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4
킴버 케이블은 한 모델을 개발해 두면 정말로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회사인데 이번에 모처럼 킴버 4TC와 킴버 8TC보다 많은 심선을 가지는 킴버 12TC를 출시했다. 킴버 12TC는 투명 테플론으로 절연처리된 12가닥과, 흰색 테플론으로 절연처리된 12가닥, 총 24개의 심선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들은 킴버의 기술인 Varistrand로 꼬아져 있다. 스피커케이블이라면 대개는 무채색 그물에 씌워져 있게 마련인데 킴버 12TC는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도도한 모습을 하고 있다. 킴버 12TC는 심선의 개수를 늘려서 동선의 총단면적이 킴버 Monocle XL과 동급 수준이 되었건만 구부리는 게 어려워지지는 않았다. 실드망처럼 꼬아서 중앙부에 공간을 비워두었고 과거에 비해서 부드러워진 저밀도 테플론 피복을 사용한 것이 그 비결이다. 킴버 12TC의 꼬는 방식은 킴버 8TC를 참조하기보다는 킴버 모노클 시리즈나 킴버 셀렉트 시리즈의 방법을 사용한 것 같다. 킴버 모노클 시리즈의 경우는 중앙부에 X38R코어를 가지고 있지만 킴버 TC12는 비워져 있는 것이 둘 사이의 차이다. 심선 12가닥을 싱글 와이어링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8:4로 갈라서 바이와이어링으로 처리하여 사용하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필자가 사용한 킴버 12TC 스피커 케이블은 2.5미터 싱글와이어이고, WBT 말굽단자와 바나나 단자로 마감해 놓은 것이다. 킴버 12TC를 크렐 FPB300 파워앰프와 레벨 퍼포마 F50 스피커 사이에 연결해서 청취했다. 점퍼플레이트 대신에 카나레 OFC 재질의 스피커 케이블과 오디오플러스 PCOCC 재질의 스피커케이블로 대체해서 연결시켰다. 그리고 다른 시스템에서 재현성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마크 레빈슨 No.532 파워앰프와 레벨 살롱 2 스피커 사이에도 연결해서 청취했다. 점퍼와이어는 WBT 파워브리지를 사용했다.
킴버 12TC 스피커 케이블은 과거 킴버 4TC나 킴버 8TC제품과는 달리 조여져 있지 않은 소리를 낸다. 킴버 스피커 케이블은 저가형에서는 경질의 소리가 튀어나오고 중간급은 경질의 소리가 튀어나오지 않게 억지로 무르게 다듬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들게 해놓고 셀렉트급이 되어야 비로소 약점이 잡히지 않는 완성도 높은 제품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킴버가 이제는 그런 구도에 약간의 변화를 주려는가보다. 킴버 12TC는 킴버 8TC에 심선 개수만 늘려서 파워만 증강시킨 것이 아니라 여유로움과 매끄러움도 같이 가져오게 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소리의 수준이 향상되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전체적으로는 대역에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게 잘 배분이 된 인상을 주고 있으며 큰 소리를 내줘야 하는 부분에서도 예전에 비해 덜 거친 소리를 내게 되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해상도라거나 정보량의 전송 면에서 신호의 손실이 적어서 연주자가 악기를 다루는 느낌이 잘 표현되도록 디테일한 소리를 재생시킬 수 있다. 다른 스피커 케이블을 써오다가 킴버 12TC를 사용하게 되면 다이내믹이 좋아지고 음악의 생동감이 더 잘 느껴지게 되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본다.
저역과 나머지 대역 사이에서 성질이 불일치 되는 것은 이 제품의 아쉬운 부분이라 하겠다. 저역은 페이스가 느리게 재생되어 정상적으로 나오는 나머지 대역과 불연속적인 특성을 가진다. 킴버 12TC가 가지는 저역의 특성은 킴버 모노클 XL 스피커 케이블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그물망 형태의 스피커 케이블은 일반 형태의 스피커케이블에 비해서 길이가 많이 늘어나게 되면서 인덕턴스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런 차이가 청감상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의 경우는 킴버 모노클 XL 스피커 케이블이 전 대역에 걸쳐서 동일한 느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킴버 12TC에 비해 6:4나 7:3 정도로 호의적으로 보고 싶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잘 나와줄 수 있는 중고역 부분을 굳이 저역에 맞추기 위해서 희생하는 점에 대해서 불만족스러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킴버 12TC가 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좋게 나와주는 부분만이라도 최대한도로 끌어내어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해할 테니까.
만약에 필자가 저역이 잘 재생되지 않는 300만 원 이상의 북쉘프 스피커를 사용하는 입장이라면 킴버 모노클 XL보다는 킴버 12TC를 선택하는 것이 탁월한 선택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한편, 아발론이라거나 카시오페이아 스피커처럼 시스템 Q를 낮게 잡아서 풀어지지 않는 저역을 추구한 스피커를 사용하는 입장이라면... 킴버 모노클 XL과 킴버 12TC 중에서 어떤 스피커 케이블을 선택하는 것이 나은지 가늠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필자가 사용하는 레벨 퍼포마 F50 플로어형 스피커에 연결할 케이블로 어떤 케이블을 선택하겠느냐고 하면 킴버 모노클 XL이나 킴버 12TC 중에서만 대상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킴버의 더 상급 제품이라거나 다른 회사의 제품들을 놓고 같이 고려해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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