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1
모렐사의 플래그쉽 스피커 Fat Lady를 설계한 바 있는 러셀 카우프만은 수십 년 동안 오디오를 개발해 온 이력을 살려 독립하기로 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러셀 K를 설립했다. 러셀 카우프만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제품에 걸맞도록 남들이 이루지 못한 제품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가능한 한 리얼리스틱한 소리를 재생하되 현실적인 가격에서 제품을 구현하고자 한 것. 이를 위해서 스피커의 설계는 영국에서 하되, 스피커의 제조는 물가가 비싼 영국을 피해 경험이 풍부한 폴란드의 전문업체에 맡기기로 한다.
러셀 K 스피커는 겉모습이 BBC 모니터 스피커를 닮아서 소리까지도 BBC 모니터 스피커를 닮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실제로 소리를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러셀 K 스피커는 스피커 업계에서 사용해 보지 않았던 혁신적인 시도로 이전의 BBC 모니터 스피커가 해결하지 못했던 하는 부분을 제대로 해결하고 BBC 모니터 스피커를 초월해 버렸다.
러셀 K 스피커의 비결을 살펴보기로 하자.
러셀 K 스피커의 인클로우저는 얇다. 배플 쪽에만 19mm 두께의 MDF를 사용했고 나머지 부분은 16mm 두께의 MDF 인클로우저를 사용했다. 인클로우저가 얇아지면 드라이브 유닛이 동작할 때 인클로우저가 쉽게 진동할 수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 러셀 K 설계진은 역발상을 하여 얇은 배플에서 진동을 빨리 감쇄시킬 수 있게만 할 수 있다면 에너지 저장이 적어 컬러레이션과 부자연스러움이 줄어드는 얇은 배플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고 봤다. 과거 BBC 모니터 스피커 개발진은 얇은 인클로우저에 점탄성 재질을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러셀 K 개발진은 이 방법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점탄성 재질을 인클로우저에 사용할 경우 저역의 반응을 무르게 만든다는 것. 이들이 찾아낸 최적의 방법은 내부 보강 프레임에 기존에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내부 보강 프레임의 구멍 크기나 개수 등을 조절함으로써 인클로우저의 울림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게 했다.
러셀 K 레드 50 스피커 내부에는 우퍼 위쪽에 내부 보강 프레임 1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보강 프레임에 뚫린 여러 개의 둥근 구멍을 통해 저역만 선택적으로 빠져나가도록 하여 후면에 뚫려있는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로 중역 대역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고, 스피커 내부에는 중역 대역의 정재파가 생기지 않게 했다.
이런 혁신적인 인클로우저 설계 덕분에 드라이버 유닛이 멈췄을 때 진동이 빨리 멈출 수 있게 되었고 인클로우저로 인해 발생하는 컬러레이션과 부자연스러움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저역의 페이스가 현격하게 좋아졌다.
러셀 K 설계진은 수년간 수천 시간에 걸쳐 크로스 오버 타입을 연구했는데 이들이 찾아낸 결과를 요약하자면, 드라이브 유닛의 물리적인 롤오프 현상과 전기적인 크로스오버를 섞어서 구현했을 때 가장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러셀 K 레드 50에는 2.2KHz에서 12db/octave의 감쇄를 가지는 2차 네트워크 필터를 적용했으며, 통상적인 2차 네트워크 설계처럼 트위터와 우퍼를 역상으로 연결하지 않고 정상위상으로 연결했다. 우퍼에는 코일 한 개, 트위터에는 콘덴서 한 개만 달렸다. 트위터의 로우 컷 필터에는 통상적인 L-pad 레지스터를 사용하는 대신 조벨 네트워크를 사용했다. 그 이유는 레지스터가 신호경로에 들어가서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설치
여느 북쉘프 스피커와 마찬가지로 최상의 재생을 위해서는 철재 스피커 스탠드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시험 삼아 다른 북쉘프 스피커 위에 러셀 K 레드 50 스피커를 얹어놓고 들어봤는데 저역이 상당히 부풀게 들렸다.
