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메너헴 프레슬러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raker 2023. 4. 20. 12:49

2015/11/08

얼마 전 게르기에프의 지휘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쇼스타코비치 오케스트라 전곡 블루레이 영상물을 통해서 파리 살르 플레옐 공연장의 음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고 파리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스트라빈스키와 드뷔시 오케스트라곡 공연물 블루레이 타이틀을 구입해 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품절이 되는 바람에 꿩대신 닭으로 메너헴 프레슬러가 협연자로 나온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공연물 블루레이 타이틀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피아노곡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 블루레이 타이틀을 구입 고려 1순위로 두지 않았던 이유는 메너헴 프레슬러가 워낙 고령(만 89세와 만 91세에 연주)이었기 때문이에요. 메너헴 프레슬러는 1954년 창단 때부터 2008년 해체될 때까지 보자르 트리오에서 피아노를 맡아왔는데요, 54년간의 활동이면 종신직이라고 할만한데 그에 그치지 않고 독주자로서도 활동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2014년 1월 29일 파리 살르 플레옐에서 파보 예르비의 지휘와 파리 오케스트라의 협연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은 2014년의 영상장치 성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보여주는 놀라운 영상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공연물 영상을 보면 종종 조명이 부족했을 때의 조악함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는데요 (열잡음, hue의 틀어짐, 암부의 뭉개짐 등등), 이 공연물에서는 조명이 상당히 어두운 편인데도 불구하고 어두운 부위까지 빛이 잘 담겨 있고 포커스가 뛰어납니다. 그에 비한다면 2012년 12월 17일 공연을 수록한 피아노협주곡 27번의 영상 품질은 그 당시의 통상적인 영상수록 수준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아마도 그 중간에 영상장비에 세대교체가 있었던 게 아닐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음향의 경우에도 2014년 수록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에서는 최상급에 해당하는 녹음품질로 수록되어 있고 2012년 수록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은 그 당시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수준의 녹음 품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연주에 대해서는 독주자로서 커리어를 쌓아온 피아니스트와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는데요. 협주곡이란 게 대개는 독주자가 부각이 되도록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는 것이 미덕이라 할 수 있겠지만 메나헴 프레슬러는 그런 점을 부각하지는 않았고 그보다는 실내악적인 음악의 대화와 교감을 추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메나헴 프레슬러의 손을 닿은 스타인웨이는 따뜻한 톤의 소리를 내주는군요. 그리고 오케스트라는 피아노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 같았고요. 거듭해서 볼수록 매력이 있는 연주였던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협주곡에 대한 기존관념을 깨고 색다른 면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공연 리허설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 있네요. (이걸로 블루레이 타이틀에 실린 음향이나 영상을 판단하셔서는 안 됩니다. 이 영상과 타이틀 수록 영상은 다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