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7
이런 영화를 처음 보신 분이라면 만화 같은 설정에 놀라고 한숨만 나오실 테지만 이미 마블 시리즈 영화를 봐왔던 사람이라면 많이 무뎌져서 이런 설정에 그다지 놀라지는 않을 겁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게 봤습니다.
전작 배트맨 대 슈퍼맨의 경우 제작진이 다크 한 느낌을 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그런 잘못된 목표를 관객에게까지 관철시키려 했던 것에 진저리 치게 만들었는데... 저스티스 리그를 만들 때는 그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나 봅니다.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부분이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다루는 내용은 많지만 빠르게 전개시켜서 관객을 지루하게 느끼게 만들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유머를 배치한 센스도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배트맨은 먼 곳에서 적이 몰려올 것을 알고서 초능력자 메타휴먼 전사를 규합하여 동맹팀을 만들려 합니다. 배트맨은 아쿠아 맨, 플래시 맨을 영입하고, 원더우먼은 아마존에서 보낸 위험 신호를 접하고 배트맨을 찾아갑니다. 곧이어 빅터 스톤도 합류하게 됩니다. 급조된 팀에서 원더우먼은 한쪽으로 쏠리는 아이디어에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고 메타휴먼 사이에 생기는 긴장이나 기세다툼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배역상으로 균형이 잘 맞도록 설정해 주어서 영화를 보는 데 무리가 없게 만든 것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여러 난관을 돌파하면서 저스티스 리그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게 이 영화를 끌고 온 동력입니다. 그런데... 스테판 울프를 맞서는 과정이나 난관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보였습니다. 이런 허무한 점이 이 영화의 약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스티스 리그가 결성되기는 했는데... 이들이 가진 능력이 워낙 수퍼 파워다 보니 힘을 뭉쳐서 대적하지 않으면 안 될 다음 악당은 누구일까 궁금하게 합니다. 이미 슈퍼맨과 동격 수준이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갖추었을 것 같은 악역을 많이 보아온 것 같아서요. 이런 궁금증을 가진 관객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음 영화를 봐야 할 이유를 관객에게 주입시키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쿠키 영상에 대놓고 다음 편 영화 예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자연스레 어벤져스와 다른 점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마블의 어벤져스 멤버는 의욕이 넘칩니다. 어벤져스 일원은 뜻은 같이 하지만 기질이 다르다 보니 해결방식이 다른 두 무리로 나뉘어 서로 의견 대립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그에 비하면 DC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 멤버는 각자 슈퍼 파워를 가지고는 있지만 어느 무리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해서 소속감이 부족하고 한 걸음 뒤에서 관망하는 주변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배트맨과 슈퍼맨만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일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슈퍼맨이 죽었으니 배트맨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기게 됩니다. 배트맨이 원더우먼에게 좀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이런 구성원의 특성상 어벤져스는 매번 일할 때마다 관점의 차이를 조정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일을 망치기 쉬운 반면, 저스티스 리그는 나서야 할 일이 있을 때 관망하는 멤버에게 그 일이 의미가 있는 일임을 설파하고 적극성을 띄고 행동하도록 독려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다시 말해서 어벤져스는 행동의 방향성을 맞추는 게 어렵고, 저스티스 리그는 행동에 나서게 하는 시점을 맞추는 게 어렵다 이렇게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 영화가 엑스맨 시리즈의 영화와 닮은 점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프로페서 X가 뮤턴트를 일일이 리크루팅 하는 과정이 배트맨이 메타휴먼을 리크루팅 하는 과정과 상당히 비슷해 보였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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