러셀 K 레드 50 스피커를 VTL TL6.5 프리앰프와 크렐 FPB-300 파워앰프, 아큐페이즈 E550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나드 C375 BEE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 연결해 봤는데 어느 제품에서나 제 능력을 발휘했으며 구동이 어렵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가로 8미터와 세로 5미터 거실과 가로 3미터와 세로 3미터짜리 방에서 울려봤는데 어느 공간에서건 공간감을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 거실에서 울렸을 때 저역이 많이 부족하지 않고 다이내믹스 재생폭이 넓어서 재생 음악 장르를 많이 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고, 방에서는 저역이 흘러넘치지 않아 거북하지 않았다.
스테레오파일 테스트 CD vol. 2 트랙 16에 실린 Bass Decade로 러셀 K 레드 50의 저역 재생한계를 확인해 보니 50 헤르츠 까지는 음량이 감쇄 없이 저역이 잘 재생되었지만 40 헤르츠 이하의 주파수를 재생할 때는 음량이 많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뷰 시스템은 마란츠 UD7007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나드 C375 BEE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사용했으며, 그 밖에 HGA사의 DNA 인터커넥트, 오디오플러스 SEC-8502 스피커 케이블 더블런, 오야이데 츠나미 V2 파워코드를 사용했다. 러셀 K 레드 50 스피커는 레벨 M22 스피커 전용 철재 스피커에 올려두었으며 스탠드 바닥에는 스파이크와 스파이크 슈즈를 사용했다. 청취 공간은 가로 3미터, 세로 3미터짜리 정방형이며, 정재파에 시달리지 않도록 특별히 오디오 시스템의 설치방향을 모서리 방향으로 향하게 했다. 스피커 쪽 천정 모서리에는 Eighthnerve사의 트라이앵글 III를, 청취자 쪽 벽면 모서리 부분에는 야마하 조음패널 2개를 설치해 두었다. 리뷰에 앞서 2주일 정도 길들이기를 해두었다. 참고로 제작사에서는 러셀 K 레드 50의 길들이기 기간을 6개월이라고 밝히고 있다.
들어보기
Stereophile Test CD 2 - 3rd track, Acoustic Drum Solo
Stereophile Test Cd 2
스테레오파일 테스트 CD vol.2에 실린 3번 트랙 어쿠스틱 드럼곡을 재생시켜 봤다. 타이트하고 빠른 저역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길게 끌리듯 번지는 소리가 난다거나 나무통의 울림이 과다하게 묻어나서 다른 대역의 소리를 뒤덮어서 마스킹시키지 않는다. 러셀 K 레드 50의 사이즈로도 킥 드럼을 재생하는 게 가능한지 의심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쿠스틱 킥 드럼의 기음이 50Hz 정도에 불과하므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관건은 50Hz라는 저역의 깊이가 아니라 스피커가 해당 대역의 페이스를 제 타이밍에 맞게 재생해 줄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다른 북쉘프 스피커나 톨보이 스피커가 킥 드럼을 제대로 재생하지 못하는 것은 그 깊이까지 내려가지 못해서라기보다는 그 깊이의 소리를 제 타이밍에 재생할 수 있도록 인클로우저가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Jennifer Warnes - First We Take Manhattan
Famous Blue Raincoat
제니퍼 원스의 Famous Blue Raincoat 앨범에 실린 “First We Take Manhattan”의 경우 신시사이저 드럼을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저역이 퍼지지 않고 날렵하게 재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드럼 재생이 신통치 않은 오디오 시스템으로 이 곡을 끝까지 듣는 것은 따분하고 기분 처지는 일이 되겠지만, 러셀 K RED 50이 훌륭하게 임무를 잘 수행해서 음악을 즐기는 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이 사이즈의 스피커에서 기대한 것보다 저역 재생이 훌륭했고 규모의 표현에서 제한이 적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Hugh Masekela, Stimela Group - Coal Train
Burmester Test CD 3
그다음 곡은 조금 더 재생하기 어려운 곡을 재생해 보기로 했다. 버메스터 테스트 CD Vol.3 9번 트랙에 실린 Hugh Masekela와 Stimela 그룹이 연주한 “Coal Train”. 다이내믹 표현이 제한되는 오디오 시스템으로는 조마조마하고도 신경이 곤두서고 실망스러워서 이 곡을 끝까지 듣는 것이 고역이 되겠지만, 러셀 K 레드 50은 소리가 거칠어지지도 않고 다이내믹의 제한도 없이 음악의 열기와 격정을 남김없이 전달해 줬다.
