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

MSB S202 스테레오 파워 앰프 (방문청취)

raker 2023. 5. 24. 19:14

2020/10/17

MSB Technology사는 DAC 전문회사이지만 파워앰프도 만들고 있습니다. 
세상의 하이엔드 파워 앰프들이 자사의 DAC의 능력을 깎아먹고 있는 것에 분노해서 직접 만들기로 한 모양입니다. 
커런트 미러 설계, 제로 피드백 설계 등을 동원한 MSB 파워 앰프는 페이즈 에러가 없는 사운드를 만들었고 몇 군데에서 호평받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품 외관 수준이 조잡해서 세간의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한 것 같네요.

그 후 MSB는 Analog DAC, Select DAC II, Reference DAC 등을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제품의 설계능력을 향상했고, 번돈을 알루미늄 블록을 절삭생산하는 시설을 갖추는데 재투자했습니다. 
MSB는 생산 제품을 새 새시에 담도록 부지런히 리뉴얼해 왔고 그 마지막 단계로 사이즈가 큰 파워앰프에 도전했습니다. 
M500 모노블록과 S500 스테레오 파워 앰프, 그리고 그 뒤를 이어 200와트급 S202 파워앰프를 만들었습니다. 
예쁜 자태로 태어난 S202 파워는 10년 전과는 다릅니다. 어여쁘게 만들었네요.
에일리가 부른 '보여줄게' (2016) 노래가 떠오릅니다. 

산뜻하게 머릴 바꾸고
정성 들여 화장도 하고
하이힐에 짧은 치마 모두 날 돌아봐

우연히 라도 널 만나면
눈이 부시게 웃어주며
놀란 니 모습 뒤로 한 채
또각또각 걸어가려 해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보여줄게 훨씬 더 예뻐진 나



S202 파워앰프(200W @8옴, 380W @ 4옴, $30,000)

제품 청취는 GLV에서 했으며, 동원된 소스기기는 오렌더 W30, MSB Select II DAC이고 연결한 스피커는 YG Acoustics Camel 2, Vantage, Hailey 1.2, Sonja 2.3입니다.

YG Acoustics Camel 2야 2 웨이 스피커라 울리기 어렵지 않을 것을 예상했고, Hailey 1.2은 앰프에 고통을 주지 않는 스피커인 것을 알고 있기에 무난하게 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Sonja 2.3은 그렇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렇지만 예상을 뒤엎고 어느 스피커에서도 파워 헝그리하다고 느껴지는 점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앰프로서의 본분을 충실하게 지켜주네요. 앰프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이 맞겠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제품이 너무나 많다 보니 제대로 잘 만들어 주어서 손뼉 쳐주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주변분에게 문의해 보니 Sonja 2 시리즈 스피커는 네트워크 크로스오버 기술과 소자가 향상되면서 예전 모델에 비해 드라이브하기가 쉬워졌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MSB S202가 특별한 것은 좋은 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되겠는데요. AB클래스 증폭방식의 트랜지스터 앰프임에도 불구하고 톤에 하자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 흠잡기 어려운 성과를 낸 트랜지스터 파워 앰프로 비올라 파워앰프($58,000)와 단 다고스티노 모멘텀 M400 ($65,000)을 꼽고 싶은데, MSB S202는 이들 제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인데도 그런 소리를 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비교한 것이 아니고 연결 상태나 케이블이 다른 상태여서 제가 느낀 것이 틀릴 수는 있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S202가 단 다고스티노 프로그레션 모노앰프나 비올라 앰프보다 톤이 더 중립적이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 다고스티노 프로그레션 모노앰프 (500W @8옴, 1000W @ 4옴, $38,000)는 음색면에서 딱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감성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단 다고스티노 모멘텀 M400까지 가지 않더라도 만족할만한 소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모멘텀 M400의 경우 예스러운 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있는 것 같습니다.

MSB의 예전 파워앰프 M204 (W39,000) 역시 예스러운 소리를 가지고 있어 호불호가 있는 부분이 될 수 있겠다 싶었는데... MSB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한 것 같고, 성공적으로 잘 빠져나온 결과를 들고 온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동일한 가격의 제품과도 비교를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제품은 눈에 띄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솔직히 MSB S202의 경쟁 대상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MSB S202 듣다가 가격 4배의 M500 파워앰프(500W @8옴, 1000W @ 4옴, $118,500)로 가면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정숙성이 개선되어 음악의 표정이 한층 더 실감 나게 됩니다. 세부적인 표현력이 좋아지고 더 안정된 재생을 가져오는 것인데요. 
다이아나 크랄이 부른 보컬은 몸에 착착 감기듯이 들리네요. 세부 표현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제품은 경험해 본 적이 없는데요. 하이엔드 앰프가 정숙성을 계속해서 개선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MSB가 제품을 만드는 기술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가격을 책정하는 점에서도 대단하다 싶습니다. 가격대로 가게 만들어 두었네요.
Cost no object일 경우에는 M500를 챙기면 될 것 같고, cost performance를 중시한다면 S202가 짱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M500은 극소수의 인간을 위한 외계인의 제품. S202는 남들이 어려워하는 매력을 너무나 멀쩡하게 잘 갖추고 있는 걸출한 상급제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