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5
트랜스페어런트 케이블은 남다르게 생긴 케이블의 생김새답게 오디오 케이블에 대한 접근 방향이나 회사의 운영방식도 남다른 면이 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지역에 살고 있던 죠쉬 클라크, 캐런 섬너, 잭 섬너 부부, 칼 스미스가 모여 동사를 창립했고 지금은 10여 명의 베테랑 사원을 두어 국내/해외 세일즈, 품질관리, 재고관리, 웹사이트 디자인과 관리를 하고 있다.
동사의 설명에 의하면 케이블에 오디오 대역에 해당하는 신호가 제대로 전송된다면 음악의 다이내믹, 풍부함, 매끄러움, 자연스러움이 나타날 테지만 실제로 케이블을 연결해 보면 얄팍하고 환하고 전기적인 경향의 소리를 띄는 현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런 소리가 들리게 된 이유는 오디오 대역보다 높은 주파수에 해당하는 노이즈가 케이블을 타고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며, 그 노이즈는 실제 오디오 대역의 신호 중 미세한 세기를 가진 신호 전송을 방해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이즈 침투에 의해서 섬세한 하모닉 리플렉션, 미묘한 음악의 음색과 다이내믹이 표현되는 것을 방해받고 있으니 노이즈 침투경로의 중간에 로우패스 필터를 두어 노이즈가 침투하는 양을 통제하자는 것이 트랜스페어런트 케이블의 설계 콘셉트가 되겠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Low-order, phase-correct 로우패스 필터를 두어 노이즈를 관리하게 되면 그동안 노이즈에 의해서 방해받아 왔던 오디오 대역의 주파수 전송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런데 트랜스페어런트의 설명과 측정 그래프를 유심히 살펴보면 노이즈를 감쇄시키는 로우패스 필터가 시작하는 주파수라든지 감쇄할 슬로프를 결정하는 데 많은 청취를 반복하여 적용한 흔적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트랜스페어런트의 사옥에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리스닝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제품 개발에 이 시설을 사용하고 있다. 네트워크 설계뿐만 아니라 음질의 완성도와 관련이 있는 케이블을 구성하는 재료 구조나 형상, 그리고 진동에 대한 것 같은 설계요소를 결정할 때에도 리스닝 스튜디오의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트랜스페어런트의 케이블은 어느 제품군이건 공통적으로 풍부하고 스무드하고 다이내믹하고 생음악처럼 자연스러운 소리가 나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상위 제품으로 갈수록 미세신호를 재생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정확한 저역을 낼 수 있게 했다. 제품군마다 네트워크에 사용하는 소자의 수준과 교정 수준, 커넥터의 재질과 형상치수상의 정밀성, 전도체의 최적 사이즈와 지오메트리 그리고 유전체의 재질이 약간씩 다르게 적용되었다.
2008년에는 네트워크의 정밀도, 네트워크 하우징에서 단자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개선을 한 MM2 기술을 적용했다. 트랜스페어런트는 MM2 기술을 개발하기 이전에는 어떤 케이블도 브라스 악기를 자연스럽게 재생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겼었는데 MM2를 개발하게 됨으로써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번쩍임을 해결하게 된 것에 놀라워하고 있다.
트랜스페어런트는 회사 운영 스타일이라는 면에서 봤을 때도 특이하다. 트랜스페어런트에서는 제품을 조립하는 기술자를 '터미네이터'라고 부르는데, 이들 터미네이터들은 그 지역의 음악가 또는 예술가다. 이들은 매주 초에 회사에 들러 재료를 차에 싣고 집으로 가져가서 자신의 집에 차려놓은 작업실에서 케이블을 어셈블리/터미네이션을 하며 주말에는 자신이 작업한 케이블을 모아 회사에 제출한다.
