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부흐빈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vol.1

raker 2023. 4. 21. 06:44

2016/02/19

저는 루돌프 부흐빈더가 RCA에서 2010년부터 2011년에 걸쳐 녹음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서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끝까지 다 들어본 트랙이 없었던 것 같네요. 악보에 있는 음표가 다 표현되고는 있습니다만… 시간예술 이라기보다는 시각예술처럼 느껴졌습니다. 시간 예술에서는 밀고 당기고 긴장감을 주고 스토리를 구성하는 재주가 있어야 제맛인데요. 부흐빈더는 그런 드라마스러운 꾸밈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고… 소리의 면에서도 군더더기 없게 날렵하게 내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악보에 담긴 음악 설계를 바탕으로 소리를 쌓아내고 호흡을 불어넣어서 관객의 이모션이 젖어 들어가고 필드를 만들어 빨려 들게 만드는 전문가라기보다는 음악 설계도를 수학적으로 부호적으로 해석해 내는 분석전문가가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201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이틀에 걸쳐 모차르테움 대공연장에서 열린 공연 실황을 담은 이 블루레이 타이틀에서도 동어 반복이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사이에 어디 사람이 달라지나요. 칠순이 넘은 사람인데…
저야 뭐 까탈스러워서 그렇다 치지만… 피아노 연주회 공연실황을 블루레이 타이틀로 재깍재깍 출시시켜 주는 것을 보면 이쪽 업계에서는 부흐빈더를 티켓파워가 있는 아티스트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레이블의 대응이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