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TT 콘텐츠 감상

더 배트맨 [2022]

raker 2023. 4. 12. 07:44

2022/03/20

이게 무슨 일이지? 이제껏 본 적 없는 배트맨입니다.
감독이 배트맨을 어둡게 표현하고 싶어 해도 제작자는 그런 의도가 장사가 잘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반대하고 오히려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여 영화를 산만하게 만드는 것이 상례인데... 이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배트맨의 어두움을 짙게 표출했고 여기서 벗어나는 장면은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배트맨의 존재 자체가 범죄자들의 위협이 되는 존재로 빚어냈습니다.
영화 초반에 배트맨이 자신을 "나는 복수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은 이런 영화의 분위기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음울하고 희망을 찾기 어렵습니다.
배트맨의 우울과 공포와(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정의에 대한 집착은 범죄자를 대상으로 광기와 더불어 무자비한 폭력으로 배설하며 견뎌냅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쌓이는 만큼 그의 어깨에는 감당해야 하는 압박감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던 중 리들러가 계획한 범죄에 배트맨을 끌어들이면서 범죄의 크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고 영화는 탐정물처럼 복잡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리들러의 수수께끼는 웨인가의 과거 행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액션에서도 과장되지 않고도 배트맨의 목숨을 건 (집착 없이는 시도할 수 없는) 비장함을 잘 담아줬습니다.
배트카도 이 영화에서는 영화적인 몰입을 높이도록 수단으로써만 존재합니다.
심지어 배트카의 배기음마저 공포심을 일으킵니다.
밤 비가 내리는 도로에서의 체이싱 씬은 압도적입니다.

배트맨은 리들러가 계획한 마지막 대결에서 다시 한번 목숨을 건 선택을 하게 됩니다.
살아난 배트맨은 각성을 하고 복수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셀리나는 배트맨에게 부패하고 희망이 없는 고담시를 떠나자고 하지만...
배트맨은 고담시를 지키기 위해 고단하고 고독한 의무를 (아버지의 유업을 그렇게라도 잇는) 다하기로 선택합니다.
갈림길에서 셀리나의 오토바이는 left (떠남), 배트맨의 오토바이는 right (옳은) 방향을 향합니다.

가장 배트맨 영화답고 가장 뛰어나게 연출한 영화라 할만합니다.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 (2008)와 견줘볼 만한 영화가 나타났네요.
그리고 "조커" (2019)의 뒤를 잇는 좋은 히어로물 영화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더 배트맨이 4K UHD로 출시되면 영화관에서 볼 수 없었던 암부의 디테일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워너브라더스에서 배급할 테니 사운드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