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라인 액세서리

전원 액세서리 - AMR 골드 퓨즈, 하이파이튜닝 수프림 퓨즈, 수프림 copper 퓨즈 (내돈내산)

raker 2023. 5. 21. 10:47

2016/01/01

오디오의 전기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휴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유리관으로 된 휴즈는 유리관의 진동 특성이 좋지 않아서인지 음질에는 득이 되지 않습니다. 휴즈는 고음질을 추구하는 오디오에서 필요악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여러 회사에서 오디오 휴즈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후루텍, 하이파이튜닝, AMR, 시너지스틱 리서치, isoclean, PS Audio, Create, Audio Horizon, Audio Magic, High End Magic Fuse 등등
그런데 이들 퓨즈를 만든 업체 중 일부는 자신의 제품을 넣어서 뭔가 달라졌다는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특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소리를 샤프하고 치밀하게 만들려고 한다거나, 하모닉스가 많이 나오게 하지만 핵심이 되는 소리까지도 애매하게 표현되게 되어버리거나, 닥치고 차분하게 들리게 하려고 한다거나, 등등.
그러다 보니 오디오용 퓨즈가 모든 경우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오디오용 파워코드와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모든 시스템에 다 맞는 오디오용 파워코드가 없듯이 오디오용 퓨즈도 제품에 맞게 가려 사용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디오 시스템의 재생 레벨이 올라가게 되면 그동안 의지했던 파워코드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하던데 그런 일이 오디오 퓨즈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법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제품에 걸쳐서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를 사용해서 재미를 봤습니다. 브라이스턴 BDP-2, 브라이스턴 SP-3, 리니어파워 서플라이로 교체한 오포 BDP-93 블루레이 플레이어에서는 유리관 휴즈를 대체하면서 재생음을 향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개선 효과가 컸던 것은 리니어 파워서플라이로 교체한 오포 BDP-93 블루레이 플레이어였습니다. 왜 그랬을까 굳이 추론해 보자면 오포 BDP-93용 리니어 파워서플라이 모듈은 퓨즈홀더가 고정되어 있는 PCB에 엄청나게 큰 트랜스포머도 같이 얹혀 있어서 트랜스포머가 만들어내는 진동이 휴즈를 많이 흔들어 대서 퓨즈교체의 영향력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나머지 제품은 트랜스포머와 퓨즈홀더가 분리되어 있어서 진동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 같습니다.
브라이스턴 BDP-2나 브라이스턴 SP-3의 경우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를 사용하던 중 퓨즈가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퓨즈를 주문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유리관 퓨즈를 사용했었는데... 소리가 응집력이 떨어져서 한숨만 푹푹 쉬며 주문한 퓨즈가 오기를 기다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브리카스티 M1 DAC의 경우 국내에 처음 수입되었던 차분에는 아예 출고 시에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가 한국주문향으로 달려있기도 했었습니다. (이후 차분부터는 서킷 브레이커로 변경됨)

그러나 모든 제품에서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에 재미를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브라이스턴 BDA2 DAC와 VTL TL6.5 프리앰프에는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소리가 가늘게 들렸고 소리를 쏟아내는 것처럼 공격적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유리관 바디를 사용한 퓨즈가 들어있는 제품인 경우에는 세라믹 바디를 사용한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로 변경했을 때 재생음 개선폭이 커서 단점으로 볼 수 있었던 부분이 덜 보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본래 세라믹 퓨즈를 사용했던 VTL TL6.5 프리앰프에서는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의 개선점은 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지게 된 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브라이스턴 BDA2 DAC의 경우에는 번인이 되지 않은 새 제품이라 가뜩이나 저역이 야위게 나오는데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까지를 가세하니 더 불편하게 들렸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가 가지는 소리의 존재감이 부담이 되었는데 혹시나 자매제품인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copper 퓨즈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서 시도해 봤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중역대에 따뜻한 콧소리 착색이 있고 다이내믹스 표현이 제한이 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역 표현도 제한이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다시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로 되돌려두었습니다.

퓨즈에 대해서 완전하게 만족할만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부분을 손보다 보니 퓨즈를 까마득히 잊어먹게 되었습니다. 신경 써줘야 할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서요...
그렇게 한동안 퓨즈를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에 집으로 하이파이넷 필자분들을 초청해서 한 해 반동안 다듬어온 오디오 시스템을 선보여드렸는데... 분명히 예전에 비해서 나아진 점은 있었지만 그분들의 마음을 훔칠 정도로 충분한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 같아서 좀 더 세부를 다듬어 보기로 했습니다. 매듭을 짓지 못했던 오디오 퓨즈도 다시 시도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오포 BDP-93과 브라이스턴 SP-3 조합에서 차갑게 들리는 부분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AMR 골드 퓨즈를 도입해 보기로 했습니다. (AMR에서 브라이스턴 SP-3에 딱 맞는 타입의 퓨즈는 만들지 않고 있지만... 테스트해 보려고 근접한 용량의 퓨즈를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AMR 골드 퓨즈 도입 첫날 결과만으로 봤을 때는 실패였습니다.
힘 있게 뚝 떨어지는 편이지만 차갑고 두께가 얇고 예리해서 무게감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외곽 위주로 소리가 나느라 음악의 열기를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인상입니다.
다행히도 사나흘 간 뺑뺑이 돌려주고 나니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해소가 됩니다. 음색이 더 충실해지고 꽉 채워지게 되었고 소리는 차갑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로 빼냈더라면 AMR 퓨즈의 특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을 것 같네요.

오포 BDP-93과 브라이스턴 SP-3 조합이 가지고 있었던 차가운 소리는 제대로 해소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레퍼런스인 브라이스턴 BDP-2와 브리카스티 M1 DAC의 조합에서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스러운 소리가 나는 게 드러나게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브라이스턴 BDP-2와 브리카스티 M1 DAC의 조합에서도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스러운 소리를 제거해 보기 위해서 AMR 골드 퓨즈로 교체해 보기로 했습니다. (AMR에서 브라이스턴 BDP-2에 딱 맞는 타입의 퓨즈는 만들지 않고 있지만... 테스트해 보려고 근접한 용량의 퓨즈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며칠간의 기간이 필요했고 그 기간이 경과된 이후에는 풍부하고 해상력이 있고 다이내믹스와 대역이 제한되지 않은 중립적인 소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디오 시스템의 구성에 따라서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필요한 퓨즈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밋밋한 소리를 내주는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하이파이 튜닝 수프림 퓨즈의 날카로움과 화려함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고, 날 서고 공격적인 소리를 내주는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하이파이 튜닝 copper 퓨즈의 편안함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고,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AMR 골드 퓨즈의 중립적인 소리가 맞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MR에서 fast blow fuse도 만들어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