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MI스펙과 음질의 관계

2008/10/29

바로 앞글에서 HDMI전송기술이 스큐에 둔감하게 작동하도록 교묘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설명을 언뜻 보면 HDMI의 전송규격이나 전송기술상 지터관리가 느슨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HDMI가 스펙면에서 음질면에서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이해할 소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그 이해 과정에 논리적인 오류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HDMI전송에서 스큐에 둔감하게 작동하는 것을 이해하기 쉽도록 일반적인 CD트랜스포트와 DA컨버터로 빗대어 설명드려봅니다. HDMI전송에서 스큐에 둔감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은 (흔히 고급형) DA컨버터에 달려있는 narrow와 wide선택 버튼을 항상 wide로 놓아둔 것과 비슷합니다. CD트랜스포트의 성능이 후지거나 S/PDIF 디지털 케이블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길이가 아주 길다, 케이블의 특성임피던스가 맞지 않아 전송파워에 로스가 생긴다, 실드가 부적절하다 등등)에는 DAC에서 wide로 선택해야만 S/PDIF 디지털 신호가 lock이 되어 신호 전송이 됩니다. S/PDIF 디지털 신호의 전송 품질이 안 좋은데도 narrow로 선택하면 lock이 되지 않아 아예 디지털 신호 전송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CD재생용 DA컨버터를 평가할 때 DA컨버터가 디지털 신호를 받을 때 항상 wide로 설정되어 있다고 해서 그 이유로 설계가 나쁘다거나 음질이 나쁘다고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narrow나 wide는 DA컨버터의 음질과는 무관하고 단지 좀 더 다양한 제품을 까탈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까칠하게 반응할 것이냐에 대한 선택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narrow를 선택한 경우라 하더라도 잘 설계된 디지털 케이블을 사용하면 좋은 소리가 나고 그보다 못한 디지털 케이블을 연결하면 그만큼 덜 좋은 소리를 얻게 되는 것을 바꿀 수 없습니다. narrow에 놓는다고 디지털 케이블이 동일한 성능이 나도록 보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narrow를 선택했을 때 좋은 소리가 났던 디지털 케이블이 wide를 선택했다고 해서 결코 그 결과가 뒤집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HDMI전송 기술이 스큐에 둔감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해서 HDMI 전송기술/규격이 스펙상으로 음질에 저해된다고 안됩니다. HDMI 스펙으로는 음질상에 불리한 조건이 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반대로 HDMI 스펙을 사용하여 음질상에 어떤 부분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령 HDMI케이블 사이에 음질적인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저는 HDMI 전송 방식이 HDMI 케이블 사이에 음질적인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CD 재생에서 디지털 신호를 전송할 때는 몇 가지 변수들에 따라서 지터에 영향을 주게 되며 그로 인해 재생음은 지터에 상응하는 재생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전선을 이용한 디지털 오디오 신호 전송에서는 케이블의 구조적인 완성도에 따라서 디지털 오디오 전송 품질(디지털 전송의 타이밍의 정확성을 얘기함)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HDMI신호 전송의 경우는 S/PDIF신호 전송에 비해서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전송하는데 컨트롤할 수 있는 보조기구들이 많기는 합니다만 디지털 오디오 전송의 품질 차이를 무력화시킬 만큼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좀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HDMI케이블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카더라 하는 얘기를 억지로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열린 마음이 필요하고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겠지요. 다만 그런 유별나게 만들어진 제품은 가격이 높기 때문에 검증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겠고 여우가 신포도라고 여기는 현상이 없어지지 않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