Yefim Bronfman, Franz Welser Most - Brahms Piano Concerto No.2
Cleveland Orchestra
그다음에는 조금 더 규모가 크고 넓은 대역을 표현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프란츠 벨저 뫼스트가 지휘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공연물 블루레이 타이틀은 협주곡 공연물 중에서 스케일의 크기로는 단연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데, 재생하는 내내 소리가 과포화된다는 불편을 느끼지 못했고 군소리 없이 전곡을 뚝딱 들을 수 있게 해 줬다.
오디오 시스템의 다이내믹스 재생에 제한이 없고 밸런스가 잘 잡히고 큰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각론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는 연주장에서 접할 수 있는 실제적인 소리를 만들어 내었다기보다는 미니어처 된 사운드 스테이지를 만들어 냈다고 봐야겠으나 방에서 큰 공연물에 깊이 빠져들어갈 수 있게 해 준 것은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마무리
좋은 오디오와 나쁜 오디오를 어떻게 나눌 수 있으며, 행복한 오디오 애호가와 불행한 오디오 애호가는 어디서부터 갈라지는 것일까? 그런 희비는 어쩌면 스피커를 선정하는 순간에 결정이 되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단점이 명확하고 타고난 버릇이 있는 스피커를 맞이했을 때와, 단점이 적고 능력 제한이 적은 스피커를 맞이하는 것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단점이 명확하고 타고난 버릇을 가진 스피커는 사용자가 제아무리 현명하게 운용하려고 시도해 보고 세심하게 고안하더라도 협조해 주지 않는다. 사용자가 어떻게 해봐도 그 고집불통을 감당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고 그 무능력을 개선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자괴감에 빠지고 우울해지게 된다. 하지만 단점이 적고 능력 제한이 적은 제품을 맞이하게 되었다면? 음악 재생도 만족스러울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시도해 보는 자잘한 변화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오직 비싼 소재를 채택하고 스타일링에 힘준 비싼 제품을 통해서만 단점이 적고 능력 제한이 적은 고성능 스피커를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창조해 낸 창작물을 통해서 그 상식이 깨어지곤 한다.
러셀 카우프만은 스피커를 만드는 데 있어 직면해야 하는 기술적인 모순을 기존의 해법을 따르지 않고 혁신적인 접근 방법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냄으로써 값비싼 제품이 아니더라도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보장하는 제품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러셀 K RED 50은 놀라울 정도로 저역 페이스가 좋고, 엔벨로프 재생이 좋고, 착색이 적고, 사운드 스테이지의 재현도 수준급이다. 다이내믹스가 제한되지 않고 왜곡이 적어서 큰 규모의 음악의 모습을 다 담아낼 수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지침 없이 들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면서도 앰프를 가리지도 않아 운영의 폭이 넓다.
오디오의 상식을 파괴하고 있는 러셀 K 제품은 유럽 쪽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좋은 대안으로 선택이 되고 있다. 유럽 쪽에서 뜨거운 반응을 받고 있는 러셀 K의 제품이 한국에도 수입이 되었다니 기쁘게 생각하며, 리뷰어로서 좋은 제품을 소개할 수 있게 된 행운을 누릴 수 있었던 것에도 기쁘게 생각한다. 러셀 K 레드 50 스피커를 오디오 애호가 여러분에게 열렬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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