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다닐 트리포노프 하마터면 알아보지 못할 뻔 했습니다

raker 2023. 4. 19. 19:44

2014/10/09

몇 달 전 다닐 트리포노프 내한공연 후 많은 분들이 인상 깊은 연주였다고 하시길래 한껏 기대하고 CD를 구입했었습니다. 쇼팽의 곡으로 리사이틀한 실황 녹음(Decca)과 카네기홀 공연실황 녹음(DG)였습니다.

쇼팽 앨범에서는 피아노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다룬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다소간 어린애가 하는 장난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집중력이 약해서 끝까지 자신의 식으로 표현해서 완성하는 단계까지 만들지 못한 것 같네요. 파지올리 피아노의 소리도 진중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카네기홀 공연실황 앨범에 실려있는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에서도 연주자의 의도가 느껴지지도 않고 목적의식도 없어서 곡이 유기적인 찰기를 가지지 못하고 엉킨 부분과 성긴 부분이 따로따로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CD의 나머지 부분은 듣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고 이름이 잘못 알려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트리포노프 연주는 재생목록에 올라간 적이 없었고요...

몇 달을 지낸 후 카네기홀 공연 실황 앨범에 실려있는 쇼팽 전주곡을 다시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지 그 당시에 제대로 들어보지 않았던 부분이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쇼팽의 전주곡은 상당히 잘 소화해 내더군요. 공연 초반부가 불안한 피아니스인가요?
공연장에 갔었다면 꼼짝없이 다 듣고 나왔을 테니 공연이 끝난 이후에는 피아니스트의 정체를 파악했었을 텐데... 저는 CD로 듣다 보니 정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다닐 트리포노프는 불안한 부분이 있지만 잘하는 부분은 빼어나게 잘하는 피아니스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트리포노프에게는 함부르크 산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