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6
수입원에서 아큐페이즈 DG-38 디지털 이퀄라이저를 사용하여 레벨 퍼포머 M20 스피커를 보정한 전후의 측정결과를 필자에게 알려왔습니다.
DG-38 보정 전 측정값
왼쪽 채널
오른쪽 채널
DG-38 보정 후 측정값
왼쪽 채널
오른쪽 채널
그 흥미롭고 놀랄만한 측정 결과에 고무되어 의뢰인 댁에 방문하여 직접 청취해 보기로 했습니다.
오디오 시스템이 설치된 공간은 통상적인 아파트의 방이었고 크기는 3.6m x 3.9m였습니다.
문한주: 오디오 전용 방을 두셨네요.
수입원: 거실에서도 해 볼만큼 다 해봤습니다. 카르마의 CRM 3.2FE 스피커를 사용할 때였죠. 스테레오사운드에 실린 리스닝룸 특집을 참고했고요. (주 : 스테레오사운드 149, 150, 152호에 독자투고기사 게재됨) 이건 오디오하는 사람은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결과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디오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의 기하학적 구조이고, 그다음이 방과 스피커 간의 상호작용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구조나 기능상 거실에서 마음에 들만큼 해보는 데 제약이 있더군요. 그에 비하면 방에서는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도 마음 편히 들을 수 있게 되었고요.
문한주: 오디오 전용방이 있으면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몰입을 하기에 좋습니다. 그런데 방에서는 저역의 정재파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수입원: 그렇습니다. 그럴수록 룸 보정을 하고 안 하고에 따라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문한주: 그런데 역설적으로 어떤 면에서는 거실에 오디오를 둘 때 룸 보정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전용공간에서라면 최적 위치에 마음대로 설치할 수 있는데 반해 거실에서는 설치할 수 있는 위치에 아주 심한 제약이 있어서요.
수입원: 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사실 (배우자와) 같이 살려면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없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웃음). 그렇지만 오디오만 설치해 놓은 전용공간이란 웬만해서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대개는 책상이라던가 기타 자질구레한 물건들과 동거동락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 경우에도 생활을 감안하자니 음질에 최적인 위치를 고집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한주: 보정 전후의 소리가 궁금한데 들려주세요.
연결하고 켜고 하는 동안 오디오 시스템을 살펴보니 아캄 DVD플레이어에서 PCM신호를 뽑아서 아큐페이즈 DG-38 디지털 이퀄라이저로 보내면 보정을 마친 후에 옵션으로 설치한 AO2-U1 옵션보드에서 DA전환을 해서 내보냅니다. 그 후에는 Antique Sound Lab Passive T2 (내부 배선재를 은선으로 바꿨다고 함) 패시브 어테뉴에이터를 거쳐 뮤지컬 피델리티 A3 cr파워앰프 그리고 레벨 퍼포머 M-20 스피커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DG-38 디지털 이퀄라이저로 보정하기 전에는 소리가 가볍고 밝고 쉽게 들렸고, 보정한 후에는 음악 재생이 완전해지고 저절로 몰입을 하게 만드는 소리가 나와줬습니다.
문한주: 이 정도면 누구나 들어도 알 정도로 보정효과를 느낄 수 있겠군요.
수입원: 어느 오디오 애호가 댁에 DG-38을 들고 가서 시범적으로 룸 어쿠스틱 이퀄라이징을 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룸 어쿠스틱을 보정하는 이퀄라이징을 켜고 나니 갑자기 그분이 낯빛이 어두워지더군요. 할 만큼 다 해보고 갈 만큼 다 올라가 보신 분이었는데 제대로 된 소리를 그동안 못 들어오셨던 것 같습니다.
문한주: 이퀄라이저로 보정하기 전의 측정 결과를 보면 저역 쪽에 피크와 딥이 현격하게 나타나는군요.
수입원: 40Hz대의 피크는 방의 공진이고 그다음의 딥 역시 방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문한주: 그리고 이퀄라이저로 보정하기 전 측정결과에서는 3kHz에서부터 15kHz에 이르기까지 강조되어 있네요.
이것은 흡음재를 사용하지 않아서이거나 파워앰프와의 매칭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수입원: 보정 전 측정결과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하게 하는 점이 있고 노력할 점이 엿보이기는 한데요, 어쨌든 일단 보정을 하고 난 다음에는 레벨 퍼포머 스피커가 대단한 스피커라고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적하셨던 것처럼 보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측정한 결과는 스테레오파일에 실렸던 죤 앳킨슨의 방에서 측정한 것과 하이파이넷 DG-38 소개기사에 실렸던 문한주 님의 방에서 측정된 결과와 다르게 나와서지요.
