람은 태양의 여자라는 드라마를 봤는데요. 아마 이런 것은 어느 집에서건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시청률에서 태양의 여자가 더 높게 나오더군요. 저로서는 드라마 전개 과정과 결과가 뻔히 다 보이는 태양의 여자가 인기가 높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런 취향의 차이는 아마도 남자와 여자의 두뇌구조의 차이가 아닌가 싶네요.

스포트라이트의 미덕은 여러 명의 캐릭터를 현실감 있고 생명력 있게 잘 부각해 주었다는 것이겠고요. 안정된 연기력을 가진 연기자들을 캐스팅한 것도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다른 드라마와는 다르게 여기서는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성장시키고 부각하기 위해서 남자 캐릭터에는 많은 변화를 주지 않더군요. 어쨌든 간에 그런 여러 명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해서 교묘하게 매회마다 주요 사건들이 중심이 달라지면서 극적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를 거듭할수록 상대하기 벅차고 피하고 싶은 위험한 대상을 상대로 신경전을 벌여야 하므로 드라마와 긴장의 규모는 계속 증폭되어 갑니다.
반대로 주인공의 활동 기반은 점점 더 좁아지고 압박을 받게 되는 암담한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사건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거대한 존재에 의혹을 가지고 밝혀가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이므로 그런 스타일의 스토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더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모쪼록 스포트라이트의 장점을 계승한 드라마의 출현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