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3
디지털 오디오 전문가들은 DAC의 이상적인 디지털 입력단 구조로 이더넷 인터페이스를 꼽고 있다.
S/PDIF 입력을 가지는 DAC는 항상 슬레이브가 되어 앞단에서 발생된 지터를 그대로 끌고 들어오게 되는 구조여서 음질 면에서 불리하다. Asynchronous USB 입력을 가지는 DAC의 경우에는 DAC가 독자적인 마스터 클럭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므로 S/PDIF 입력보다는 낫지만 컴퓨터의 전력이 DAC로 침투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컴퓨터 운영체제의 성능과 드라이버의 최적화 상태와 재생 플레이어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따라 음질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서 버전마다 성능이 들쑥날쑥하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USB 케이블의 최대 길이가 3미터 정도로 제한되는 제약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이더넷 DAC는 DAC가 독립적으로 마스터 클럭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며, 컴퓨터의 전력이 DAC 내부로 침투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컴퓨터 운영체제 성능과 드라이버 최적화 상태와 재생 플레이어의 프로그램 완성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데이터 플로우를 충실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밖에도 LAN 케이블 길이에 대한 제약이 없어서 설치가 자유롭고 UPnP 표준을 따르는 서버 프로그램과 호환하는 개방성을 갖추고 있어서 DAC으로서 어느 한 구석 빠질만한 부분이 없다.
이더넷 DAC의 딜레마
하지만 컴퓨터 오디오 세계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DAC 단독의 능력만으로는 우수한 성과를 얻어 낼 수 없으며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보조 장치나 케이블을 만드는 협력회사에서 보조를 맞춰주어 연합능력이 좋은 경우에만 우수한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더넷 DAC는 열세에 놓여 있다. 협력업체의 도움이 필요한데 둘러봐도 오디오 재생에 특화된 제품이 별로 없다. 일반적인 LAN 케이블을 사용하면 연주가 산만하게 들리고 빨리 연주 끝나고 집에 가서 쉬고 싶어 하는 것처럼 성의 없게 들린다. 예전에 리뷰 했던 오디오퀘스트 RJ45-G LAN 케이블로 연결하면 그런 어수선함과 조악함이 사라져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수준으로 향상해 줄 수 있지만 USB DAC 진영에서 와이어월드 플래티넘 이클립스 USB 케이블이나 오야이데 5S 컨티넨털 USB 케이블과 같은 든든한 동맹군을 얻어 음질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에 비하면 오디오퀘스트 RJ45-G LAN 케이블이 그런 수준에 도달시킬 정도로 향상해 줬다고는 할 수 없다.
GLV 에피소드 I LAN 케이블
이더넷 DAC의 보급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이더넷 DAC의 성능을 완전하게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LAN 케이블이 나올 수 있을지 염려하던 차에 홈 엔터테인먼트 설계·시공업체이자 LINN DS 플레이어를 활발하게 보급해 온 GLV에서 LAN 케이블을 상품화했다. GLV 에피소드 I이라고 명명한 LAN 케이블은 독일의 케이블 전문회사에서 만든 LAN 케이블 선재를 가지고 오랜 시간에 걸쳐 세심하게 모니터링하여 단자와 피복을 선정했다. 선재는 OFC 동선을 충실하게 차폐시켰으며 케이블의 외경은 10mm에 달한다. 금속 다이캐스팅 단자는 케이블의 단말을 완전하게 쉴딩 시켜준다. 에피소드 I LAN 케이블은 커스텀 주문으로 필요한 길이로 제작할 수 있다.
제품 청취에는 필자의 집에 설치되어 있는 Linn Akurate DS 플레이어와 Meridian Audio Core 818을 사용했다. 음원 파일은 Meridian MD600과 GLV 리핑 서버에 수록되어 있다. GLV 리핑 서버와 Akurate DS 플레이어는 유무선 공유기로 연결되어 있는데 GLV 리핑 서버와 유무선 공유기는 1미터짜리 LAN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고, Akurate DS 플레이어와 유무선공유기 사이에는 12미터 LAN 케이블로 연결이 되어 있다. 리뷰 샘플로 제공받은 GLV 에피소드 I LAN케이블은 1미터짜리 2개다.
실험 1단계
우선 GLV 리핑서버와 유무선공유기 사이에 연결한 오디오퀘스트 RJ45-G LAN 케이블(이하 RJ45-G)을 제거하고 GLV Episode-I LAN 케이블(이하 에피소드 I)을 연결했다. RJ45-G와 에피소드 I를 여러 번 번갈아 비교해 보면 RJ45-G는 케이블의 정보량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가지고 있고 저역의 표현력이 떨어져서 밋밋하게 만드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에 비해 에피소드 I은 정보량이 늘어난 것처럼 들리고 다이내믹스의 표현력이 향상되어 소리는 좀 더 짜임새 있고 입체감 있게 들리게 된다.