문한주: 그 부분은 저에게 측정 결과를 알려주시면서 고민해하셨던 점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조사해 왔지요. 조사한 죤 앳킨슨의 방에서는 레벨 퍼포커 M-20의 측정값이 상당히 평탄하게 나왔습니다.
( http://www.stereophile.com/loudspeakerreviews/492/index6.html 그림 8 )
스피커의 능력에도 놀랐고 평탄하게 만들 수 있는 앳킨슨의 설치 실력에도 놀라게 했었지요.
제 방에서는 300Hz 이상의 대역에서는 거의 플랫 한 측정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는 RPG사의 The Room Optimizer라는 소프트웨어에서 제시한 위치에 스피커를 설치해 두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전통적인 오디오 세팅방법을 사용한 경우입니다. 저역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스피커 위치를 최적화시켰고 고역이 벽에 반사되면서 강조되는 현상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흡음재를 사용한 패시브 어쿠스틱 트리트먼트를 구사해서 룸 어쿠스틱을 다스렸죠.
그런데요 재미있는 점은 사람이 들은 것과 측정값으로 나온 것과 똑같다는 점입니다. 이퀄라이저로 보정하기 전에는 저역이 부족하게 나와 주었고, 고역은 상대적으로 들뜬 것처럼 들리는데 이퀄라이저로 보정한 후에 EQ ON상태에서는 저역이 부족한 현상이 사라지고 고역은 제자리를 찾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입원: 그게 뭐죠?
문한주: 동일한 스피커라고 하더라도 물려준 앰프에 따라서 스피커가 weight를 제대로 내줄 수 있는 능력에서 차이가 나는 현상에 대해서 이미 많이 경험해 보셨을 걸로 압니다.
수입원: 그랬습니다.
문한주: 레벨 퍼포머 M-20 스피커의 전기적인 특성을 보면 중 저역의 평균 임피던스와 고역의 임피던스 차이가 큽니다.
(http://www.stereophile.com/standloudspeakers/492/index5.html) 그림 1
이런 경우에는 같이 물린 앰프의 소스 임피던스가 큰 경우에-대개의 진공관앰프나 PWM류의 디지털 앰프- 밸런스가 고역 쪽으로 치우치게 됩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댐핑 팩터가 작은 앰프로 드라이브하면 밸런스가 바로잡히지 않고 튀는 특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보정 전의 측정값은 단지 현재 사용하고 계신 앰프가 레벨 퍼포머 M-20을 정상적으로 굴리지 못했을 때를 나타낸 것이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수입원: 이제 궁금한 점이 풀릴 것도 같네요. 그렇다면 DG-38로 이퀄라이징 보정을 하고 난 다음에는 ‘구동력이 부족한 앰프’로도 스피커를 제대로 울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요?
문한주: 네 그럴 것 같습니다. 어떤 스피커라도 구동할 수 있는 천하무적 앰프를 마련하기보다는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한 앰프더라도 천하무적 앰프가 남부럽지 않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죤 앳킨슨은 레벨 퍼포머 M-20에 연결한 앰프가 Mark Levinson No.33H 모노블록, Krell KSA-50였고, 제 경우는 아큐페이즈 E550을 연결한 경우입니다. 의뢰인께서 사용하시는 뮤지컬 피델리티 A3 cr은 단독으로는 천하무적 앰프가 보여주는 능력에 미치지 못하지만 디지털 이퀄라이저로 보정을 하게 되면 문제 되는 부분을 피할 수 있어서 완벽한 성능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시력이 좋아 맨눈으로 잘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시력이 나빠 맨눈으로 잘 보기 어려운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안경을 써주면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수입원: 기존 발상을 깨는 구사방법을 발견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한주: 아닙니다. 저야말로 방문해서 좋은 것 배웠습니다. 어째서 그런 잠재력을 찾아내지 못했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룸 어쿠스틱을 이퀄라이저로 보정하는 데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이 있어 알려드립니다. 해당 위치에서 정재파에 의해서 피크와 딥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퀄라이저를 이용해서 피크를 줄이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딥을 메꾸기 위해서 해당 주파수의 음량을 올리는 것은 앰프나 스피커의 능력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딥을 메꾸는 것은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퀄라이저가 저역을 평탄하게 만드는 만능장치는 아니라고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입원: 감사합니다.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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