트랜스페어런트 회사가 예술가를 터미네이터로 고용하는 이유는 예술에 관련된 활동을 하는 사람이 어셈블리/터미네이션을 더 깨끗하고 단정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사에서는 누가 작업을 했는지 추적이 되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베테랑이 되어야 좀 더 고급 라인의 제품을 터미네이션 할 수 있게 하는 등 어셈블리와 터미네이션의 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특이한 사양의 케이블에 대해서는 in-house-lab을 갖춘 터미네이터가 담당하게 된다.
이상에서 트랜스페어런트 설계 콘셉트와 회사의 특징에 대해서 살펴봤고 이제는 구체적인 제품에 대해 거론할 차례다. 레퍼런스 XL 제품은 거대한 박스에 담겨 있었고 무게도 묵직했다. 스피커 네트워크는 크기가 아주 커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집에서 사용하는 오디오 케이블은 격에 어울리지 않아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는 GLV로 들고 가서 들어보았다.
린 클라이맥스 DS, VTL TL6.5 시그니처 프리앰프, 브라이스턴 28B SST2 파워 앰프, 윌슨오디오 사샤 스피커를 사용했으며, 순은선으로 된 200만원대의 밸런스 인터커넥트 케이블과 순은선인 1000만원대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해서 청취해 봤다. 그 후 트랜스페어런트 레퍼런스 XL 밸런스드 인터커넥트와 레퍼런스 XL 스피커 케이블로 연결해서 들어봤다.
그랬더니 이전에 듣던 케이블에서 소리를 지글거리게 하는 부분이 감지되었고 특정 대역이 부풀어서 펑퍼짐하게 들리게 하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트랜스페어런트 레퍼런스 XL 쪽이 훨씬 더 정숙하고 부드럽고 느긋하게 음악을 풀어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자극은 사라지며 대신에 디테일한 소리가 잘 재생된다.
특히 공간을 편안하고 넓고 깊게 표현해 주었다. 이렇게 확장된 공간감은 누구나 들어도 한 순간에 알아차릴 정도로 차이가 컸고 질적인 면에서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소리의 부풀음이 없어지고 마이크로 디테일이 좋아지면서 정교해졌고 다이내믹의 규모는 이전보다 커진 것처럼 들린다.
클래식 음악은 정적에서부터 소리가 피어나는데 배경이 정숙한 레퍼런스 XL은 그런 면에서 아주 우월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소리의 어택에서부터 디케이까지의 소닉 엔벨로프가 흐려지거나 뭉개지지 않고 선명하고 깨끗하게 나와 주어 악기의 실재감이 제한 없이 표현된다.
트랜스페어런트 레퍼런스 XL 스피커 케이블은 시스템의 소리를 좌우하지 않는 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에 비해서 인터커넥트의 경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오디오 시스템의 분위기를 좌우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또한 가청주파수의 마지막 옥타브(10kHz~20kHz에 해당) 부분이 어둡게 들리는데, 이는 트랜스페어런트의 의도적인 보이싱인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마크레빈슨 No.32 레퍼런스 프리앰프의 소리가 연상된다. 이런 부분은 사용자의 취향과 맞는지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겠다.
제품 리뷰를 하다가 아주 좋은 제품을 발견하게 되면 필자도 사람인 이상 평정심을 잃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다. 다만 필자의 경제력으로는 트랜스페어런트 레퍼런스급의 케이블을 모셔오는 것은 무리여서 두어 등급 아래의 트랜스페어런트 울트라 스피커 케이블을 장만했다. 그래도 그 이전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깊이 감사하고 만족해하고 있다.
필자가 트랜스페어런트 스피커 케이블 사용자로서 알게 된 팁이 하나 있는데 트랜스페어런트 스피커 케이블은 네트워크 아래에 어떤 받침을 두느냐에 따라 소리가 직접적으로 변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바이브라포드를 사용하여 만족스러웠는데, 다른 분들은 어떤 진동 컨트롤을 쓸 것인지 각자 실험해 보실 것을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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