그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던 것은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노래한 슈만 가곡집을 재생시킬 때였는데 RJ45-G로 연결했을 때는 디스카우의 소리가 좁고 답답하게 닫혀져 있는 것처럼 들렸고 에피소드 I로 연결하면 성량이 풍부하고 소리가 더 꽉 채워져 있는 것처럼 들린다. 힘이 실린 듯이 들리지만 힘을 짜낸다거나 압박을 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좀 더 자연스러워져서 실연에 가까워지는 방향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피아노 반주도 마찬가지로 힘이 실리고 악기의 잔향과 배음이 더 잘 표현된다.
며칠 동안 에피소드 I로 연결했다가 RJ45-G로 바꿔 연결하면 고급 케이블을 사용하다가 보급형 케이블을 연결했을 때처럼 연주가 시시하게 들렸고 그 음질적인 그레이드 면에서 격차가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실험 2단계
그 다음 단계로 에피소드 I 1미터를 하나 더 투입해서 GLV 리핑서버뿐만 아니라 Akruate DS에도 연결해 보기로 했다. 앞서의 연결과는 달리 Akurate DS 바로 옆에 스위칭 허브를 연결하고 GLV 리핑서버의 자리를 옮겨 스위칭 허브에 연결했다. (스위칭 허브와 유무선공유기 사이에는 RJ45-G 12미터짜리로 연결해 두었다) RJ-45와 에피소드 I를 각각 하나씩 연결한 경우와 에피소드 I 2 개를 연결한 경우를 번갈아 비교해 보면 에피소드 I를 2개 사용했을 때 앞서 느꼈던 특성이 좀 더 분명 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에피소드 I를 하나만 연결했을 때는 아쉬움이 든다.
그 상태에서 Linn Akurate DS와 GLV리핑서버 대신 Meridian MD600과 Meridian Audio Core 818을 연결한 후 에피소드 I를 하나만 투입한 결과와 에피소드 I를 2개 연결한 경우를 번갈아 비교해 보아도 에피소드 I를 2개 연결했을 때 더 향상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실험 3단계
이 대목에서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유무선 공유기와 스위칭 허브 사이에 연결한 12미터짜리 LAN 케이블이 음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데... 이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 RJ45-G 12미터 대신 넷메이트 CAT7 UTP LAN 케이블 12미터를 연결해 봤다. 연주자가 신경질적으로 연주하는 것처럼 들렸다. 이 실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유무선 공유기와 스위칭 허브 사이에도 고품질의 LAN케이블이 필요하다고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12미터라면 구입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지라 저렴하게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확인해 봤다. 유무선 공유기와 스위칭 허브 사이에 오래전에 실험해 봤다가 접었던 광변환기를 다시 연결해 봤다. 역시나 예전에 얻었던 결론을 더 분명하게 확인하게 되었다. 광변환기를 이용하는 경우 얻을 수 있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았다. 소리의 순도나 음악의 열기가 줄어들게 들리기 때문이다.
실험 4단계
그다음은 에피소드 I가 고사양의 LAN 케이블과 비교해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GLV 시청실에 방문했다. Linn Klimax DS플레이어에 에피소드 I와 은선을 사용한 LAN 케이블을 비교했다. 비교한 은선 LAN 케이블은 에피소드 I 보다 가격이 5배 높다.
에피소드 I로 린다 론스타트가 부른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를 들어보면 가수의 호흡이 잘 느껴진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서서히 호흡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노래에 실린 힘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어 가수의 실재감이 느껴진다. 이 곡의 처음에 등장하는 어쿠스틱 기타를 표현할 때도 디테일과 엔벨로프의 표현이 정교해서 오디오로 재생되는 어쿠스틱 기타 같지 않고 실제 기타에서 튕겨져 나올 때 들을 수 있는 엔벨로프처럼 재생된다.
한편, 비교해 본 은선 LAN 케이블의 경우 매끈하고 스무스하게 나온다. 음악 에너지의 굴곡을 표현하는 다이내믹스의 폭이 좁은 편이어서 실제의 소리 같다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잘 가공된 보석을 감상하는 것 같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주는 취미적인 제품이라는 인상이 더 강했다.
맺음말
여러분께서 여태껏 듣고 있었던 이더넷 DAC의 소리는 잠재력이 봉인된 상태에서 찔끔찔끔 나오는 소리에 불과했다. 에피소드 I를 사용하면 봉인되어 있던 이더넷 DAC의 능력이 해제되어 성숙하고 한 등급 높아진 풍성한 표현력을 가져다줄 것을 장담한다. 이더넷 DAC를 사용자나 메리디안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용자에게 있어 큰 도움을 주는 협력세력이 나타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LAN 케이블을 이용하는 일부 CD트랜스포트와 DAC 사용자에게도 혜택을 줄 것이다.
이더넷 DAC 사용자는 이더넷 DAC의 특성을 살려 음원 파일이 담겨있는 컴퓨터나 NAS를 DAC와 멀리 떨어트려 설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런 점을 감안해 보면 오디오에 최적화된 LAN 케이블은 오디오적인 성능이 좋아야 하면서도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미덕이 요구된다. 상반된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GLV는 절대적인 성능 면에서 최상급의 수준에 도달했으면서도 LAN 케이블이 가져야 하는 미덕을 잃지 않는 절묘함을 에피소드 I에 담아냈다. 사용자의 마음으로 제품화시킨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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